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씻는 빌라도 (1630)
마티아스 스토메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마티아스 스토메르(Matthias Stomer, 1600-1650)는
네덜란드 중부에 있는 위트레흐트주에 있는 아메르스포르트에서 태어났고,
1615년 로마로 건너가 헤리트 반 혼토르스트의 공방에서 일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이후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이다.
그는 1630년경에 메시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1630년에서 1632년 사이에는 로마에서 지냈다.
1633년에서 1640년 사이에 나폴리에서 거주하며 작업했고,
1641년에는 시칠리아에 정착했는데,
그는 1650년경에 시칠리아에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메르는 종교적인 주제를 그리는데 두각을 나타냈으며,
매혹적인 밤 풍경을 잘 그려 ‘밤의 헤리트’라는 별명까지 붙은 스승처럼
배경을 어둡게 처리하고 인물들을 반신으로 묘사하며
불빛을 광원으로 명암을 대비시켜 신비로운 빛으로 성경을 새롭게 해석했다.
특히 스토메르는 예수님의 수난 장면을 광원에 비친 인물들을 통해
성경의 내용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그렸다.
그가 1630년에 그린 <손을 씻는 빌라도>는 낮의 장면인데,
배경을 어둡게 하고 빛을 이용해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비추어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마태오복음서 27장 19-26절이 그 배경이고,
빌라도가 자신의 결백을 선언하는 의미로 손을 씻는 장면이다.
빌라도가 재판석에 앉아 있는데 그의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당신은 그 의인의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지난밤 꿈에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큰 괴로움을 당했어요.” 하고 말하였다.
그동안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군중을 구슬려 바라빠를 풀어 주도록 요청하고
예수님은 없애 버리자고 하였다.
총독이 그들에게 “두 사람 가운데에서 누구를 풀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하고 물었다. 그들은 “바라빠요.” 하고 대답하였다.
빌라도가 그들에게
“그러면 메시아라고 하는 이 예수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오?” 하니,
그들은 모두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였다.
빌라도가 다시 “도대체 그가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하자,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외쳤다.
빌라도는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동이 일어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받아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하였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
그러자 온 백성이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질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빌라도는 바라빠를 풀어 주고
예수님을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넘겨주었다.(마태 27,19-26)
오른쪽 한가운데에는 빌라도가 자리에 앉아 시종이 부어주는 물에 손을 씻는데,
큰 광원이 빌라도와 그의 주변 사람들을 비추고 있다.
빌라도는 머리에 터번을 쓰고 명패를 메고 있고,
얼굴엔 수염을 더부룩하게 길렀으며,
장백의에 예절용 망토를 두르고 있어 대사제의 복장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마치도 제사를 드리기 전에 사제가 정결 예식을 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성찬 전례를 거행하며 사제가 손을 씻는 장면으로 연출해
예수님의 피에 대한 책임이 자기에게 없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배경에 있는 녹색 휘장을 들치며 얼굴을 살짝 내미는 사람은 화가 자신이다.
스토메르는 서명을 대신하여 자기 자화상을 그곳에 그려 넣었다.
오른쪽 배경에는 작은 광원으로 가시관을 쓰시고 십자가를 지시는 예수님과
십자가형을 집행하는 군사들의 무리가 있다.
빌라도는 손을 씻은 다음 예수님을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넘겨주었고,
군사들은 예수님을 조롱하고 나서 외투를 벗기고 그분의 겉옷을 입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나갔기 때문이다.
배경에 성경의 다른 이야기를 작게 묘사하는 기법은
정물화를 주로 그린 16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에게서 종종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