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순종 본받아 어려운 이웃 찾아나서
글/최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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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잊은 채 활기차게,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교회 안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며, 보람찬 인생으로 노년의 아름다움을 펼쳐가는 화정동 성당 탄복하올 어머니 쁘레시디움 서기 백금안 세실리아 자매(66세). 해체 위기에 처한 쁘레시디움만 찾아다니며 레지오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해왔다는, 일명 ‘땜방 자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린 시절 독실한 카톨릭 집안인 외가에서 평생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것들을 많이 배웠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대신 세례명을 부르는 외가 가족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에 이끌렸다, 하느님의 목소리가 모세에게 들렸듯이 고3때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는 체험으로, 예수의 기적이 자신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고, 1962년에 영세를 받았다.
선배의 권유로 1985년 5월에 레지오에 입단하여 짝꿍과 첫 활동을 나가던 날, 그는 예수님과의 뜨거운 만남을 체험했다. 활동 대상자 주소지를 찾기 위해 짝꿍단원이 부동산에 들어간 사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성큼 다가와 배가 고프다면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걸인의 딱한 처지를 헤아려 식사비를 주었다.
며칠 후 등굣길 수많은 인파와 뒤섞여 있었는데, 구름위에 떠있는 듯 그분의 얼굴이 예수님의 표정처럼 화사하게 나타났다, 서로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았던 순간. 그룹성경 공부를 하면서 그분을 통해 예수님과 첫 번째 만남 이였음을 깨달았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분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눈시울을 적신다. 자매는 그 일로 주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격하여 구원받았고, 지금 까지 봉사의 길을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 평 남짓한 허름한 집, 방과 부엌과 마루엔 냉기가 가득하고 자기 나이도 모르고, 실명 직전에 놓인 고아 출신 연탄 배달부인 한 청년을1989년 단원을 통해 소개 받았다. 그는 많은 사연을 품고 말없는 아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고 있었다, 그를 도와 줄 후원자를 찾아 수술을 받도록 했다, 퇴원해 건강이 회복되자 예비자 교리반에 입교하여 바오로라는 본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청년의 모습 속에서 ‘믿음만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했다,
암으로 고통 받는 아네스 자매에게 방문 갔을 때,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던 자매는 입 안에 침이 거의 없이 바짝 말라있고, 바짝 타들어가는 입술에 남편은 자기 침을 발라 적셔주는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하여, 사후까지 돌봄을 했던 결과, 형제는 정년퇴직 후 영세 받고 열심 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가정은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한동안 잠겨 있던 말문을 열었다,
“성모님의 군사들은 순종이 가장 으뜸가는 덕목이며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 레지오 단원의 임무라고 교육을 통해 수없이 배워 왔습니다, 그래서 거역하지 못하고 임무 수행을 하다 보니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에게 사랑을 흠뻑 주지 못했고, 하교에 집에 오면 반겨줄 엄마가 없었으니 어린 아들에게 미안 했습니다. 엄마의 얼굴만 봐도 목소리가 커진다는 시기인 어린 아들에게 미안했습다. 그러나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식입니다.”
그는 또 “지금까지 맘고생도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 맘고생이 내게는 채찍질과 같은 것”이라며 “지나온 순간은 다 잊고 가려고 합니다. 인생에서 과거만 기억한다면, 세상에 등대가 되어야할 레지오 생활에 방해가 되리라고 봅니다”라고 강조한다.
(“내 힘 다할 때까지 성모님 군단으로 활동할 것”)
단장으로부터 배당받은 활동을 나갈 때면, ‘그래도 내가 세상을 좀 더 기쁘게 만들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며 “가끔 노인분들이 내 손을 꼬옥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때는 가슴이 벅찰 때도 있다”고 전했다. 어려운 이웃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을 갖고 있는 단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앞으로도 많은 레지오 단원들이 봉사라는 개념보다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봉사활동과 사목협력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백금안 자매는 “내가 힘이 다하는 날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다” 며 “내 몸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성모님 군단으로서 활동 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이 모든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레지오 수첩 앞장까지 빽빽하게 적어놓은 활동 내역들을 보면서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과 희생을 몸소 실천해온 자매님의 희생정신이 세상의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순교자의 어머니 꾸리아 단장 이미경 베로니카는 “꾸리아 단장 자리를 나에게 물려주고 위태로워지는 쁘레시디움으로 전입하여 레지오 확장을 위해 단원 모집과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을 보면 멋있게 노년의 인생을 보내는 것 같아 아주 부럽다”는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인영 안젤라 쁘레시디움 단장은, “힘없는 약자를 배려하는 자세로 이웃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믿음직한 모습으로 보인다” 며 “즐거운 마음 자체가 활력소이며,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사는 것이 봉사의 원천인 것 같다” 고 말한다.
백금안 세실리아 자매는 김형균 스테파노 형제와 두 자녀와 함께 단란한 성가정 안에서 나아가 이웃에게도 인간생활의 중심이며 한 사람의 가치가 실현되고 완성되는 성가정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과수원에 농익은 과일마냥 인생을 잘 가꾼 자매님의 얼굴에 완숙과 향기가 기자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고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2013년 2월호 월간 잡지에 실린 원고 입니다
의정부 교구 최 태용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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