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한산이씨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후손들 원문보기 글쓴이: 기라성
부엌에서 배우는 맛있는 수학
|
떡국의 떡은 왜 타원형?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설에는 새하얀 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는다. 새해 첫 날을 맞아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뜻에서 흰 떡으로 만드는 것이다. 해가 바뀌는 날에 먹기 때문에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레 퍼졌다.
옛날 궁궐에서는 가래떡을 똑바로 썰어 동그란 모양의 떡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가난한 일반 백성들은 떡을 크게 보이게 하려고 가래떡을 비스듬히 썰었다고 한다. 지름이 2.4cm인 가래떡을 원 모양으로 썰면 넓이가 1.44π(=1.2×1.2×π)cm2다. 비스듬히 썰어 타원형인 떡은 보통 짧은 쪽이 2.4cm, 긴 쪽이 4.8cm여서 넓이가 2.88π(=1.2×2.4×π)cm2다. 가래떡을 바로 썰지 않고 비스듬히 썰기만 해도 넓이가 2배나 커진다.
|
|
|
도넛에 구멍이 난 이유
북한에는 ‘가락지빵’이란 말이 있다.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 가락지라면 손가락에 낄 수 있도록 동그란 구멍이 난 물건을 말할텐데 빵이라고 한다면…. 바로 도넛이다.
도넛에는 왜 구멍이 생겼을까? 도넛 가게에서 밀가루를 적게 쓰려고 가운데 부분을 파냈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전부라면 구멍 뚫린 도넛이 다른 모양의 도넛보다 유명해지긴 힘들었을 것이다. 먹는 음식이니만큼 맛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예 처음부터 밀가루 반죽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튀기는 방법을 개발했다. 구멍을 뚫으면 기름의 열을 받아들이는 부위가 넓어진다. 도넛은 보통 폭9cm, 높이 3cm에 지름 2.5~3cm의 구멍을 가지는데 구멍이 없을 때보다 표면의 넓이가 7% 정도 커진다.
고리 모양의 안팎으로 열이 전달되니 기름에 튀기는 시간도 줄고 맛 또한 더욱 담백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 도넛 회사에서는 도넛을 만들 때 반죽 가운데에 구멍을 뚫는 방법을 쓰지 않는다. 반죽을 기계 속에 밀어 넣으면 관을 빠져나오면서 고리 모양이 되는데 그대로 기름에 튀겨 만든다. 도넛 모양의 음식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남 순창에 가면 구멍 뚫린 도넛 모양의 고추장 메주를 볼 수 있다. 겨울에 만드는 된장 메주와 달리 고추장 메주는 여름에 만든다. 고추장의 단맛을 내는 곰팡이가 여름에 잘 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빨리 말리지 않으면 썩기 쉽다. 메주를 쑨 다음 구멍 뚫린 도넛 모양으로 만들면 메주의 안팎으로 바람이 닿는 부위가 넓어져 잘 마른다. |
|
|
반죽의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기름에 튀기면 표면의 넓이가 넓어져 열이 잘 전해진다. |
꼬불꼬불한 라면의 비밀
추운 겨울 밤, 밥을 해 먹긴 귀찮고 밖에 나가기도 번거로울 때 선택하는 음식 ‘라면’. 심지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라면 냄새가 나면 금세 먹고 싶어진다. 쫄깃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국물의 맛이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1년에 75개의 라면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아이들이 할머니의 뽀글뽀글 파마한 머리를 라면 머리라고 부를 정도로 라면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친숙한 음식이다. 그런데 문득 라면이 꼬불꼬불한 모양을 하게 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국수나 짬뽕은 모두 직선으로 생겼는데 왜 유독 라면만 꼬불꼬불할까?
보통 라면의 면은 기름에 한 번 튀겨 나온다.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기면 반죽 속에 있던 물기가 빠져나가면서 작은 구멍이 생긴다. 이 면을 끓는 물에 넣으면 구멍을 통해 물을 빠르게 흡수해 쫄깃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만약 면이 꼬불꼬불하지 않고 국수처럼 기다란 것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양이라면 면 사이의 공간이 촘촘해 기름에 골고루 튀겨지지 않는다. 끓인 물에 담그더라도 빈틈이 없으니 물이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다. 어렵게 면이 익더라도 서로 달라붙기 쉽다. 면이 꼬불꼬불한 덕분에 공간이 생겨 그 사이로 열과 물이 잘 들어간다.
그 결과 면발 하나하나가 탱글탱글하게 살아나고 스프의 양념도 쉽게 스며든다. 젓가락질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면 한 가닥의 길이는 약 45cm로 한 번 접거나 돌돌 말지 않으면 끊지 않고 한 젓가락에 먹기 힘들다. 라면 한 봉지에는 이런 면발이 총 100가닥이 들어 있어 무려 45m가 넘는 면이 쌓여 있다. 네모난 라면은 각 가닥이 꼬불꼬불하게 여러 겹으로 쌓여 있어 충격에 강하다. 동그란 라면은 둥근 냄비에 쏙 들어가 면이 더 잘 익는다는 장점이 있다. |
|
|
꼬불꼬불한 면(1)을 쌓아놓으면 직선의 면(2) 을 차곡차곡 쌓은 것보다 공간이 많아 열과 물이 잘 들어간다 |
아삭아삭 뻥튀기의 순간 변신
“뻥~!” 시장 한 쪽에서 들리는 뻥 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깜짝깜짝 놀란다. 웰빙 간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뻥튀기를 만드는 소리다. 과자가 몸에 좋지 않은 이유가 하나둘 알려지면서 최근 쌀이나 보리쌀로 만든 뻥튀기를 향하는 손길이 늘고 있다. 설날에 먹는 강정은 뻥튀기한 쌀을 물엿과 설탕에 섞어 만든 전통 음식이다.
뻥튀기 쌀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뭘까? 뻥튀기 기계 안에 쌀을 넣고 압력을 높이면 기계 안의 온도도 따라 올라간다. 압력과 온도는 비례해서 높아지기 때문이다. 높은 온도에서 쌀은 빠르게 익는다. 이 상태에서 갑자기 기계의 뚜껑을 열면 쌀은 크게 팽창한다. 쌀 안에 들어 있던 수분이 수증기로 바뀐 채 높은 압력에 꾹 눌려 있다가 갑자기 바깥의 압력이 낮아지면 빠르게 쌀을 빠져 나가면서 쌀이 커지는 것이다. 갑자기 커진 쌀 안에는 수분이 빠져나간 공간이 많아 부드럽게 씹힌다. 뻥튀기 특유의 아삭아삭한 소리와 느낌도 이 때문이다. 입 안에 넣으면 침이 공간 사이로 쉽게 흡수돼 살살 녹는다. |
|
|
생쌀을 뻥튀기하면 길이는 2.5배 넘게 커지고 부피는 약16배 커진다. |
공중에서 벌어지는 나누기 쇼
자장면 달인의 손에서 1000가락의 면발이 나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정답은 놀랍게도 3분. 한 번 달인의 손에 들어간 밀가루 반죽은 눈이 쫓아가지 못할 속도로 움직인다. 가락내기 10번이면 두툼한 밀가루 반죽이 1024가락의 가느다란 면으로 바뀌고 만다. 2, 4, 8, 16, 32, 64, 128, 256, 512, 1024처럼 가락이 2배씩 늘어나 금세 엄청난 수의 가락이 되기 때문이다.
자장면 주문이 들어오면 달인은 미리 반죽해 둔 밀가루 통에서 적당량을 덜어 소다를 바른다. 소다가 들어간 면은 쫄깃쫄깃해진다. 면이 약간 노란 빛을 띠는 것도 소다 때문이다. 달인은 반죽의 양쪽 끝을 잡고 두드리면서 반죽 전체가 같은 끈기를 가지도록 만든다. 들고 흔들다가 꽈배기도 만든다. 면의 굵기를 맞추기 위해서다. 굵기가 같지 않으면 힘의 균형이 깨져 가락을 낼 때 끊어지고 만다. 꽈배기를 만드는 동작을 대여섯 번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반죽을 최대한 늘여서 판 위에 놓는다. 이제 하이라이트인 가락내기를 할 준비가 모두 마쳤다.
달인은 호흡을 고른 뒤 반죽의 양 끝에 작은 손잡이를 만들어 붙잡고는 공중에서 흔들면서 가락내기를 한다. 순식간에 두 가락이 네 가락이 되고, 네 가락이 여덟 가락이 된다. 자장면을 만들 때는 반죽의 양에 따라 128가락이나 256가락을 낸다. 여기서 두세 번만 더 치면 1024가닥이 돼 실처럼 가는 기스면을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단 3분 만에 이뤄진다.
면의 굵기가 얼마나 고르냐는 자장면 요리사의 실력에 달려 있다. 하지만 굵기가 고르지 못한 면이 나와도 큰 문제는 아니다. 최근 손으로 면을 뽑아 낸다고 하면서도 기계로 만든 면을 쓰는 곳이 있기 때문에 굵기가 다른 면이 섞여 있으면 손으로 뽑았다는 증거가 된다 |
|
밀가루 반죽을 단 10번만 가락내기하면 실처럼 가느다란 1024가락의 면을 만들 수 있다. |
맛있는 동태전도 마찰력 덕
명절 때면 부엌은 온통 기름 냄새로 가득하다. 어머니의 몸과 옷에도 기름 냄새가 잔뜩 배어 있다. 명절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전을 만들고 계시기 때문이다. 동태전, 호박전, 부추전, 꼬치전 등 어머니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색깔도 다양한 전이 하나둘 탄생한다.
맛있는 전을 부칠 때 달걀과 함께 꼭 필요한 재료는 부침가루다. 부침가루가 없으면 온갖 재료가 전이 아닌 구이처럼 돼 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뽀얀 동태살을 부침가루 없이 달걀을 푼 물에 담그면 달걀이 잘 묻지 않는다. 동태살의 표면이 매끄러워 달걀이 줄줄 흘러내리고 만다. 이 상태로 프라이팬에 올려놓더라도 달걀옷이 벗겨져 동태 따로 달걀 따로 구워지는 경우가 흔하다. 바로 동태살과 달걀 사이의 마찰력이 작기 때문이다.
마찰력이란 두 물체가 딱 붙어서 움직일 때, 만난 면을 따라 움직이는 운동을 방해하는 힘을 뜻한다. 눈이 쌓인 내리막길에서 꽈당 하고 넘어지는 이유도 눈과 신발 사이의 마찰력이 작기 때문이다. 즉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가는 신발의 운동을 매끄러운 눈이 잘 방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동태살이 달걀옷을 만났을 때도 매끄러운 동태살의 표면은 달걀이 흘러내리는 운동을 잘 방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동태살에 부침가루를 묻히면 표면이 거칠어져 달걀이 흘러내리는 것을 잘 방해한다. 눈길 위에 모래를 뿌려 마찰력을 높이는 것과 같다.
동태살 위에 묻힌 부침가루는 동태살 표면의 넓이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 표면이 넓어진 만큼 달걀도 더 많이 묻는다. 이대로 프라이팬에 올리면 달걀옷이 벗겨지지 않고 구워져 노릇노릇 맛있는 동태전을 만들 수 있다 |
|
|
전을 부칠 때 쓰는 부침가루는 맛뿐 아니라 마찰력을 높여 달걀 옷이 잘 입히도록 돕는다. |
수학으로 짠맛 다스리기
설날 아침을 맞아 온 가족과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았다. 하얀 떡 위로 김과 달걀이 단정하게 놓인 떡국이 한 상 가득 나왔다. 맛있게 한 입 떠먹으려는데 어디선가 싱겁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짜게 먹기로 유명한 고모부다. 고모는 간장을 내오라는 고모부의 말을 가로채며 상에 있던 소금을 건네신다. 오히려 고모는 이것도 짜다며 떡국에 물을 더 붓는다. 고모부와 고모의 떡국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소금을 더 넣은 고모부의 떡국은 더 짜게 될 테고, 물을 더 넣은 고모의 떡국은 싱거울 것이다. 하지만 짜고 싱거운 기준이 개인의 입맛에만 달려 있다면 음식의 요리법을 만들기가 힘들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 ‘농도’다. 가장 많이 쓰는 퍼센트 농도(%)는 용액 100g에 소금이 얼마나 녹아 있는 지를 나타낼 수 있다. 만약 소금물 100g에 소금이 5g 녹아 있다면 5% 농도의 소금물이다. 바닷물의 농도는 보통 3.5% 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바닷물 100g에 소금이 3.5g 들어 있다는 뜻이다. 이때 소금을 녹이는 순수한 물을 용매라고 하고, 소금은 용질, 소금이 녹아 있는 바닷물은 용액이라고 한다. 퍼센트 농도를 일반적인 식으로 나타내면,
퍼센트 농도(%)=용질의 질량/용액의 질량 =용질의 질량/(용매의 질량+용질의 질량)×100
라면 포장지 뒷면에 적힌 요리법에 물을 550ml 넣으라고 적혀 있는 것도 사람들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국물의 농도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이미 스프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국물의 농도는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
|
짜게 먹는 우리나라
미역국 1.5 육개장 1.4 북어국 1.2 라면 1.0 곰탕 0.9
|
부엌에서 배우는 수학의 원리, 재미있으셨나요? 다양한 음식의 모양과 맛을 결정하는 데 수학이 널리 쓰이고 있답니다. 눈과 혀를 즐겁게 하는 요리 속 수학. 오늘 당장 부엌에 숨어 있는 수학을 찾아보세요. |
※ 본 콘텐츠는 과학동아 제공입니다.
자료출처 : Science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