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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회 충북도민체전에서 옥천군 볼링협회가 군 볼링 역사상 최초로 종합 1위를 달성했다.
“약속 지켰죠? 지난번 인터뷰에서 도민체전 종합우승하겠다고 했잖아요. 우리 한다면 해요.”
김현경 사무국장, 우수진 선수가 활짝 웃으며 자랑스레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도민체전 종합우승’은 옥천 볼링 역사상 최초다. 더구나 단 1점 차이로 거머쥔 우승이다. 결과 발표가 나오자, 볼링협회 김순수 회장은 기쁨으로 가득 찬 눈물을 흘렸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상으로 고생한 선수들, 힘들어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의 모습이 스쳐 갔다. 1996년도부터 하위권을 전전했던 서러움도 떠올랐다. 그동안 인프라나 선수영입 등에서 우위였던 청주라는 큰 벽을 넘어, 평생의 목표를 달성했다.
■ 대회 참가에 의미 뒀던 볼링, 지역주민의 자발적 후원으로 모인 ‘기금’으로 반등
도민체전 종합우승은 하루아침에 달성한 업적이 아니다. 옥천군 볼링의 역사는 꽤 깊다. 군내 볼링장이 처음 들어선 게 1993년이다. 그에 발맞춰 직장인 클럽, 부부 클럽, 주부 클럽, 레이디 클럽 등 각자의 사정에 맞는 각종 동호회가 생겨났다. 볼링장이 생긴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동호인이 300여명에 육박했고, 그 성원에 힘입어 충북볼링협회 옥천군지부가 창립됐다. 이후 동호인이 500여명에 달하자 클럽 회원들이 2~3주에 한 번씩 자체 평가전을 열고, 매월 1차례씩 클럽 대항전을 치를 정도로 볼링의 인기는 대단했다. 매주 화요일엔 ‘화요 나이트게임’이 펼쳐지기도 했다.
현재 볼링은 도민체전에서 옥천의 대표 효자종목으로 불리지만, 서러움 가득했던 시절도 있었다. 도민체전 시범종목으로 선정된 1996년과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7년쯤에는 성적이 늘 하위권을 전전했다. 그때부터 경기를 다녔던 김순수 회장의 자존심이 상할 정도였다. 군내에 하나뿐인 볼링시설은 동호인의 넘치는 열정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볼링 인구가 외부로 유출됨과 동시에 경기침체로 인한 어려움이 더해져 볼링의 기세는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했다.
이때 볼링에 애정을 가진 동호인과 주민들, 협회 이사진이 나서서 가라앉은 볼링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이사진들의 기부로 시작해 ‘후원발전기금’ 조성에 나섰던 것. 후원발전기금 마련은 ‘볼링활성화를 위한 우수볼러초청대회’와 함께 진행됐다. 첫 대회를 통한 수익금 64만원과 후원발전기금 237만5천원 등 모두 301만5천원의 발전기금을 마련했다.
볼링협회 김순수 회장은 “2001년도쯤 대회에선 대한볼링협회에서 인증받은 공만 쓸 수 있어서 대회에 나가려면 공을 새로 사야 했는데, 기금으로 공을 마련해서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기금을 마련한 건 다른 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전문코치를 초청한 체계적인 훈련과 연합회의 지원을 바탕으로 볼링은 정상권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다. 2003년부터 각종 대회에서 종합준우승을 휩쓸다가 2015년에는 생활체육볼링대회에서 종합우승을 기록하기도 하며 저력을 드러냈다.
■ 인대파열, 청심환 복용... 부상과 긴장감 딛고 이뤄낸 도민체전 종합우승
선수들은 그동안 다른 대회보다도 ‘도민체전’ 종합우승을 간절히 바라왔다. 도민체전은 각 시군에서 최고의 선수들만 선발해서 대표팀 한 팀으로 꾸려지는 만큼 치열하고, 우승 결과 또한 값지기 때문. 그만큼 이번 결과는 옥천 볼링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임이 분명하다.
제62회 충북도민체전에서 옥천군 볼링이 종합 1위를 기록한 가운데, 군 대표로 ▲여자 단체 △김해정 △이상년 △이정숙 △우수진 ▲남자 단체 △김성진 △김세환 △박재범 △장동식 선수가 출전했다.
경기는 첫날 오후 여자 개인전, 둘째 오전 남자 개인전, 둘째 오후 여자 단체전, 마지막 날 남자 단체전으로 진행됐다. 여자 개인전과 남자 개인전에서 우수진 선수, 박재범 선수가 은메달을 확보했고, 여자 단체전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우수진 선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습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음에도 은메달을 획득해 감회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받은 격려와 응원에 그 고마움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고.
“우리 첫째 딸이 최근에 인공와우 수술(청각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와우이식기를 이식하는 수술)을 했어요. 청각장애가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를 돌보느라 연습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어도 딸한테 엄마가 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우수진 선수)
여자 단체전은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냈지만, 경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정숙 선수는 경기 초반 부진했던 성적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 마음을 다잡았고, 이상년 선수는 청심환을 먹고 경기할 정도로 떨림이 심했다고.
“다른 선수들은 평소처럼 잘 해줬는데, 제가 세 게임까지 평생 쳐보지도 않은 점수가 나와서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어요. 그때 순위가 6위였나, 8위였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네 명이 전부 다 올커버를 한 거예요. 극적으로 준우승을 했다고 봐요.”(이정숙 선수)
“경기할 때 무슨 정신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너무 떨리고 힘들었어요. 몸도 마음 같지 않고,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데 친 거예요.”(이상년 선수)
이에 대해 김현경 사무국장은 “이렇게 떨린다고 말해도 실력은 어디 안 가요. 이상년 선수는 우리 옥천에서 여성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퍼펙트게임(12번 연속 스트라이크)을 기록한 유일무이한 선수예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긴장감을 극복한 여자 단체의 활약으로 이뤄낸 은메달 덕분에 둘째 날 합산 점수가 청주와 동점으로 1위를 달리던 상황. 마지막 날 치러지는 남자 단체전이 이번 대회의 운명을 좌우했다.
“사실 남자 단체가 그동안 성적이 좋았어요. 도민체전에서 재작년 금메달, 작년은 은메달을 땄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 팀 에이스인 김세환 선수 오른팔 인대 3분의 2가 파열돼서 제 실력 발휘를 못 했어요. 이번 경기하면서 계속 생각했던 건 순위를 떠나서 ‘무조건 청주만 이기자’였어요.”(박재범 선수)
부상 투혼을 마다하며 치렀던 경기에서 단 하나의 바람이 통한 걸까. 남자 단체전은 옥천 5위, 청주 6위로 경기를 마무리해 청주를 꺾는 데 성공했다. 남자 단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올 수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청주를 제치고 ‘종합우승’을 했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이번 우승이 가능했던 이유로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김순수 회장, 김현경 사무국장, 볼링 동호인들, 서로를 위하는 팀 분위기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볼이 마음처럼 안 나가서 점수가 안 나와도 우리끼리 절대 질타하거나 그런 말은 안 해요. 점수를 못 내는 선수가 얼마나 더 속상할까, 그 마음을 보듬어 주고 그러죠. 경기가 정말 힘들어도 팀원들, 회장님, 사무국장님 덕분에 버텨요.”(김해정 선수)
“94년부터 볼링을 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만 빼고 모든 경기에 다 출전했어요. 다른 지역을 봐도 다 세대교체가 됐고, 그때부터 했던 선수는 저만 남았어요. 이렇게까지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건 다 김순수 회장님 덕분이죠.”(박재범 선수)
■ 노인, 학생, 장애인 등 생활체육 변방에 있는 이들을 위해 힘쓴 볼링협회
사실 볼링협회는 선수들의 열정을 단단히 뒷받침한 것뿐 아니라, 학생, 노인, 장애인 등 소위 지역 생활체육 비주류라고 불리던 이들을 위해 힘써오기도 했다. ‘살아있는 옥천 볼링계의 역사’라고 불리는 김순수 회장은 2010년 볼링협회장 자리에 앉은 이후부터 누구나 마음껏 볼링을 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노인, 장애인, 학생 등 볼링을 많이 치는데, 사실 이분들에게 볼링에 드는 비용이 부담되거든요.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까 계속 고민했어요. 군 복지 차원에서라도 ‘군립’ 볼링장이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한 이유예요.”(김순수 회장)
취임할 때부터 10년이 넘도록 염원했던 군립 볼링장 건설이다. 볼링을 사랑하는 동호인들, 특히나 장애인, 노인, 학생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볼링장으로 모여들었기에, 저렴하고 깨끗한 공간에서 볼링을 즐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싶었다. 오래도록 염원했던 군립 볼링장은 올해 첫 삽을 뜨길 기다리고 있다. 140억원(국비 42억원·도비 49억원·군비 49억원)이 투입되는 향수공원 옥천다목적체육센터 지상 1층에 850㎡ 규모 볼링장(12레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10년 넘게 외친 볼링장이 드디어 첫 삽을 뜰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볼링장이 얼른 지어져서 어르신, 장애인, 학생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김순수 회장)
더불어 올해 볼링협회의 주된 관심사는 학생 볼링이다. 볼링을 즐기는 학생들이 게임비 부담을 덜고 마음껏 볼링을 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었기 때문. 이를 위해 협회 자체 예산을 기꺼이 사용하고, 군에서 진행하는 동아리 활동 사업도 지원해 예산을 확보했다. 본격적으로 학생 볼링대회 정착에도 나선다.
“회장님 목표가 올해부터 학생들 대회 정착시키는 거예요. 지난 협회장기 때 학생부를 신설했고, 이번 여름방학 때는 체육회에서 학생 볼링대회 예산을 받아서 학생부 대회도 개최할 거예요.”(김현경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