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멈춘 곳
심청각
그런가 보다 하면서 따라다니고
휘 한 바퀴 돌아도 보고
십 년도 훨씬 전에 단동으로 가는 패키지여행
백두산 천지행 딱 한 번
그 후 두 번째로 패키지여행에 나섰다.
홀로 다니던 나그네가
우째 패키지로 돌아가게 되었을까?
돈땜시...
근로자 휴가지원 20만원
본인부담 20만원으로
교동도부터 시작했던 서해 섬여행
강화도, 석모도, 주문도, 볼음도
영종도, 신도, 장봉도를 거쳐
덕적, 이작, 승봉. 자월도를 들렀고
이번에는
연안부두에서 떠나는 백령, 대청도를 마지막으로
경기, 인천을 지나
충청도로 내려갈 생각인데
딱 잘라 한마디로
패키지가 풍년인 섬에는 가급적 피하기로 했다.
눈 뜨고 나서면
기어 물려 돌아가듯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여행길?
공식화된 루트로 숨가쁘게 몰아치는 트래킹
여유롭게
뭐 하나 느끼고 담고
즐기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다.
단체여행이란게 그냥 구성원이고 부속품일 뿐
사람 간 교류도 없고
그냥 끼리끼리 웃고 먹고 마시고
몰려다니는
그리곤 열심히 사진만 박아대는 시간들 뿐이었다.
심청각 그 주변에 군사시설과 탱크들이 보인다.
방어용이라기 보다는 전시용으로
이곳이 최전방이라는 걸 새삼 상기시켜주려는 듯
가장 고약한 시대를 살아온 탓에
군대도 3년을
교련도 대학교까지 받았다.
예비군도 오래도록 그 후엔 민방위
이곳에서 부르지 않게 되니
다른 곳에서도 부르지 않는다.
주변에 무기들
퇴역한 전시품을 보니 지난 시절 값없이 바친 시간이 아까워진다.
버스 한 대에 여러 팀들을
가득 싣고서 신바람 난 가이드 김기사
쉬지 않고 입 운동 해댄다.
두문진 포구
유람선에 올라 멋진 해안절벽 바위들을 해설사의 해설을 곁들이면서
한참을 나아갔다.
해무? 운무? 여하튼 물안개가 시야를 가려버리자
안전을 위해서
곧바로 되돌려 나온다.
하늘이 안 도와주네
물범도 보일 둥 말 둥
그냥 저게 물범이야
머리가 살짝 들어난 것이...
이렇게
번개불에 콩 튀겨먹고
포구로 다시 돌아오니
하늘이 맑아지고 있다.
백령의 소금강이라는 선대암을 오르니
아찔한 절경이 펼쳐진다.
한 시절에는 3, 40미터 타워크레인 맨 위까지도 올랐었는데
지금은 현장에서 4층에 오르는 것도 현기증이 난다.
7월부터는 15층 오피스텔 현장이니
이미 근육이 도망가 버린 하체
허벅지 강화를 위해서
걷는 것도 양보다 질
규칙적으로 오르는 운동을 곁들여 신경써야 한다.
예약된 횟집에서
말만 자유식이라는 저녁 정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점심 제공되는 식사는 그냥 그렇고
이건 기본이 1인분 3만원
자연산이라는데 한 첨 후엔 젓가락이 다른 곳만 가려고 한다.
팀마다 숫자에 맞춰 자리가 차려져 있고
혼자인 나
맞은 편에 혼자인 또 한 분
둘이서 한 팀이 되어
주거니 받거니 이슬이에 젖어간다.
헌데 공무원 퇴직하시고
살살 홀로 여행을 즐기신다면서
갑자기 소맥으로 술길을 돌리니
금새 해롱 해롱되면서
그제서야 통성명을
요즈음 이상하게 인연 갖는 분들이
“홍성*” 성이 홍과 이름 성*이다.
남양홍씨 돌림자가 성자라고...
체력이 방전되었고
통상보다 더 많은 알콜을 속에 넣고
안주는 밑반찬으로 대신하니
어찌 꿈나라로 갔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니
모두들 출발했고
나만 홀로 멍청하게 서 있다.
근데 어제 하루
뭘 봤지?
어딜 갔었지?
머리 속이 하얗다....
텅 빈 머릿속
암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여행도 머리가 초롱 초롱할 때
다녀야지
돌아서면 잃어버리는
노후된 메모리로는 저장되는 것이 없다.
그냥 스쳐 지날 뿐~~~~
첫댓글 그냥 스쳐 지나가도 너무 멋지네요~~ 우뚝 솟은 바위들의 뽐새가 장난아닙니다.
자유여행을 다니시니 패키지는 당연히 부지런하게 여기저기 기웃기웃 ㅎㅎ
그래도 멋진 바다 최북단 백령도까지 다녀오시고 늘 부지런함에 존경스럽습니다.
오죽님의 글을 읽다보면 긴장하다가 풀렸다가하는 마력이 있다는거아시죠 ? 여행을 하다보니 이제 내가어디를갔고 뭘봤고 아무중요한 사항이 아니란걸 느낍니다 어디서 내가 얼마나행복했고 내가 편안한곳이며 시간대별감성이 맞는곳이 더 나에게 맞는 여행지란것을 알게되더라구요
오죽님의 여행기가주는 마무리에서 저도 많이 느낍니다
뭐가중헌디 ~~내맘이 평화롭고 편안한것이 진정한 여행이란것 이것이더라구요
여행기 정말 감상잘했어요 감사합니다
멋지네요 풍광이
맞아요. 뭐가 중헌디~~
오징어를 요즘엔 그물천으로 덮어 말리네요
파리는 못앉을 듯하니 좋아보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상식 중 하나 홍어는 원래 최대 산지가 대청도입니다. 미끼 없는 일종의 주낙으로 홍어를 잡어요. 목포 흑산도보다 어획량이 더 많고 왈 목포 삭힌 홍어가 나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요. 예전엔 나주가 바다로 연결된 수로가 있었는데 바다에서 잡은 홍어가 나주에 도착하면 삭힌 홍어가 되었다나요... 영광굴비, 홍차 다 같은 썰이 있지요. 여하튼 대청도가 홍어 주산지이지만 인근지역이라 홍어를 건조시키는 풍경이 군데 군데 보입니다. 여기서는 삭힌 홍어가 아니라 싱싱한 홍어와 홍어애를 즐깁니다. 물론 저는 오도독한 홍어회를 즐깁니다.
백령도를 개인여행으로 했지만 최북단에 위치
란 명칭과 두무진외엔 정말 머릿속에 남는게
없네요.
코로나 기간에 서해 남해섬을 두루 여행했는데
충청권에서는 3차례 시도에도 어청도를 못갔습니다.
이곳 카페에서 섬여행을 다시 하는듯한 회상을
오죽님 가실때마다 갖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