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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 - 세계 최대 금융 재벌 = 로스 차일드 가문과 중국이 합치면...
아이비스 에너지 전략 연구소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대한 경쟁적인 보도들도 어느 정도 진정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떠들썩한 보도들을 뒤로 하고, 이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어떠한 방향으로 구현될 지에 대해 차분히 지켜볼 때이다. 독일 <슈피겔>지에서는 이미 G20 정상회담 즈음에 회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분석 보도를 낸 바 있다.
*슈피겔 기사 국내보도: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4/04/200904040136.asp
한편 G20 회담 기사들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외신들에서는 현재 중국의 상황을 설명하는데 의미가 있는 기사가 하나 나왔다.
지난 4월 1일, 중국 4대 국책 은행 가운데 하나이자,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규모가 큰 중국 은행(Bank of China:BOA)이 국제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LCF 로스차일드 은행(La Compagnie Financiere Edmond de Rothschild)의 지분 20 퍼센트를 약 2억 3천만 6백만 유로 (3억3천만6백만 달러)로 사들이려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힌 것이다.
*관련 소식 참고 기사: http://www.forbes.com/feeds/afx/2009/04/02/afx6246344.html
중국 은행측은 중국 정부 당국이 거래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은행은 이 거래의 마감 시한인 3월 31일 이후 더이상 마감 시한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며, 애초 작년 9월에 합의된 이 거래 계획도 아울러 폐기한다고 밝혔다.
(원래 마감시한은 작년 12월 31일이었으나 중국 정부 당국의 허가가 나오지 않아 4월 1일로 연장)
참고로, LCF 로스차일드는 유럽에서 얼마 남아있질 않는 독립적인 머쳔트 뱅크로서 모그룹은 LDF 로스차일드 그룹인데, LCF 로스차일드는 이 모그룹 자금의 1/3 정도를 운용 중이다.
LCF 로스차일드는 지난 1953년 에드먼드 로스차일드가 프랑스에 설립하여 아들인 벤저민(Benjamin de Rothschild)과 같이 운영하다가, 지난 1997년 이후부터는 아들인 벤야민 로스차일드가 운영을 맡고 있다.
현재 LCF 로스차일드는 벤야민 로스차일드가 75 퍼센트의 지분을 장악하고 있고, 직원은 800여명 이상이다.
이 계약 파기 뉴스가 중요한 것은, 현재 금융위기 이면에서 벌어지는 금융 헤게모니를 둘러싼 국제적 다툼의 단면-서방과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을 보여줄 뿐 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이러한 금융 헤게모니 문제에서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특히 한국에게는 중요한-일부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애초 이 투자 계획은 작년 9월, 양측간에 합의되었다.
합의된 투자 계획에 따르면, 중국 은행측이 로스챠일드 금융 그룹의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 연금 펀드인 Caisse de Depot et Placement du Quebec의 지분 10%를 사들이고 나머지는 신주 발행(663,268주)으로 마련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만약 이 계약이 그대로 성사되었다면, 중국 은행은 벤야민 로스차일드에 이어 LCF 로스차일드 은행의 두번째 대주주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중국 은행은 이 계약의 대가로 벤야민 로스차일드가 의장으로 있는 이 은행의 감독이사회(supervisory Board)에 두 명의 대표를 가질 수 있는 권리도 부여받았다.
그렇다면 이 거래는 어떤 배경에서 추진되었으며 무산된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것을 알아보기 전에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실제 로스차일드측은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작년 3월 LCF 로스차일드(La Compagnie Financiere Edmond de Rothschild)는 중국의 중하이 펀드 매지니먼트(Zhonghai Fund Management Co)측의 지분 15%를 -중국측에 유리한 가격인-1억 위안(1천4백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들어 매입할 계획이었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중하이 펀드는 지분의 15.385 퍼센트는 국영 윈난 담배(Yunnan Tobacco)의 투자 부문이 소유하고 있고, 다른 지분(46.923 퍼센트)은 중국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석유회사인 CNOOC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윈난 담배가 자신의 지분을 LCF 로스차일드측에 팔기로 했던 것이다.
(윈난 담배는 중하이 펀드의 설립 주주로 자체적으로 300억 위안의 자산을 운용 중이었다.)
이 거래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자산관리 시장에 진입하려는 로스차일드가의 장기적 전략의 일부였는데, 지분 매입 방법과 관련하여 몇몇 중국측 주주들과의 논의에만 일년 이상이 소요되었다.
만약 이 거래가 성사되었다면, LCF 로스차일드는 중국 뮤츄얼 펀드 매니저에서 지분을 얻은 최초의 외국 민간은행이 될 뻔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규정에 따라 해외 투자자는 지배 주주가 될 수 없는 탓에, LCF 로스차일드는 중하이 펀드의 이사회 이사를 선임하거나 고위 경영진을 선임할 수 없는 순전히 재정 투자자에만 머물러야했다.
LCF 로스차일드가 상하이에서 대표 사무소를 개설했지만, 중국 당국이 발부한 외국 기관 투자 허가증(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 licence)이 제한하는 바에 따라, 투자 금액도 1억 달러 이상을 넘을 수 없었다.
더구나, 이 투자는 거래에 따른 법적 문서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중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
중하이 펀드측은 그 나름대로 유럽 채권이나 주식 시장 등 해외 시장에서 자신들의 펀드 상품을 판매할 때, LCF 로스차일드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경험을 이용하려 했을 것이다.
또한, 작년 6월 에드먼드 드 로스차일드 자산관리(Edmond de Rothschild Asset Management)는 홍콩 사무소를 개설하고 사모펀드의 운용을 개시했다.
당시 LCF 로스차일드 은행의 집행 이사회 의장인 Michel Cicurel는 홍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관리하에 있는 자산이 20 퍼센트 성장율을 계속 유지하기를 바란다면,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그렇게 해야한다......[그러면] 세계의 금융 중심지는 중국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사업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덧붙여, 그는 "우리는 이 펀드 마켓팅을 3-4년 전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로스차일드가가 자신의 지분 상당부분을 중국 혹은 인도 투자가에게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부정했지만, 몇달 뒤 중국 은행과의 합의로 이는 억측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작년 거래 합의 당시 영국 <타임>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벤저민 로스차일드는 “이 거래가 우리 그룹이 간직한 혁신과 국제적 확장의 전통에 따라 우리 회사에게 새로운 발전의 시기를 열도록 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작년 9월 양측간의 합의 당시 <파이낸셜 타임즈>지는 "이번 거래로 로스차일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부유한 중국인들에 접근함과 동시에 중국 은행측에는 점차 고급화되는 중국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금융서비스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같은 신문에서는 Michel Cicurel가 중국을 가리켜 신흥시장의 "엘도라도"라고 묘사했다고도 전했다.
또한, 양 측간의 사업 관계는 이미 3년전 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작년 합의에 대한 <파이낸셜 타임즈> 지 보도: http://www.ft.com/cms/s/0/816f5f04-8574-11dd-a1ac-0000779fd18c.html?dbk&nclick_check=1
또, Cicurel는 “우리는 중국이 엄청난 시장이기에 중국에서 우리 위치를 발전시키려 노력중이다. 중국 은행은 1억 1천 5백만 명에 이르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백만 명은 계좌에 현금으로만 10만 달러 이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중국인들]은 이러한 현금을 금융 상품으로 전환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에, 로스차일드가 이런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원래 중국 은행과 로스차일드가는 이 거래가 성사되면, 중국과 프랑스, 그리고 다른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other strategically important regions)에서 개인 금융업과 자산관리업 분야에서 공동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누차 얘기해왔다.
이 계획에는 중국 은행이 보유한 10,800개가 넘는 지점을 통해 로스차일드의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포함되어있다. 따라서, 로스차일드의 입장에서는 이 거래는 중국의 엄청난 시장을 여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중국은 양측간의 협력이 프랑스와 중국에서의 금융투자 상품의 개발과 배분을 위한 중국은행측의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은 개인 금융업 분야에서 로스차일드와 협력하여 중국 은행의 국내사업도 강화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 자산 운용 부문과 전문적인 투자 전략등에서 로스차일드의 경험을 이용하려했다.
이미 중국 은행측은 은행 능력과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기위해 "국외 산업 지도자들과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 쉽을 형성할 기회를 선택적으로 추구해왔"다고 말한바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은행은 작년에 제네바에 기반을 둔 자산관리업체인 Heritage Fund Management (HFM)에 투자했고, 금년 초 중국쪽에 전략적 지분을 매각한 스코틀랜드 로열 은행(Royal Bank of Scotland)과도 프라이빗 뱅킹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중국 은행과의 합의가 발표되고 나서 한 달 뒤인 작년 10월에는 LCF 로스차일드가 중국에서 네번째로 큰 생명 보험사인 중국 생명 보험(China Life Insurance Co., Ltd.)측과의 협력을 위해 접촉하기도 했다. 로스차일드 은행은 중국 생명 보험측이 해외 확장을 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제의했고, 중국 생명보험쪽도 해외 확장과 국제 경험을 진작시키기위해 이러한 로스차일드측의 제안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왜 이 거래가 무산된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최근의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핑 안 보험(Ping An Insurance)이나 2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 투자 공사(China Investment Corp: CIC)의 해외투자가 막대한 손실을 낳자 최근 중국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투자에 대해 엄격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핑 안은 벨기에-네덜란드 금융서비스업체인 포르티스(Fortis NV)에 투자했다 실패했으며, CIC는 블랙스톤(Blackstone)과 모건 스탠리에 투자했다 엄청난 손실을 봤다.
실제, CIC 의장인 루 지웨이(Lou Jiwei)는 작년 12월, 선진국 금융기관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약간 석연치 않은 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 거래가 무산되는 과정이 그렇다.
중국은행 대변인인 왕 자오웬은 로스차일드가의 해당 은행 지분 20%를 사들이려던 계획을 폐기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로스차일드가와 다른 형식의 사업 협력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China Daily>와의 통화 인터뷰 당시엔 "우리는 마감시한전까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거래는 자동으로 무효가 되버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에 따르면, 중국 은행측은 이번 거래 취소 여부에 대한 딱부러진 설명을 정부로부터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왕 대변인은 "이번 거래를 재협상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지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은행 대변인의 말을 자세히 고려해보면, 중국은행측이 로스차일드가와 차후 협력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로스차일드 은행 대변인도 AFP와 인터뷰에서 거래 무산의 책임을 중국 규제당국에 돌리면서도 "[거래 무산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협력은 계속되어야한다. 그 이유는 양 은행의 상호 관계가 좋기 때문"이라며 중국 은행측과의 협력을 희망했다.)
지난 4월 1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묵고 있는 호텔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방문해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과 아예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당초 후 주석의 일정에 미국, 영국, 러시아, 한국 정상과의 회담은 포함돼 있었지만,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
이 회동 전에 중국 은행과 로스차일드가 간의 거래 무산이 발표되었다는 점과 함께 서둘러 양국 외교부가 프랑스와 중국간 고위급 대화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그럴 개연성이 높다.
이런 정황을 생각해보면, 이 거래를 무산시킨 중국측의 "이상한" 모양새는 발표대로 협상무산일 수도 있지만, 로스차일드가에 대한 협상력을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한 전술적 차원의 행동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 지도층 사이에 실제 의견차이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래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보인 중국 규제당국의 모호한 태도도 그렇지만, 작년 합의 당시 <타임>지 보도를 주의깊게 살펴보면, 당시에도 중국 지도층내에는 이 거래를 둘러싸고 의견차이가 있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합의 당시 샤오 강 중국 은행장은 “이러한 파트너쉽은 중국 은행의 국제적 개발 전략의 일부다. 우리는 자산관리 사업과 개인 금융업 분야에서 우리의 상품설계능력을 강화하고 우리의 고객들에게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더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샤오 강 중국 은행장은 중국 은행측은 인수합병에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해외로 사업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주 민 (Zhu Min) 중국 은행 부행장은 샤오 강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로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거래의 촛점은 중국 은행이 국제화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 현지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주 민 부행장은 중국 은행측은 금융 위기에 빠진 서방 은행의 난처한 처지를 이용할 생각이 없다며, "우리는 아직 그럴 능력이 없다"고도 분명히 못박았다.
중국 금융업의 향후 전략에 대해 같은 은행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주 민 부행장은 250여년간 국제 금융업에 종사해온 로스차일드가의 명성과 역사만 믿지말고 관련 로스차일드 은행의 회계 감사 자료를 철저히 검토하고나서 협상에 최종 사인해야한다고 완강하게 주장했다.
주 민 부행장의 발언은 상대가 상대인 만큼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주문인 셈이다.
가능성이 좀 희박하기는 하지만, 중국측이 거래 당사자인 로스차일드가 은행에서 재정적 문제를 발견했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 협상 당시에도 로스차일드측은 이번 거래가 금융위기로 인한 로스차일드의 재정적 타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으며, 거래 무산 뒤에도 "우리는 새 자금이 필요치는 않기 때문에 이번 거래의 실패로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설사 로스차일드가 소유의 은행에서 재정적 문제를 발견했다쳐도 중국 당국의 입장에서는-향후 로스차일드가와의 협력을 고려한다면-이러한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의 수면 아래에서 몇가지 흐름들이 변주를 모색하고 있는데, '금융영토'를 둘러싸고 로스차일드로 대표되는 서방 금융세력과 중국의 갈등과 타협도 이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중국 금융시장의 빗장을 풀려고 하려는 서방 금융세력과 변화의 입구에 서 있는 중국, 그 양자의 역학관계가 진행되는데따라 그 미묘한 변화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