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용기
주연 : 신현준, 김원희, 김수미, 탁재훈, 임형준
장르 : 드라마, 코미디
영화 <가문의 위기>(정용기 감독)를 보고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은 조폭 코믹 영화 <가문의 영광> 2탄이 제목을 <가문의 위기>로 그럴듯하게 바꾸어 나왔다. 얼굴 표정은 거의 없는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오고 이번엔 며느리 후보로 깡패 잡는 검사가 등장하는 것이 전편과는 조금 다른 점이다. 전편에서 조폭 집안의 특이한 막내 딸로 나온 김정은의 연기가 주목받았다면 이 영화에서는 주연보다는 오히려 톡톡 튀는 캐릭터의 조연들이 화려했다. 사투리에 욕설 자주 나오고 성적 묘사에 후반엔 감동으로 끝나는 것이 뻔한 조폭 코미디영화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 영화에는 그리 쉽게 예상하기 힘든 반전이 있다. 조폭 가문이 직업을 아예 바꾸는 것이다. 룸살롱을 하다가 사랑나누리라는 사회사업으로 직업의 대 전환을 하는 것이 이채롭다. 별로 건질 것 없는(?) 코미디 영화에서 얻은 수확이 바로 이것이다.
그쪽에서는 명문이라는 백호파의 대모 홍덕자 여사는 환갑을 앞두고 걱정이 하나 있는데 첫사랑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아예 결혼할 생각을 않는 큰 아들의 배필을 구하는 것이다. 둘째와 셋째 아들에게 홍덕자는 환갑 때까지 무조건 큰 며느리 감을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하필 그 며느리가 바로 ‘공무원’이었다. 그것도 조폭 잡아들이는 강력계 검사!
검사인 김진경은 함정수사를 하다가 백호파의 큰아들 장인재에게 도움을 받고 둘은 친해진다. 먼저 김진경이 고민 끝에 검사임을 밝혔으나 장인재는 조폭임을 밝히지 못하고 있을 때 수사과정에서 장인재가 백호파의 핵심임이 밝혀져 김진경은 고민한다.
김진경을 첫사랑과 닮은 여인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 장인재는 김진경에게 건넨 다른 사람의 명함 속의 사회사업가로 변신할 결심을 한다. 룸살롱을 처분하고 그 돈으로 사회사업하는 회사를 만들어 집안을 발칵 뒤집는다. 가문의 영광을 이어나가지 못할 가문의 위기라며 동생들은 반발한다. 그러나 어머니 홍덕자는 아들의 편지를 받은 후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도 40년 동안이나 문신 때문에 공중목욕탕에 가보지 못한 일을 후회하며 아들을 따라 개과천선하고 평범한 노후를 보낼 결심을 한다.
김진경에게 앙심을 품은 상대파의 함정에 빠져 구속된 장인재. 그것도 김진경이 그를 체포하게 되자 김진경은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5년 간 몸담은 검찰을 떠난다. 여수로 내려가 홍덕자에게 보낸 장인재의 편지를 보고 장인재의 회심에 감동한 김진경은 변호를 자처한다. 선배 검사이자 김진경을 사랑하던 사람이 장인재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협잡한 증거 테이프를 찾아내어 결국 멋지게 승소한다.
백호파의 두목 홍덕자는 조직원들에게 금일봉을 주면서 해단식을 가진다. 이별을 슬퍼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순해 보이는 깍두기들 사이로 비치는 표어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새 사람으로 거듭나자!” 아니 웬 수련회 주제인가? 복지 재단 사랑 나누리의 명예 총재로 홍덕자 회장이 취임하고, 사랑 나누리 여수지부의 대표로 장인재의 동생 장석재가 취임하고 이 가문은 이제 이렇게 사회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을 돕는 가문으로 거듭났다.
깡패 가문의 위기는 이렇게 직종을 완전히 바꾸는 업그레이드의 기회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코미디 영화의 반전 치고는 매우 재미있고 유익하다. 그러니 코미디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으나 사람들 등쳐먹고 술장사 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개과천선할 수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탁월한 전직(轉職)이고 바람직한 직업선택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 등쳐먹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꽤 많다. 드러나는 조폭들만이 아니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질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백호파 사람들처럼 회심해야 한다. 그 회개를 우리 사회가 반길 것이고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크리스천이라고 하면서도 세상에서는 전혀 딴 마음으로 엉망인 직업인으로 사는 사람들, 그들도 백호파처럼 회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