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108회 ― 런웨이
1985년 여름.
서울.
RUNWAY KANG의 첫 공동 컬렉션.
백스테이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객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들과 기자들,
그리고 신인 디자이너들의 무대를 기대하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
"신인 디자이너 송강인, 하미송의 첫 공동 컬렉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조명이 천천히 어두워졌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모델.
박도윤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다.
짙은 감색 롱재킷.
넓지만 단정하게 떨어지는 팬츠.
절제된 디자인이었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름다운 실루엣이 살아났다.
객석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멋있다."
"신인 브랜드 맞아?"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의상이 이어졌다.
강인의 섬세한 패턴.
미송의 따뜻한 색감.
두 사람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 있었다.
객석 맨 앞줄.
김태석 교수는 말없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인의 패턴이다."
세나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미송의 색감."
소희도 감탄했다.
"둘이라서 가능한 컬렉션이네."
백스테이지.
강인은 마지막 의상의 소매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미송이 넥타이 각도를 살짝 고쳤다.
"이제 완벽해."
강인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미송도 웃었다.
"우린."
"원래 함께할 때 더 잘하잖아."
피날레를 앞두고.
도윤이 마지막 의상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강인이 조용히 어깨선을 정리했다.
"도윤."
"고맙다."
도윤은 웃으며 말했다.
"또 고맙대."
"친구끼리는."
"성공으로 갚는 거야."
미송이 웃었다.
"그럼 오늘 제대로 갚아."
도윤이 자신 있게 엄지를 세웠다.
"걱정 마."
"오늘 런웨이."
"내가 뒤집어 놓을게."
음악이 절정에 이르렀다.
도윤이 천천히 런웨이로 걸어 나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강인의 패턴이 만들어 낸 완벽한 실루엣.
미송의 감각적인 컬러가 조명 아래 더욱 빛났다.
도윤의 자신감 넘치는 워킹이 더해지자
객석은 완전히 무대에 빠져들었다.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찰칵!
찰칵!
찰칵!
마지막 워킹이 끝나고,
도윤이 무대 중앙에서 멈춰 섰다.
잠시 후.
그는 객석이 아닌 백스테이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강인!"
"미송!"
관객들의 박수가 더욱 커졌다.
강인과 미송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갈까?"
"응."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런웨이 위로 걸어 나갔다.
학생 시절.
실습실에서 밤을 새우며 꿈꾸던 무대.
동대문 원단시장에서 천을 고르며 상상했던 순간.
프랑스와 서울을 오가며 지켜 온 약속.
모든 시간이 오늘로 이어졌다.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짝!
짝짝짝짝!
김태석 교수도 천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잘했다."
"정말 잘했다."
강인은 객석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미송의 손을 꼭 잡았다.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야."
미송도 미소를 지었다.
"나도."
"네가 있어서 여기까지 왔어."
도윤이 두 사람의 어깨를 감싸며 웃었다.
"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RUNWAY KANG!"
객석에서 다시 한번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날 밤.
서울의 작은 브랜드는
첫 공동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그 무대는,
대한민국 패션계가 송강인과 하미송이라는 두 젊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처음으로 기억하기 시작한 역사적인 런웨이가 되었다.
― 제108회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