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가 묻고 교무가 답하다] 자녀에게 이성친구가 생겼습니다
김도준 교무
Q. 살갑고 다정해서 더 귀한 아들이 어느날 여자친구를 소개해줬습니다. 그런데 왜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걸까요. 이제 품 안에서 놓아줘야 할 때가 온 걸까요.
A. 여섯살 된 저희 막내딸 역시 어린이집에서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어린이집에 하원시키러 가면 “○○이랑 더 놀아야 되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냐”면서 투덜댑니다. 그럼 저는 어린이집 현관에서 조금 더 기다렸다가 딸의 남자친구(?) 부모님이 하원시키러 오면 그제서야 함께 하원하곤 합니다. 아빠들이 뒤에 따라가면서 아이들이 손잡고 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언제 이렇게 커서 내 손보다 어린이집에서 같이 노는 남자친구(?) 손 잡는 걸 더 좋아하게 됐는지’ 태연한 척은 해도 서운해집니다.
‘빈 둥지 증후군(공소증후군, Empty nest Syndrome)’이라는 심리현상이 있습니다. 결혼이나 출산, 양육 등으로 정신없이 살다가 성장한 자녀가 자신의 품을 떠난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감을 느끼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는 이런 심리현상을 알아가면서 ‘앞으로 나는 우리 아이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자녀와 부모는 서로 삶의 의미가 됩니다. 이 때문에 점점 자녀가 커가면서 부모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 줄고 그로 인해 역할이 사라져가는 것 같은 서운함이 드는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의 역할과 부모자식의 관계 역시 다시 한번 정리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따라 여섯살 된 막내딸을 안고 있자면 부쩍 늘어난 아이의 몸무게와 키가 부담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마다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에게 고맙고, 한편으로는 아이가 커감에 따라 나의 역할도 달라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저는 부모의 역할은 ‘둥지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세상을 넓게 품으려면 부모의 세상 역시 함께 넓어져야 하고, 자녀보다 더 큰 품으로 안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훌쩍 자라버린 자녀에게 서운함이나 이제 놓아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내 아이의 세상이 이만큼 커졌구나’ 하는 대견한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정산종사께서는 “복 중에는 인연복이 제일이요 인연 중에는 불연이 제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너른 품과 자비로 뭇 중생들이 몸과 마음을 의지하는 부처님과 인연을 맺듯, 부모와 자녀간의 인연도 서로에게 너른 품을 내어주고 함께 부처 되는 불연으로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교정원 정보전산실
[2024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