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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2월 2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202화] 어처구니없는 '두 문화예술위원장'
어제부터 문화예술위원회에는 두 명의 위원장이 근무하고 있다. 법원의 해임효력 집행정지 판결을 받은 김정헌 전 위원장이 출근을 강행함에 따라 '한 지붕 두 수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그의 업무 복귀는 법적으로는 정당하다. 1년 전 문화예술기금 운용규정 위반으로 문화관광부가 임기 도중 취한 해임조치에 대해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가 항고했으니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두 문화예술위원장의 불편한 동거는 9월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김씨의 출근 강행은 일종의 시위다. 공적으로는 정권교체 직후 정부가 이념 편향적인 예술기관장들을 중도 교체한 행위의 부당성을 알리려는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명예 회복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잘못된 해임에 대한 응징 차원"이라는 말도 그런 뜻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명분과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의 출근이 문화예술위에 적잖은 혼란과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무보고를 주문하는 등 형식적인 출근이 아닌 실제 업무 수행까지 공언한 만큼 현 위원장과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과 예술지원 정책의 혼선도 예상된다. 같은 예술인으로서 바라는 방향은 아닐 것이다."직원들이 고생이 많겠네"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이 같은 부작용을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1차적 책임은 물론 정부에 있다. 김씨는"한때 위원장으로 계셨던 분이 왜 직원들을 힘들게 합니까"라는 사무국장의 하소연에 "내가 힘들게 했나? 유인촌 장관이 일으킨 일을 왜 나한테 책임을 묻나?"라고 반박했다. 임기가 남은 기관장을 무리하게 교체한 정부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권이 바뀌면 그에 맞는 인물을 기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근거와 절차는 정당해야 한다. 아울러, 과거 정권에 충성했던 사람들 역시 스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 두 문화예술위원장의 난감한 동거는 이를 외면한 결과다.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오기가 아닌 지혜로운 타협이 필요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202화] 김정헌 위원장 복귀시키고, 유인촌 장관 물러나야
문화체육관광부의 ‘찍어내기 인사’의 표적이 됐던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어제 문화예술위 사무실에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12월 해임된 뒤 문화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화예술위 쪽은 현 오광수 위원장의 사무실과 별도 공간에 김 위원장의 ‘임시 사무실’을 제공했다. 정부단체 초유의 ‘한 지붕 두 위원장’ 체제가 된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해법은 간단하다. 법원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따르면 된다. 지난해 12월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김 위원장이 낸 해임무효 청구소송에서 “해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문화단체장을 상대로 한 찍어내기 인사의 위법부당성을 명백히 한 뒤 이렇게 판결했다. 문화예술계의 희생자는 그만이 아니었다.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도 부당하게 해임되거나 압박을 받고 중도사퇴했다.
<한국방송>에선 정연주 사장과 신태섭 이사가 정부기관이 총동원된 가운데 불법 해임됐다. 이들은 소송을 제기해 이겼지만 그러는 동안 남은 임기가 사실상 끝나버렸다. 정부는 소송 결과와 관련없이 물갈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로 앞으로도 상당히 남아 있다. 이 상태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유 장관은 당장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라는 결정에 따라 김 위원장을 업무에 복귀시키는 게 상식이고 법치다.
하지만 유 장관은 일언반구 견해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화부는 법원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며 엊그제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다. 한 곳도 아닌 두 재판부가 인사의 위법부당성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마당에, 참으로 가당치 않은 처사다. 정부기관으로서 소송을 수행할 예산과 인력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일을 제 맘대로 해선 안 된다.
어제 문화예술위 사무처장은 김 위원장한테 출근 포기를 종용하다 마지못해 별도 사무실로 안내했다. 문화부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겠다. 유 장관은 이제 지저분한 권력의 하수인 행태를 청산하기 바란다. 불법 물갈이에 앞장선 데 대해 사과하고 장관직을 내놓는 게 정도다. 후속 대책은 후임자가 해도 충분하다.
[조선일보 사설-20100202화] 동아시아 바다에서 '대한민국' 지킬 제7기동전단
건군 이래 최초로 원양(遠洋)작전이 가능한 해군 제7기동전단(戰團)이 1일 창설됐다. 해군은 "세계 어디서나 작전수행이 가능하고 국가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대양해군으로의 본격 진입 신호탄"이라고 기동전단 창설의 뜻을 풀이했다.
지금까지 우리 해군은 북한만을 상대하는 '연안(沿岸)해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동중국해(海)와 남중국해(海) 바다는 "수세기 전 유럽이 세계 패권(覇權)을 향해 나아갈 때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미국·중국·일본 해군의 각축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총 함정 톤수 132만t의 중국은 2020년까지 항공모함 3척을 배치할 계획이다. 아직은 평화헌법에 묶인 일본은 항공모함 대신 한 척에 1조5000억원씩을 들여 10여대의 헬기를 탑재하는 초대형 고성능 호위함들을 잇달아 제작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올해 전체 국방예산이 29조6000억원인 대한민국의 해군력은 이지스함 1척에 함정 총 톤수도 15만4000t에 불과하다. 대만의 20만7000t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한해협에서 말라카해협에 이르는 동·남아시아 바닷길은 부존(賦存)자원이 없어 자원 공급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일본의 목숨줄과도 같다. 한국과 일본이 사용하는 원유(原油) 등 전략물자의 99%는 이 항로를 거쳐 들어오고, 중국이 쓰는 원유의 95%도 이곳을 지난다. 세 나라 수출 상품도 이 바닷길이 아니면 인도·중동·유럽에 도달할 수 없다. 남사군도 영유권 분쟁, 중국·대만 분쟁, 중·일 배타적경제수역(EEZ) 다툼, 동남아 해적(海賊) 등 각종 위험이 끊이지 않는 곳도 이 바다다. 이제 막 출범한 우리 전단의 가장 큰 임무도 이 해역(海域)에서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대양해군'이란 바다를 건너가 상대 군사력을 무력화시킬 정도의 힘을 의미하지만 현재 이럴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한국은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적 상황에 맞춰 한국 해군이 직접 나설 수 있고, 나서야 할 해역은 어디까지인가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 특히 이 해역에는 미국과 중국 해군의 세(勢)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대만해협이 포함돼 있는 점에도 전략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 이 지역의 제해권(制海權)은 미7함대가 행사해 나갈 것이다. 우리 해군은 이런 전략적 조건하에서 미국과 어떤 협력을 해나가야 할 것인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202화] 경찰 불법업소 접촉차단 일회성 안돼야
불법 유흥업소와 경찰관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칼을 빼들었다. 서울경찰청은 사행성 오락실과 성매매업소의 업주, 조직폭력배 등과 단속 경찰관의 사적인 접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경찰관은 중징계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관은 앞으로 단속 대상자들과 면담, 회식, 금전거래는 물론 전화통화와 이메일을 해선 안 된다. 업무 때문에 꼭 접촉해야 할 때에는 사전에 보고하거나 사후에 증빙자료를 첨부해 확인을 받아야 한다.
서울경찰청은 이같은 방안을 시행하기에 앞서 유예 기간을 두고 지난달 중순부터 오는 10일까지 유흥업소 접촉 여부와 관련해 경찰관의 자진 신고를 받고 있다고 한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유예 기간 이후에 유흥업소 업주와 연락을 주고 받은 이력이 나오면 파면, 해임, 정직의 중징계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직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온 경찰관과 유흥업소의 유착 비리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조 청장은 지난해 경기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유흥업소와 게임장, 조직폭력배등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경찰 비리가 오죽했으면 이런 고육지책이 나왔을까 싶어 참담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서 금품 및 향응 수수 사유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총 210명에 달했다. 그중에서 서울이 8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부 경찰의 유흥업소 유착비리는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맡은 임무를 다하는 경찰 공무원의 사기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풀린다.
일선 경찰서에선 엄격한 잣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유흥업소를 통해 첩보 등을 얻어 기획수사를 해온 현실적인 관행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비리 근절은 요원해진다. 비리 척결은 단호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서울경찰청의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일선 현장에서 독버섯처럼 상존하는 경찰 비리를 뿌리뽑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202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은 지자체 권한 줄이기부터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본격 손질하기로 했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법 개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청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외국인투자기업에 적용되는 세제혜택을 국내기업에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檢討)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울러 중장기 발전전략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자유없는 경제자유구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않았던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이번엔 제대로 된 개선방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2003년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된 이후 인천, 부산 · 진해, 광양만 등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고, 현 정부가 들어선 직후에는 황해, 새만금 · 군산, 대구 · 경북 등 3곳이 추가로 지정됐지만 경제특구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용역 결과, 6년이 지난 인천, 부산 · 진해, 광양만 등 3곳에서 2008년 말 투자가 실현된 것은 당초 총사업비 대비 20%대에 불과했다. 그것도 대부분 인천에 편중된 것인데다 전체 투자유치실적 중 외국자본비율은 13.5%에 그쳤다는 것이고 보면 한마디로 경제자유구역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 경제자유구역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두바이 등 다른 나라 경제특구에 비해 혜택이 떨어진다. 또 경쟁국의 경제자유구역이 대부분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다른 측면에서 비교우위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말만 특구일 뿐 개별법들이 별도로 적용됨에 따라 인 · 허가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런 식이면 더 이상 경제특구라고 말할 수 없다. 규제를 보다 과감히 풀고 구역청의 독립성도 더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투자기업에만 적용되는 세제혜택을 국내기업에도 제공하면 다른 지역이 반발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못한다면 애초에 경제특구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한다. 광역지자체는 권한 축소를 우려한다지만 그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중앙정부든, 광역지자체든 경제특구를 위해 무엇을 양보하고 내놔야 하는지를 각자 고민해야 할 때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202화] 이지송 토지주택공사 사장의 주목되는 개혁 실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지송 사장의 개혁 실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428개 2급 직위 보직 중 32%인 139개 직위에 하위 직급자를 기용하는 대규모 발탁 인사를 단행했다. 3급에서 2급 진급에 통상 12~13년 정도 소요되는데 이번에는 5년 만에 2급으로 승진한 사람도 있었다. 2급 전체 보직 중 75%에 달하는 322개 직위 팀장과 사업단장도 물갈이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에는 1급 부서장 직위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5개 직위에 2급 팀장을 기용하기도 했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공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인사가 아닐 수 없다.
LH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해 지난해 10월 출범한 거대 공기업이다. 임직원 수 6800여 명에 자산 규모가 128조원(2009년 9월 말 현재)에 달하지만 107조원에 이르는 부채(부채비율 522%)가 2014년에는 198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어서 걱정을 낳고 있다. 임대주택 사업과 국가산업단지 건설 등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한 사업 특성 탓이라고는 하지만 민간기업이라면 아예 존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LH의 개혁작업은 이런 절박함에서 비롯된 고육책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기업들은 경영실적이야 어떻든 공공성을 방패 삼아 노사가 야합해 방만 경영을 일삼는 행태로 비판의 표적이 된 지 오래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기관장과 노조가 결탁해 임금을 끌어올리고 복지제도를 후하게 만드는 것도 부족해 인사권 등 경영권 침해를 방치하는 일까지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LH 출범식 축사에서 "우수한 공기업과 업무능력이 있는 CEO에게는 자신의 책임하에 회사 운영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 재량권을 대폭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LH의 개혁 실험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2012년까지 정원을 24% 감축하는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을 기관장 개인의 소신이나 역량에만 맡겨 놓아서는 성과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 연공서열보다 직무와 성과를 우선하는 인사제도 확립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연봉제는 시늉만 내는 데 그쳐서는 결코 안 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202화] 전반적인 수출전략 재점검해야
지난 1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해 1년 동안 이어져온 흑자 기조가 깨졌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서비스 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겨울철 혹한으로 난방용 연료 수입이 급증한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며 2월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환율효과가 없어져 수출증대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월 무역수지 내역을 보면 그 자체로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수출은 중국의 춘제 수요 등에 힘입어 전년동월 대비 47.1%나 증가한 311억달러로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수입도 자본재와 소비재 도입이 늘면서 경기회복세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구촌을 강타한 혹한으로 난방용 원유와 원유 제품 등의 수입이 가격급등까지 겹치면서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 이런 계절적 요인들을 감안하면 이달에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새해 들어 세계 무역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그에 따라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무역수지를 비롯한 국제수지 흑자가 감소할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활력감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수지는 지난해 12월 경상흑자 규모(15억달러)가 전월의 3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진 데 이어 1월에는 적자로 돌아서는 등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활력 둔화로 이어져 지난해 4ㆍ4분기 성장률(0.2%)이 예상을 밑돌았고 민간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경기회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올해는 경제회복의 지렛대였던 금리ㆍ환율ㆍ유가 등이 역전돼 '신3고'로 바뀌고 있다. 또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금융개혁과 긴축정책으로, 일본과 유럽은 신용등급전망 하향과 국가 재정위기로 각각 어려움을 겪는 등 무역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1월 무역적자를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단정할 것이 아니라 국제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수출여건 변화와 원자재 가격 및 환율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출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 오늘의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오늘과 내일/권순택(논설위원)-20100202화] 文 판사, 무슨 일 했는지 아는가?
1년 반 동안 MBC PD수첩 제작진과 싸워온 번역가 정지민 씨를 나는 영어에 능통해 TV 프로그램을 번역한 20대 여성 정도로 알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출판된 ‘PD수첩-광우병 편’의 왜곡 보도 실상을 고발한 정 씨의 책 ‘주-나는 사실을 존중한다’를 읽고는 정 씨의 지적 수준과 논리적 글쓰기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정 씨를 공격하는 글로 인터넷을 어지럽히는 ‘상업적 위장 좌파’인 ‘진중권 류(類)’의 PD수첩 비호세력은 정 씨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한 정 씨를 지도한 이화여대 조지형 교수는 “사실과 해석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뛰어난 제자”라고 말했다. 대학교수와 박사급 연구자의 논문을 주로 싣는 문화사학회 학술지 ‘역사와 문화’(2008년)에 이례적으로 정 씨의 석사논문이 실린 건 우연이 아니다. 문화사학회 김기봉 회장은 정 씨를 “영어 해독 능력이 뛰어나고 문화적 소양도 상당하며 주관이 분명한 역사연구자”라고 평했다. 사실 관계를 판단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정 씨의 능력을 의심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PD수첩 사건의 1심을 맡은 문성관 판사는 증인으로 나선 정 씨에게 패배를 안겼다. PD수첩 제작 의도와 과정, 취재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 씨는 1심 판결 후 문 판사에게 두 차례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그는 질의서에서 ‘문 판사의 판결문 내용은 논리적 귀결과 공정성 객관성 도덕성 면에서 지나치게 수준 미달’이라고 주장했다. 질의서에 담긴 108개 질문은 그의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번역이 핵심 쟁점인 재판에서 PD수첩 측이 오역한 자료들이 무죄 판결의 증거로 채택된 것도 알 수 있다.
문 판사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잡혀 사실 관계 판단에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판사가 편향된 신념 때문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면 덜 실망했을 것이다. 언론의 왜곡과 오보를 가리는 건 법률가만의 전문 영역이 아니다. 문 판사가 저널리즘의 기본에 관해 얼마나 공부했는지 의문이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결정과 민사재판 1, 2심 판사들의 판결조차 무시했다. 정 씨의 책과 판결문을 모두 읽은 사람이라면 문 판사가 쓴 판결문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1심 무죄 판결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 씨가 책 말미에 쓴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이미 재판 결과를 떠나 죽은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항상 의식하는 입증, 논증, 검증의 인격, 그리고 그것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양심, 그들은 그것을 이미 상실한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언론이 문 판사의 판결을 기준으로 PD수첩 수준의 고의적 실수와 왜곡 과장을 허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 언론은 완전 사이비 언론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PD수첩 김보슬 PD는 2008년 6월 광우병 시위 현장에서 방송작가에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라고 물었다. 선동의 힘을 그들은 보았을까. 이번 판결은 이런 악의(malice)의 선동가들에게 자성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문 판사가 최소한 사실 관계의 잘못은 인정하고 악의가 있었는지를 가렸다면 의미 있는 판례를 남길 수도 있었다. 나는 문 판사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다.
[중앙일보 칼럼-그때 오늘/박상익(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20100202화] 구텐베르크 활판인쇄술 발명 … 면죄부·비판문 모두 찍어
20세기가 저물어가던 1999년, 역사전문 케이블방송 ‘히스토리 채널’에서는 지난 1000년 동안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 100명을 뽑았다. 힐러리 클린턴, 헨리 키신저 등이 패널리스트로 참여한 이 프로그램에서 1위로 뽑힌 인물은 놀랍게도 활판인쇄술의 선구자 구텐베르크였다. 인류문명에 기여할 생각이라곤 전혀 없이 중세 말 혼란기에 돈을 벌어 재정난을 타개할 생각뿐이었던 일개 ‘벤처 사업가’가 갈릴레이·마르크스·뉴턴 등을 제치고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선정된 것이다. 그는 출생일도 정확하지 않아 1400년께로만 알려져 있다. 사망일은 1468년 2월 3일이었다.
활판인쇄술 발명의 계기는 13, 14세기에 책 만드는 재료가 양피지에서 종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양피지는 대단히 값이 비쌌다. 가축 한 마리에서 양피지를 4장밖에 얻을 수 없었으므로, 성경 한 권을 만들려면 200~300마리의 양이나 송아지를 도살해야 했다. 게다가 인쇄술 발명 이전에는 1200쪽짜리 책 한 권 제작에 필경사 두 명이 꼬박 5년을 매달려야 했다. 하지만 펄프로 만든 종이 덕분에 책값이 크게 하락했다. 자연히 읽고 쓰기를 배우는 비용도 저렴해졌다. 이렇듯 문자해독률이 높아지자 더 저렴한 서적을 요구하는 시장 규모가 커졌다. 이런 수요에 부응해 구텐베르크는 당시 첨단벤처사업이었던 인쇄술에 뛰어들어 1450년께 활판인쇄술을 발명했고 1455년에 성경을 인쇄했다.
인쇄술은 사상의 신속하고 정확한 전파에 기여했다. 종교개혁가 루터는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기 위해 ‘95개조 반박문’을 써서 비텐베르크 성(城) 교회 문에 붙였다. 이 글은 활판인쇄술에 의해 대량 인쇄되어 불과 몇 달 만에 유럽 전역에 퍼졌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면죄부 비판 논리를 널리 퍼뜨려 종교개혁의 불길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 제작한 인쇄물 중에는 면죄부도 있었으니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16세기까지 독일은 다른 지방 사람과 의사소통이 안 될 정도로 지역별로 언어의 차이가 심했다. 하지만 루터의 독일어 번역 성경이 인쇄술을 통해 널리 보급되면서 그 번역어가 독일 전역에 표준어로 정착했고 독일의 문화적 민족주의를 확산시켰다.
구텐베르크로부터 5세기가 지난 뒤 또 하나의 혁명이 있었다. 인터넷의 발명이다. 하지만 빛의 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도 그 핵심 콘텐트는 활자를 통해 축적된 텍스트다. 아날로그적 내공 없이 맞이하는 디지털 시대가 공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의 활자 콘텐트는 얼마나 충실한지 돌아볼 때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대근(논설위원)-20100202화] 미·중 갈등
로널드 레이건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1980년 선거 과정에서 카터의 대중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만을 희생시키면서 중국에 유화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에 성공한 레이건은 82년 대만에 무기를 팔지 않겠다고 중국에 약속했다. 카터 비판이 무색해졌다. 다시 정권 교체. 이번 공격수는 빌 클린턴. 당선자 시절인 92년 12월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중국인의 민주화 열망을 무시하고 중국을 관대하게 대했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클린턴 역시 레이건이 그랬던 것처럼 97년 말 중국과 건설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며 대중 협력을 강화했다. 그리고 다음해 6월 당나라 수도 시안(西安) 방문 때 황제 대접을 받았다. 이런 클린턴의 자세에 대해 대선을 앞둔 99년 11월 공화당 후보인 부시는 “중국은 경쟁자이지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그랬던 부시 역시 정권 교체 후 전략적 경쟁자로 지내기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 이번엔 오바마 대통령 차례. 그도 전임 정권의 대중 정책을 비판하며 강경한 대중 정책을 천명한 뒤 결국 중국과 잘 지내는 쪽으로 돌아갈까. 오바마는 “중국을 봉쇄하지 않겠다” “실용적 협력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대반전이다. ‘부강한 중국의 존재를 받아들일 테니 중국은 다른 국가의 안보와 행복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라’는 ‘전략적 보장’ 개념도 도입했다.
다른 점이 또 있다. 대만 무기 판매 결정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이 국가안보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에 오해가 없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며 완강하다. 대만 무기 판매는 레이건이 중단을 약속한 지 10년 만인 92년 9월 아버지 부시에 의해 재개된 바 있다. 자기 임기말에 슬쩍 결정한 것이다. 아들 부시도 임기말에 무기 판매를 결정했다. 그런데 중국과 잘 지내겠다는 오바마는 1년 만에 무기 판매 결정을 했다. 임기말에 뒤통수치지 않겠다는 솔직함인지, 중국과 경쟁도 협력도 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인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전임 정권과는 분명 다르다. 오바마의 방중 때 후진타오는 그의 연설을 생중계하지 않고 기를 꺾었다. 이번엔 오바마 차례였을 것이다. ‘미국을 무시해서는 중국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새로운 미·중관계의 전개가 흥미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