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城)에 둥지를 튼 까마귀를 잡는 방법
영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 어느 성주는 성 중심의 처마 끝에 둥지를 틀고 있는 까마귀가 매우 신경이 쓰여 마침내 까마귀를 퇴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 까마귀는 매우 꾀가 많았다. 성주가 둥지로 접근하려고 하면 그 순간 까마귀는 눈치를 채고 재빨리 근처에 있는 높은 나뭇가지로 도망을 쳤다. 성주가 다시 나무 가까이 다가가면 까마귀는 그를 비웃기나 하듯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며칠 후 성주는 한 가지 계략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한 사람이 까마귀 둥지 옆에 숨어 있다가 둥지로 돌아오는 까마귀를 덮쳐서 잡는 것이었다. 이렇게 사전에 모의를 한 성주는 시종 한 사람과 함께 성안으로 들어갔는데, 까마귀는 예상대로 근처에 있는 나뭇가지로 도망을 가 버렸다. 그것을 확인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까마귀의 뒤를 좇아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성 안 둥지 옆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성으로 되돌아 오는 까마귀를 덮치기로 하였다.
그런데 영리한 까마귀는 나머지 한 사람이 성 밖으로 나올 때까지 조금도 나뭇가지에서 따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 사람이 함께 성 안으로 들어가서 두 사람이 성을 빠져 나오면 까마귀가 속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정도가 되면 웬만한 사람은 포기할 법도 한데, 화가 난 성주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였다. 이번에는 네 사람이 들어가 세 사람이 성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까마귀는 역시 속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성주는 시종 한 사람을 더해 다섯 사람이 성 안으로 들어가 네 사람이 되돌아왔을 때,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그토록 꾀가 많은 까마귀도 '다섯 사람과 네 사람'은 구별하지 못하는지 성 안 둥지로 날아들었다가 결국 '잡히는'신세가 되고 말았다.
「네개와 다섯개」의 구별이 어려움을 이야기해 주는 사례이다.
대부분의 새는 네 개 이상의 수를 구별하지 못한다고한다. 예를 들면, 어미새의 눈을 피해 알을 훔치려고 할 때 알이 네,다섯개 있는 경우에 그 중 한 개가 없어져도 어미새는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인간이 수를 표기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네개까지는 똑같은 길이의 성냥개비를 가지고 세로로 늘어놓든 가로로 늘어 놓든 곧바로 그 수를 파악하기가 쉽지만 다섯개부터는 그렇지 않다. 성냥개비의 방향을 바꾸어 놓음으로써 보는 사람이 파악하기 쉽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인간도 '다섯개'이상의 수에 대해서는 한 눈에 쉽게 구별하기가 곤란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인간의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수를 말로 표기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