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6.
도시인의 식사
바게트(baguette)는 프랑스의 빵이다. 길쭉한 막대기 모양 빵으로 밀가루, 소금, 물, 효모 4가지 재료만으로 만든다. 반죽에 칼집을 넣고 굽는 중에도 오븐 안에 뜨거운 증기를 뿌려 빵 표면이 바삭한 질감이 나도록 만든다고 한다. 빵의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얇고 비스듬히 썰어 치즈를 올려 구우면 눈물이 날 만큼 맛있다.
바게트와 어울리는 치즈가 있다. 프랑스 빵이니 그 나라 치즈가 궁합이 맞는 것 같다. 일드프랑스 노르망딸(ILE DE FRANCE NORMANTAL) 치즈는 쌉싸래한 맛이 순화되어 거부감이 없다. 달콤함을 포함해서 시큼하고 쿰쿰한 듯 쉰내 나는 향에서부터 은은한 과일 향에 이르기까지 풍미가 뛰어나다. 일드프랑스 몬타베(ILE DE FRANCE MONTAVER) 치즈는 견과류의 고소함이 느껴지고, 일드프랑스 샤미도르(ILE DE FRANCE CHARMIDOR) 치즈는 부드러운 크림의 고소함이 바게트와 어울린다.
바게트와 쌍을 이루는 샐러드가 있다. 손으로 찢은 양상추와 어린 떡잎 새싹에 발사믹 식초와 Olive Oil을 뿌리고 방울토마토 서너 알을 올리면 훌륭한 야채 샐러드가 된다. 치즈 올린 바게트와 야채 샐러드에 산미 짙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허니(Ethiopia Yirgacheffe Koke Honey)를 핸드드립(Hand-drip)한 커피 한 잔을 더 하면 부유한 도시인의 식사가 된다.
현실은 사뭇 다르다. 바게트나 캄파뉴를 사 들고 와도 도시 맛을 내기에는 벅차다. 프라이팬에 구운 빵으로는 오븐 토스터의 촉촉함이 부족하다. 바게트와 궁합이 맞는 치즈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노력하지도 않는다. 남들이 다 이용하는 인터넷 구매에는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센터의 내 텃밭에는 양상추나 새싹이 없다. 고추와 오이, 가지, 호박, 깻잎으로 샐러드를 조합하기란 무척 어렵다. 모든 것을 버릴 듯이 팽개치고 달려온 구례가 아니든가. 버렸다고 믿었기에 불편하고 부족해도 웃으면서 만족할 수 있었던 기억들이 건초더미처럼 높이 쌓였다.
바게트는 숨은 추억이 많다. 대학 시절 배고픔을 달래어 주던 간식이며 한 끼 식사 대용이었다. 손으로 뜯어 먹다 남은 바게트는 말라비틀어지면, 입으로 깨물어도 씹히지 않았다. 마요네즈나 딸기잼을 발라 먹기도 했다. 새우감바스 옆에 바게트를 놓으며 스페인 여행을 꿈꾸기도 했다. 빵집을 들를 때마다 바게트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일드프랑스의 치즈 때문이었을까.
여행의 목적 중에 빵지순례가 있다. 내 진심은 빵인지 치즈인지 갑자기 헷갈린다.
첫댓글 바게트 빵에도 추억이 한가득이네
20살때 처음 알아서 먹었던 빵인데... 그때는 200원이었을껄.
40년이 지나도 바게트는 나름 선호하는 빵인데... 바게트에 진심인지 아니면 치스 때문인지 나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