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비교적 짧은 글로써 자신의 삶과 체험을 개성적, 관조적으로 자유롭게 진솔하게 나타낸 산문 형식의 한 장르이다.
나. 수필의 語源
수필은 서양어로는 essay이고 동양어로는 隨筆이다.
에세이는 프랑스의 몽테뉴에서 비롯되었고 시론(試論), 시도(試圖)라는 뜻이고 이것이 영구으로 건너가 발전되어 온 형식이다.
동양의 경우 '隨筆'이란 용어를 맨 처음 사용한 이는 12세기 남송(南宋)의 홍매(洪邁)(1123∼1202)로서 그가 쓴 「容 隨筆」에 연유한다.
한국의 경우는 李仁老의 파한집(破閑集, 1260)을 수필의 범주에 넣을 수 있으며 용어상으로 조성건(趙性乾)의 한거수필(閑居隨筆, 1688), 연암 박지원(蓮岩 朴趾源, 1737∼1805)일신수필(馹訊隨筆) 등을 들 수 있다.
본래 에세이는 '시금(試金)', '계획(計劃)'의 의미를 가진 말로 '계량(計量)하다', '음미(吟味)하다'의 뜻을 지닌 라틴어의 「엑시게레 exigere」라는 어원에서 나왔다.
처음 쓴 사람은 프랑스 몽테뉴이고 다음에 에세이라는 말을 써 넣어 이 용어가 쓰이도록 한 사람은 영국의 베이컨이 「명상록」이란 의미로 썼다.
다. 수필의 종류
(1) 수필과 에세이
「영어의 essay라는 말에는 '評論'이라는 뜻과 '隨筆'이라는 뜻의 두 가지가 있다.
에세이를 보통 수필이라고 번역할 때, 평론부문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내용의 수필을 의미한다.(文德守, 「現代文章作法」, 서울靑雲出版社, 1964, p 261)"수필은 동양적인 에세이요, 에세이는 서구적 수필"이라고 윤오영씨는 말했다. 프랑스의 R.M 알베레스는 "에세이는 그 자체가 원래 지성을 기반으로 한 정서적 신비적 이미지로 된 문학"이라고 설명했으며 일본의 요시아 세이이찌(言田精一)는 "수필론에서 에세이는 구분해서 정의할 수 없다."고 정의했다.
(2) formal essay와 Informal essay
㈎ formal essay
객관적 진리와 무게있는 지식은 정연한 논리적 전개를 통해 나타낸 글(重隨筆, 논리적수필 輕隨筆)
㈏ Informal essay
독자들의 마음을 자극하지 않고 정서와 기쁨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글( 經隨筆, 서정수필 軟隨筆)
영문학에 있어서 유달리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에세이는 포오멀 에세이(formal essay)와 인포멀 에세이(Informal essay)로 나뉘어져 있다. 이 두 종류는 내용과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전연 다른 것으로 그 후자가 우리가 말하는 수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인포멀'이란 말은 正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은 그 내용에 있어서 객관적 진리와 무게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독자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독자를 자극시키지 않고 마음을 늦추게 하는 글이다. 한가한 시간에 쓰여지는 글이며, 한가한 시간에 읽는 글이다.
이 에세이는 논문이 아니므로 무엇을 증명하거나 어떤 결론에 도달하여 필자의 주장을 독자에게 설명을 시키려 들지 않는다. 정연한 논리적 전개를 필요로 하지 않
으며, 오히려 遠廻와 脫線을 하다가 제길을 찾아 들어서는 버릇이 있다. 명상적이요, 철학에 가까운 경우에 있어서도 결코 조직적 체계를 설립시키지 아니한다. 그리
고 포멀 에세이는 반드시 정확해야 할 引用句, 引喩, 參照 등도 어느 정도의 誤診은 容認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 포멀 에세이는 횡설수설하는 잡담은 아니다.
(3) essay 와 Miscellany
'수필'이라는 말에 해당하는 외국어로는 Miscellany와 essay가 있다.
㈎ Miscellany
우리 나라에서 흔히 통용되는 수필은 Miscellany에 속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身邊雜記나 感想文, 雜文을 일컬어 Miscellany라고 하는 데 그에 비추어 우리 나라에 쓰는 수필은 역시 그에 속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부드럽고 정서적인 문체로서 엮어가며 스스로의 見聞 또는 感想을 우리의 수필은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 essay
Miscellany에 비하면 어떤 문제를 놓고 논의하는 小論文, 論說에 가까운 것이다.
중국의 예를 빌린다면 論, 啓, 議, 書, 序記, 說 같은 것이 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라. 수필의 특성
(1) 산문(散文)의 문학(文學)
산문 정신이 강한 글, 소설, 희곡이 조탁(彫琢)된 글이라는 인상이 짙고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구성을 나타내지만 수필은 소재를 자기 생각에 나타나는대로 표현한 글; 자기 생활을 계획적인 의도없이 사실대로 드러낸 글이다.
(2) 고백적(告白的) 자조문학(自助文學)
소설과 희곡에서는 표현 뒤에 주제를 숨기지만 수필은 겉으로부터 그것을 드러낸다.
픽션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마음을 드러낸다. 자기의 취미, 지식, 이상,정서,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 등과 습관까지도 솔직하게 노출시킨다.
스필쓰기는 자신의 삶과 인생을 진실의 거울 앞에 비춰보이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진실이 바탕이 된다. 수필이 '고해성사(告解聖事)'라는 것도 진실에 입각한 고백적 자조문학임을 말한다. 수필은 ' 넌픽션'이라는 특징을 나타낸다.
(3) 무형식(無形式)의 형식문학
수필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글을 말한다. 시, 소설, 희곡에 비하여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에 형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형식은 내용 즉, 정서, 상상, 사상을 예술화하는 그릇이므로 어떤 장르이든 문학형식의 제약을 받지만 수필은 비교적 제약을 덜 받고 자유롭게 써 갈 수가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예컨대 구성이 없는 문학장르가 있을 수 없지만, 수필엔 의도성, 계획성보다 써내려가는 중에 지연스럽게 구성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조화의 미와 작자의 체취와 멋을 드러낸다.
(4) 다양(多樣)한 제재(題材)의 문학(文學)
수필은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무엇을 담든 필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 자연풍물, 신변잡사와 보고 느낀 것 모두가 수필의 조재가 된다.
다만 이를 가지고 어떻게 '수필' 로 빚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필자의 솜씨의 경지에 다라 달라진다. 산문시적 수필이 된 수 있고, 유머가 흐르는 경쾌한 산문이 된 수 있고, 운취가 그윽한 서정수필, 논리정연한 논리수필, 예리한 비판정신이 번쩍이는 비평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주변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원대하고 심오한 사상, 철학에 이르기까지 양한 소재를 담을 수 있는 문학이다.
(5)해학(諧謔)·비평정신(批評精神)의 문학(文學)
수필은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냉철한 비판정신과 내일을 제시해 주는 지표가 깃들어야 한다.
유머, 지혜와 위트, 비판정신은 수필의 본질이다.
(6) 개성의 문학
수필은 자신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학이다. 자신의 주장, 주의, 세계, 발견,명상, 습관, 체취 등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데서 수필의 묘미가 있다.
따라서 자신만의 독자성과 체험의 세계, 정서의 시계를 펼치는 것이야말로 수필의 개성(個性)을 꽃피우는 일이다.
(7)경지의 문학(文學)
수필은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인생을 담는 그릇이므로, 인생경지에 따라 수필의 경지가 그대로 반영된다. 시, 소설, 희곡은 작가와 작품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도 되지만, 수필은 곧 자신(삶과 인생)이므로 작가와 작품은 일체이며 동일시된다.
심오한 사상, 고매한 인품, 유머와 위트, 다양한 체험, 폭넓은 지식, 따뜻한 인간애 등이 좋은 수필가가 될 수 있는 요건이 되며, 이를 갖추기 위해 부단한 인격의 도야 훌륭한 인생연마가 필요하다.
좋은 수필을 만난다는 것은 곧 좋은 인간을 만난다는 것을 말한다.
수필의 경지는 바로 인생의 경지를 뜻한다.
수필이 경지의 문학인 까닭에 완성의 문학이 아니라, 깨달으며 완성을 향해 나가는 구도의 문학인 것이다.
첫댓글 좋은 수필에선 삶의 향기가 느껴지지요..예전에 교과서에 실렸던 정말 주옥같은 수필들..이효석 이양하 페이터 피천득...갑자기 잘 쓰여진 수필이 읽고싶어집니다..수필을 구도의 문학이라고 표현한 마지막 대목이 참 인상적인 글이네요..
삼라 만상이 곳 수필이겠죠 일정한 형식은 없지만 나름대로 형식을 갇추고 사니까요 도심속에 수만은 사람들 모두가 엉키고 설키지만 모두가 자기성품대로 하나도 엉킴없이 살아가듯이"잉불잡란 격별성"..금천님 글 잘읽고 갑니다...관세음보살___()
'붓 가는 대로...'의 편안함만 좋아해서 수필을 좋아한답니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관세음보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