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 드디어 도착했다. 수하물을 찾자마자 지하의 JR 승강장으로 달려가 홋카이도 패스를 손에 쥐었다. 공항에서 삿포로까지 지정석 발권을 받는 것으로 본격적인 홋카이도 기차여행이 시작되었다. 첫 목적지는 아사히 맥주 박물관이다. 이곳의 견학은 예약제이므로 홈페이지나 전화로 신청하거나 사무실에서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박물관부터 느긋하게 돌아보는 것이 좋다. 관람비가 무료인 데다 위층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일본 어디를 가든 철도 패스가 있다면 무조건 지정석을 예약하고 꼭 창가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눈 덮인 바닷가의 풍경에 감탄하다 보니 어느새 `공예와 운하의 도시` 오타루에 도착했다. 유리공방에서 유리잔 제작 체험을 할까, 오르골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오르골`로 마음을 정하고 열심히 만들어 보았다. 안내소에서 가져온 그림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운하를 따라 제법 기분 좋은 산책도 해 본다. 오르골 관에서 아스라이 들리는 멜로디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흰색 증기, 홍차의 맛과 향이 물씬 담긴 르타오의 초콜릿까지. 오타루는 추운 날씨가 무색할 만큼 잔잔하고 달콤한 공기를 지닌 곳 같다. 홋카이도에 왔으니 하코다테는 꼭 가보고 싶었다. 하코다테까지 편도 티켓만 9000엔 정도였기에 왕복만 이용해도 본전이라는 확신으로 구입한 홋카이도 패스의 진가를 발휘하는 날이 왔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는 특급 쾌속으로 약 3시간30분이 소요됐다. 기차가 바다를 끼고 달리기 때문에 지정석을 예매할 때 전망 좋은 자리를 부탁하자. 안내방송이 하코다테를 외칠 즈음, 창밖에는 코발트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날은 노보리베쓰로 향했고 운 좋게도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작은 온천 마을에 도착했다. 귀여운 동물 모양의 대리석 의자가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분 좋게 온천을 한 뒤 역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커피와 팬케이크, 클럽하우스 샌드위치와 밀크티의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