요즘 걸어 걸어 덕산의 사무실까지 나오면서
매일이 새롭다
하루하루 다르게 은행잎은 노랗게 물 들어 그에 바람에 날리며
사르르 떨어진 길
은행잎 융단처럼 깔린 길을 걸어가며
가끔 차량들의 바람에 휘날리는 은행잎에 환호성도 질러보고
사진 몇 컷도 담아보는 이 재미


며칠전 걸어 오고 있는데
많이 낯 익은 분이 들깨를 베고 계신다
"어 형부 여기가 형부밭?"
"원래 이곳에 집을 지으려다 못 지였지"
하시는 분
들깨를 베시다 말고 내가 말을 걸으니 잠시 쉬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은
바로 삼장면 보안마을의 현재 내가 임대하여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시다

그렇게 또 걸어 걸어 오던 길
어느 집 마당에 벼 한움큼이나 될까 싶은것을 널어놓았다
아마도 벼 베는 기계 아 그래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조금 남아 있는것 베여 널어놓은듯 싶다
그만큼 농촌에서는 한알의 알곡이라도 소중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는 나 어릴적에도 아버지께서는
서리 내린 볏짚단 또는 콩넉가래에서
알곡을 줍지 않으면 학교도 못 가라 했으니
참 오래전 이야기가 생각나 문득 아버지가 그립다

그렇지 한톨의 밤이라도
이제는 밤추수도 지난 밤나무산
얼마전 나와 함께 밤 이삭 주우러 가자 약속하고 함께 산에 갔을때의
정여사님이시다

논에는 얼마전까지 노랗게 익어 고개를 푹 숙인 채
노란 파도를 일으키던 벼들은 모두가 추수가 되고
이제는 썰렁한 논 빈터만 남았다
어렸을적엔 저러한 논에 눈이 폭폭 쌓이면
눈사람도 만들고 연도 띄우며 놀았던 생각이 새롭다

우리집 수세미도 제법 잘 달렸기에
몇몇 나눔 해주었는데
걸어 걸어가다 보니 어느집 담장에 수세미가 참으로 탐스럽게
열려 있다
우리집 수세미는 모두 다 따고 아마도 몇 개정도는 아직도 달려 있으련만
내일은 옥상에 올라가봐야겠다
몇개나 더 달렸을까

너무도 오랜만에 본다
수수를
오 탁번의 시중에 수수밭 뭐 어쩌고 저쩌고 하는 서민의 애환을 그리 시가 있는데
일전에는 잘도 외우더만 이제는
머리에서 녹물이 흐르는지 까묵었다
어렸을적 저 수수대의 수수를 수확하고 난 후
수수깡 마른것 껍질을 벗겨
안경도 만들고 지게도 만들고 참 갖가지의 작품들을 만들었었는데
그 어린 친구들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근데라 한다
어느집 마당에 저리 많은것을 널어놓았기에
저것이 뭘까
싶어 지나시는 어르신한테 여쭈니
대뜸..."어디서 오셨우?" 물으신다
"삼장 대하리에서요" 하니
"촌에 살면서 이것도 모르우" 하시기에 아 네
도시에 살다가 이사온지 일년이 채 안 되였어요 하니
그럼 그렇지 그러니 모르지
"이것이 근데요" 하신다 " 아 네 근데가 이렇게 생겼군요"
사실 근대라는 것 껍질 벗겨서 탕국 끓이고 육계장에 들어가는것은 봤지만
저래 생긴것은 처음 본다

고구마를 수확하시는 모습
이렇게 하나 둘 고구마를 캐여서
지금 우리 사무실까니 나눔하여 주셨기에 현재 울 사무실엔
고구마가 참 많다
또 쪄놓아야 오시는 분들 드실터인데
오늘은 일요일이라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벼를 말리는 모습
저만큼의 벼라면 쌀이 몇 가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요즘은 벼 말리는것도 참 좋아졌다
옛날에는 멍석에 널어놓고
저녁이면 담고 또 널고 그 때는 멍석도 참 많았는데

길을 걷다 보니
어디선가 참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냄새 나는 방향을 보니
저 멀리 밭에서 들깨를 키로 까부는 아주머니 한분 보인다
들깨는 저리 털어 키로 잡티를 골라내기만 하여도
이리 고소한 냄새가 나는구나 싶어 한참 냄새를 맡아본다
들깨 키질 하시는 아주머니를 뵈니
나의 할머니의 굽은등이 내 눈앞을 가린다
이제는 모습조차 희미한 나의 할머니 올해는 할머니의 산소에 가볼 수 있으려나
벌써 못 가본지 몇년째인가 싶다

오늘 노랗게 익은 은행잎 살랑살랑 바람난 처녀치맛자락처럼 펄럭거리는 길을 걸어 오는데
저기 저 산밑에서 창타령소리가 들린다
하여 멀리 눈을 들어 보니
어느 아저씨 한분 나무에 올라 감을 따면서
흥겨운 창타령에 장단 맞혀가며 감을 따신다
그 아래에서는 아주머니께서 감을 받아 콘테이너박스에 넣고 계신다

저래 나무위에 올라서 노래 하시는 분
한참을 창타령을 듣고 있었다
그래 일이란 저렇게 신명나게 하면 일이 아니라 즐거움일거란 생각이 든다
사무실까지 오면서 보니
여기 저기 이곳 저곳
산마다 들마다 감 따시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도회지로 나간 자녀들이 모두 들어와 거들어준다 한다
그래 그런가 오늘 사무실엔 늘 왁자하던 모습도 없고
거리도 한산하다
몇몇 감나무밭은 크레인으로 감을 따기도 한다
이제 감 따는 작업이 모두 끝나면 각가정에서는
곶감 깎는다고 또 한 바탕 소란스러울게다
첫댓글 여기가 덕산이여 ~
삼장면 대하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