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휘장 달고 떠내려온 시신 송환 요청에도 답 없는 북한이다.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2022. 11. 11.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통일부가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여성 시신 1구를 북측에 송환하겠다는 내용의 대북 통지문을 발송하려 했지만, 북한이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송환이 성사되면 남북은 그간 시신 인도가 이뤄져 온 판문점을 통해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가까이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북한이 문을 열지 주목된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11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부는 지난 7월23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군남댐에서 발견된 사체가 북한 주민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를 어제(10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사체 및 유류품을 17일 판문점에서 북측에 인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한적십자사 회장 명의 통지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측이 아직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인수 의사를 밝힐 경우 통일부는 판문점을 통해 북한 주민으로 추정되는 사체와 유류품을 인계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여름 군남댐 하류변의 수풀에서 야영객에 의해 발견된 시신은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다만 상의에 김일성 북한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이 담긴 배지(휘장)를 착용한 점을 통해 북한 주민으로 추정됐다. 이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식을 거쳐 내국인의 DNA와 일치하는 내용이 없다는 최종 결과가 나오자, 이를 통일부에 통보했다.
남측이 북한에 시신을 인도한 건 2019년 11월 서해에서 발견된 시신 1구가 마지막이다. 이후 북한은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열차가 러시아 국경을 통과한 것으로 포착되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국경 봉쇄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현재 시신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북측에 인도된 북한 주민 추정 시신은 총 23구로 집계됐다. 북한은 대체로 우리 측의 시신 인도 제안을 수용해 왔지만 2017년 2구, 2019년 1구 등 3구에 대해서는 무응답으로 일관한 탓에 인계하지 못하고 우리 정부가 자체 처리한 바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