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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서열 놓아둔 채 자유학기제 '일단 시동' | ||||||||||||||
교육부, 올해 시범운영 거쳐 '16년 전면도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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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학기부터 중학교 한 학기에 한 해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토론과 실습 등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자유학기제가 연구학교로 지정된 전국 중학교 42곳에서 오는 9월부터 시범운영된다. 그러나 일제고사와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 입시를 손보지 않은 상황에서 들여오는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에게 얼마만큼의 ‘자유’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범운영 계획’을 보면 올 2학기 42곳과 내년 1학기 40여곳의 중학교에서 각각 1학년 2학기와 2학년 1학기를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시범운영 한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중간·기말 지필시험 대신 스스로 평가, 교사별 평가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중학교는 국어·영어·수학은 암기식 수업을 최대한 줄이고 토론과 의사소통, 문제해결 등 학생주도 수업으로 진행한다. 사회·과학은 실험실습, 체험학습, 프로젝트 등의 수업이 더 늘어난다. 또 교과별로 수업시수의 20% 범위 안에서 수업시간을 늘이거나 줄여 운영한다. 2번이 넘는 ‘전일제 진로체험’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소실과 적성을 확인하는 기회도 준다.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해당학년 학생들은 중간고사·기말고사 등 지필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 대신 자기 스스로 학습계획을 짜고 점검하는 '자기성찰 평가'를 해야 한다. 교사는 수업 중에 학생들의 학습 달성 정도를 점검하는 형성평가를 수시로 한다. 교육부는 보다 구체적인 학습 성취수준 확인방법과 기준을 학교별로 상황에 맞게 마련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자유학기제 지원센터인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평가방안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가 주관하는 중3 일제고사와 시·도교육청 별 학력평가가 있는 상황에서 자유학기제로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장밋빛 환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동빈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국장은 “한 학기 시험 안 보고 3학년이 됐는데 갑자기 시험준비 한다고 문제풀이 식 수업을 하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정말로 시험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초등뿐 아니라 중학 일제고사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음 달 25일 중3 일제고사를 앞두고 적지 않은 학교에서 정규 수업시간을 이용해 일제고사 대비 특별수업을 하는 등 교육과정 파행운영이 크게 늘고 있다. 또 일제고사 성적이 학교성과급과 학교평가에 연계돼 일제고사가 계속되는 한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범운영 단계에선 '고교입시 미반영', 전면도입 이후는 '미정' 무엇보다 자사고·특목고 등으로 성적 순으로 줄 세워진 고교입시를 손보지 않는 한 자유학기제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등학교는 대학입시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므로 중학교 단계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교육부도 이 점을 알고 있는 듯하다. 일단 교육부는 연구학교 학생들의 성취수준 결과를 시·도교육감들과 협의해 고교입시에는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6년 전면시행 이후에도 반영하지 않을 지는 아직 미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교입시에 반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벌써 일부 언론에서는 자사고와 특목고 입시에 반영하는 문제가 과제로 남아 있다는 식의 보도를 통해 교육부를 압박하고 있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시범적용 뒤 정책연구를 거쳐 오는 2015년 상반기에 ‘전면실시 계획’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고교입시와의 연계 요구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시험점수가 고교진학에 큰 영향을 준다면 시험준비로 빠질 수 있다”며 “그래서 자유학기제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쪽으로 반향을 설정했다. 자사고나 특목고 입시와 관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제도를 운영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교사별 평가제도가 현실화 되려면 먼저 고교다양화·비평준화 등 고교 서열체제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실제 결과와 상관 없이 학력저하 논쟁을 피할 수 없다. 고교입시가 존속하는 한 학생과 학부모의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자유학기제의 진정성이 무색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명서]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 계획에 대한 논평성명서·보도자료 2014/05/30 14:36
중학교 체제 혁신에 대한 계획이 없는 자유학기제 전면화는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교육부가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의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직간접 체험 활동을 강화하고 수업방식을 토론실험실습프로젝트 수행 등 학생 참여 중심으로 개선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자유학기제를 2013년 2학기에 중1학년 2학기를 대상으로 42개교, 2014년 1학기에 중2학년 1학기를 대상으로 40 여 개 교를 시범 실시를 하고, 2014년과 2015년 동안 희망학교를 신청받아 운영한 후 2016년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 전면 실시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유학기제 시범 실시의 주요 내용은 ‘모든 교과에 진로와 관련된 내용 반영 및 학생 참여형 수업 방법 활용’ ‘교과수업 시수 탄력 조정 및 성취 기준 중심으로 수업 진행’ ‘중간, 기말고사 미실시 및 진로 체험 활동 누가 기록’ ‘2회 이상 전일제 진로 체험 실시’ ‘학생의 관심에 따른 동아리 및 체험활동 강화’ ‘체험 인프라 체제 구축 및 지원’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교의 과도한 성적 중시 풍토가 개선되고, 참여활동협동 중심의 학습으로 교우 관계가 개선되며, 적성에 맞는 자기 계발 및 인성 함양이 가능해짐으로써 만족감 높은 학교생활을 통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제고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내놓은 자유학기제 안은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매우 파격적인 안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한 학기 동안이긴 하지만 중간기말 고사를 완전히 없애고, 학생들의 흥미와 체험진로 중심으로 모든 교과 내용과 학교 활동을 재편한다는 것은 그 동안 우리 교육계가 꿈꾸던 것을 실제로 한 학기 동안 실현해 본다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러한 자유학기제의 2016년 전면화를 전제로 추진하면서 자유학기제와 충돌을 빚고 있는 현행 중학교 교육 체제 혁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원래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는 중학교 한 학기만 ‘자유’를 주고 나머지 학기들은 기존의 ‘경쟁’ 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 학기 동안의 자유학기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중학교 교육 체제 전반을 혁신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학기제 도입의 의도와 충돌하고 있는 몇 가지 제도에 대한 개선 없이 한 학기 동안의 자유학기제만 도입할 경우, 이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교육 체제 전반에 대한 혁신을 가져오지 못할 뿐 아니라 한 학기의 자유학기제마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번에 도입하는 자유학기제가 한 학기의 교육적 성과를 거둘 뿐 아니라 전체 중학교 교육 체제의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중학교 교육과정의 내용이 축소되어야 한다. 물론 중학교 교육과정의 축소는 고등학교 교육을 포함한 우리 교육의 전반적인 교육과정의 축소와 연결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축소 없이는 한 학기의 자유학기제마저 제대로 운영되기가 어렵다. 현재 교육부가 발표한 자유학기제 운영안에 따르면 기존 교과 수업을 20% 범위 내에서 축소할 수가 있고, 또 교과 내용도 현행과 같은 내용 요약 중심이 아닌 학생의 참여와 체험 중심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수업이 아닌 한 학기 전체 수업을 학생의 참여와 체험 중심으로 운영할 경우 주어진 교육과정의 내용을 다 가르칠 수가 없다. 물론 교육부는 핵심 성취 기준 중심으로 가르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학기 교육과정은 그 학기로 끝나지 않고 다음 학기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그 학기에 배워야 할 내용을 충실히 배우지 않으면 다음 학기 수업에 결손을 안게 된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교사들은 부분적으로는 참여와 체험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수업의 틀을 바꾸는데 큰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교육과정을 충분히 가르치지 못하는 결손이 발생할 수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전면 실시 이전에 교육과정의 축소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현재 서열화되어 있는 고교 체제를 해소하고, 고교 입시를 성적이 아닌 추첨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고교 체제는 이전의 평준화 형태에서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 일반고로 이어지는 서열화 체제로 점점 굳어지고 있다. 그래서 보다 높은 서열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중학교 차원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물론 교육부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그 학기의 성적은 고교 입시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높은 서열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유학기제 한 학기 동안도 ‘자유’를 누릴 여유가 없다. 고교 입시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현행의 고교 서열화 체제와 고교 입시를 그대로 둔 채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에서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자유를 누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자유학기제의 성과가 전체 중학교 과정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더더욱 할 수 없다. 자유학기제가 성공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성과가 전체 중학교 교육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행 고교 서열 체제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사실 대학 서열 체제와 달리 고교 서열 체제는 우리 사회가 한 때 극복했던 문제인데, 일부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된 판단에 의해 최근 다시 부활한 체제다. 그러므로 매우 특수한 일부 고교를 제외하고 현행 자사고, 외고의 형태는 교육과정의 다양성은 유지하되 선발에 있어서는 일반고와 합하여 선지원 후추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중학교 단계에서의 입시 경쟁 압력이 줄어들게 되고 자유학기제도 그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셋째, 현행 학년별 평가 체제를 교사별 평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자유학기제 안에 있어서 가장 파격적인 요소는 그 한 학기 동안의 중간, 기말 고사를 폐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사들에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수업을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주고, 아이들이 마음껏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를 전체 중학교 교육의 혁신으로 이어간다고 할 때 중학교의 모든 시험을 다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학년별 평가 체제를 교사별 평가 체제로 전환할 수는 있다. 학년별 평가 체제는 여러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을 하더라도 평가는 똑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 중심의 수업을 탈피할 수가 없다. 그리고 교사 개인별 창의적인 수업이 불가능하다. 교사가 자신이 가르친 반만 자신이 평가하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교사 개인별 창의적 수업이 가능하고 개별 교사들의 수업에 대한 책무성을 물을 수 있다. 현재 중학교에서 교사별 평가가 교육적으로 맞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학년별 평가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고교 입시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 서열 체제를 해소하고 고교 입시를 성적이 아닌 선지원 후추첨 제도로 전환할 경우 교사별 평가의 도입은 어렵지가 않다. 만약 교육부가 자유학기제 도입 취지와 충돌하는 중학교 교육 체제의 개선에 대한 계획과 의지가 없다면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 계획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이번 안에서 밝힌 2016년 전면 확대 계획을 보류하고 현재와 같이 자유학기제 시범학교나 희망학교를 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자유학기제의 도입 취지와 충돌하는 중학교 교육 체제 개선 이후에 전면 실시를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자유학기제’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안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넘을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틀을 운영하고 있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덴마크의 ‘애프터스쿨’, 영국의 ‘갭이어’ 등은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기존의 교육과정 밖에서 실시하고 있다. 물론 현재 교육부의 안과 같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안에서 실시하는 것도 중학교 교육 체제 전반에 대한 혁신 노력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부 안 외에도 유럽의 여러 나라가 실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밖에서 실시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좋은교사운동은 ‘전환학년 고등학교 시범 실시’ ‘진로 탐색 파견 학년제’ ‘진로 탐색 휴학제’ 등을 제시한 바가 있다.
2013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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