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하던 MG42기관총에 대해서 가장 강렬하게 인상을 받은 이는 바로 피해당사자인 연합군 병사들이었다. 특히 M1919나 BAR(브라우닝 자동소총)처럼 나름대로 훌륭한 지원화기를 보유했다고 자신만만하던 미군이 경험한 MG42의 뜨거운 맛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옥이었다. 이처럼 너무나 심한 고통을 안겨준 적의 무기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부러움이었다.
미군은 즉각 MG42의 복제에 나섰다. 평시라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자력 개발에 나섰겠지만 이보다 강력한 다목적기관총을 당장 만들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핵심은 7.92×57mm 마우저탄 대신 기존 미군의 제식탄인 7.62×63mm 스프링필드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개발 주체를 변경하면서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는 6개월 만에 실패로 막을 내렸다.
미터법으로 표시된 치수를 인치법으로 변환하는데 실수하여 그랬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기술력이 부족하여 실패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 터득한 많은 노하우와 전후 패전국으로부터 노획한 여러 정보는 이후 새로운 기관총을 개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기관총이 현재 국군도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M60 다목적기관총 (GPMG-General-purpose machine gun)이다.
M60은 사격 훈련 중인 대한민국 해병대. 1974년부터 라이선스 제작하였을 만큼 우리나라도 M60의 주요 사용자였다.
본받을 대상
당초 당국의 요구는 한마디로 미군 규격에 맞는 MG42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목표를 쉽게 이룰 수 없었다. 우선 MG42가 일선의 보병들과 함께 이동하며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함부로 흉내 내기 힘든 부분이었다. 사실 경기관총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총은 주로 거점에 거치해 놓고 사용하는 방어용 장비였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종종 사수들이 들고 공격에 나서는 MG42는 그러한 편견을 단번에 깨버렸다.
독일의 MG42 기관총. M60의 벤치마크 대상이 되었다.
물론 소총처럼 쉽게 휴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기관총들에 비한다면 이는 대단한 발전이었다. 2차대전 당시까지 미군이 사용하던 M1919로는 그렇게 작전을 펼칠 수가 없어 보병들의 공격 시에는 BAR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하지만 MG42와 BAR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아무리 BAR가 좋다 하더라도 자동소총이었으므로 근본적으로 기관총의 역할을 대신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MG42는 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으면서도 성능이 좋았다. 그런 점에서 MG42는 대단한 히트작이었다. 그렇다 보니 나중에 개발에 나선 M60은 적어도 MG42가 가진 장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당연히 MG42는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사실 경쟁 상대의 좋은 무기를 카피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전쟁은 체면치레를 생각하며 벌이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의 기술을 발판 삼아 탄생하다
더불어 팔슈름야거(Fallschirmjäger-독일 공수부대)가 사용하던 FG42 자동소총도 새로운 기관총의 개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FG42는 단가가 비싸고 구조가 복잡했으며 성능도 만족스러운 편이 아니어서 생산량이 5,000정 밖에 되지 않은 실패한 소총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사용된 가스작동방식과 소염기를 이용한 반동과 화염 축소 기술은 상당히 유용하였다. 이런 기술들을 이용하여 탄생한 초도 모델이 T-44였다.
독일의 MG42와 FG42를 참조하여 제작한 실험 모델인 T-44. 정식 제식화에는 실패하였지만 M60개발에 커다란 밑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조작이 불편하고 잔 고장이 많아 실패로 막을 내렸다. 가장 큰 문제는 탄띠를 장전하는 방식이었는데, 리시버 덮개를 상부로 변경한 T-161 모델을 개발하면서 난제를 해결했다.T-161을 실험한 미군 당국은 성능에 만족했고 마침내 1957년 M60이라는 제식명을 부여했다. 성능은 거의 비슷했지만 크기는 모방대상이던 MG42보다 약간 작아서 휴대가 더욱 편리했다. 굳이 차이라고 한다면 연사속도였는데 MG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실 MG42의 연사속도가 경이적일 정도로 빨라서 그렇지 M60의 분당 500~600발도 실전에서는 그다지 부족한 수준이 아니다. 연사속도가 빠를수록 탄 소비가 많아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과소비로 이어져 보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기관총은 일정 지역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원래 탄 소비가 많은 무기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난사하는 것도 올바른 사격 방법은 아니다.
M60은 경우에 따라 사수가 소총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소부대와 함께 움직이면 작전을 펼치기 용이하였고 그동안 분대지원화기 역할을 담당하던 BAR를 급속히 퇴출시켰다.
전환기의 모습
M60은 7.62×51mm 나토탄을 사용하는데 급탄은 100발이 장착된 탄띠에 의해 이루어진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접이 식 양각대를 부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사격 정확도도 높다. 종종 진지 같은 고정 거점에서는 삼각대에 거치하여 마치 중기관총처럼 운용할 수도 있고 차량, 기갑장비, 헬리콥터 등에 장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 탄생 목적처럼 최일선의 소부대에서 화력지원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대개 사수, 부사수, 탄약 운반수 등 3인 1조로 운용되지만 종종 탄띠를 장착한 사수가 마치 돌격소총처럼 사격할 수도 있다. 영화 ‘람보’와 같은 액션물에서처럼 체격이 좋은 미군 병사들이 교전 중에 M60을 마치 소총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휴대가 편리하여 미군은 1960년대 들어 이를 분대지원화기로 대량 공급했고 대신 오랫동안 활약하던 BAR는 일선에서 급속히 물러나게 되었다.
당시는 미군 당국이 한국전쟁의 경험에 힘입어 보병들의 제식화기를 신속히 교체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군은 별다른 변화 없이 한국전쟁에서도 M1과 BAR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이런 무장은 인해전술로 몰려드는 중공군에게는 역부족이었다.반자동과 부족한 장탄량을 가진 자동소총만으로 떼거리로 달려드는 중공군을 신속히 제압하기는 상당히 곤혹스러웠다.
다목적기관총답게 M60은 차량이나 기갑장비에 장착되어 현재도 많은 수량이 사용 중이다.
월남전 당시 M60은 작전 환경이 열악한 정글에서 무난히 작동하여 사병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장점과 단점
이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미군은 새롭게 제식화한 M14 전투소총으로 무장한 보병과 이들을 지원하는 M60을 조합한 소부대를 구성하였다. 모두 7.62mm 나토탄을 사용했기 때문에 보급도 문제가 없었고 비축해둔 탄도 충분했다. 하지만 무기의 진정한 성능은 실전을 통해서만 정확히 알 수 있는 법이다. M60은 생각보다 빨리 전쟁에 사용되었는데, 바로 베트남 전쟁이었다.
M60은 고정된 거치 사격에서도 기관총 고유의 기능을 완수했고 병사들이 들고 뛰어 다니면서도 공격에 사용할 수도 있었다. 적어도 모델로 삼은 MG42에 못지않았다. 특히 교전거리가 짧고 은폐물이 많은 밀림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육군뿐만 아니라 해병대와 한국군 등 동맹국 군대에게도 신속히 보급되었다. 그런데 하나 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총열이었다.
과열을 막기 위해서 분당 200발을 사격 시에는 2분마다 총열을 바꾸어야 했고 더구나 구조가 복잡하여 교환 시간도 길어 일선에서 많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보다 5.56mm 나토탄을 사용하는 M16의 등장은 M60의 생존에 커다란 위협 요소가 되었다. M16 돌격소총으로 인해 M14가 급속히 퇴출되었고 이로 인해 탄 보급에 문제가 생겨 버린 것이었다.
M60은 총열이 쉽게 과열되고 교환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거기에다가 5.56mm 나토탄을 사용하는 M16 소총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탄 보급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퇴출의 기로
바로 이때 M16과 같은 규격의 탄을 사용하는 M249가 등장했다. 굳이 일선 소부대의 사용 탄을 이리저리 나눌 필요가 없게 된 것이었다. 이처럼 경량의 분대지원용화기가 속속 등장하자 M60도 순식간 무거운 장비가 되어버렸다.거기에다가 사용이 편리한 M240의 등장도 M60의 입지를 흔들어 놓았다. 처음 등장 당시에는 상당한 기대를 모았지만 순식간 그 위치를 위협하는 경쟁 상대에 포위되어 버린 형국이었다.
M60의 자리를 위협하는 기관총들. 5.56mm 탄을 쓰는 M249(위)와 7.62mm 탄을 쓰는 M240(아래)
그런데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지 최근 들어 일선에서 5.56mm 탄의 위력 부족을 문제 삼아 7.62mm 탄을 사용하는 기관총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는 추세다. 때문에 아직도 상당 수량을 차지하는 M60이 새롭게 재조명 받고 있다. 하지만 이미 구시대의 유작이 되어버린 M60이 주력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덧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기관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5.56mm 탄의 위력 부족이 언급되면서 7.62mm 탄을 사용하는 M60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주력 화기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글 / 남도현[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자료제공 / 유용원의 군사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