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군은 호반휴게소에서 거제시청까지 약 30km,
경유지(오량초등학교)가 생겨 거리가 조금 늘었지만 차도와 인도, 자전거 전용도로를 잘 섞으니 28km로 줄어드니 오~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2km를 걸은 기분이다. ^^
원래는 행군이 다음 주였는데 거제에 일정이 생겨 한 주 당기게 되었다. 4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5시에 거제시청에서 스승님들께 인사올리고 행군을 시작한다. 가로등 때문인지 어둠이 가볍고 생각보다 사람들도 다녀 긴장이 풀리지만, 이제껏 행군 중 제일 긴 거리라 마음 한 구석 부담은 지울 수 없고, 이틀 연달아 물놀이를 한 후라 체력 안배에 시작부터 신경이 좀 쓰인다.
거제시청에서 경유지인 오량초등학교까지는 차도가 많아 아무리 새벽이지만 조심스레 걷다보니 마음까지 점점 움츠러들어 발걸음이 무겁다. ‘에잇!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내가 가진 건 두 다리와 시간뿐이니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자.’ 마음먹으니 기운이 한 곳으로 모이고 몸 여기저기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오르며 서서히 다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차도를 걸으며 나도 조심스럽지만 나를 보고 운전자도 얼마나 신경이 쓰일까 싶어 최대한 가장자리로 붙으며 걷는 중 차량 몇 대가 스텔스 기능이 있는 것처럼 내 옆을 조용히 지나간다. ‘아우 깜짝이야. 이렇게 가로 붙어 가는데 왜 옆으로 오는거지?’ 생각하는 중에 가방에 붙은 국토정화 깃발이 떠오른다. 알고 나니 궁금함에 나를 배려해 조용히 오는 차들이 고맙기만 하다.
또, 경유지를 지나 한참 가는 중 젊은(?) 할아버지 한 분이 도로 반대편에서 말을 건넨다. 조금 전에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걷는 것을 봤다고, 본인도 젊었을 때 친구와 국토종주를 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신다면서 두 눈 가득 대단하다는 눈빛이다. 어디서 왔고 어디까지 가는지, 사는 곳은 어딘지 할아버지의 아들도 울산 북구에 산다는 얘기까지 순식간에 나누며 집에 갈 차편까지 물어보신다. 도착지에서 가족이 합류한다고 하니 다소 아쉬운 표정은 아마도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시려고 한 것 같다. 그때 함께한 친구는 운동만 열심히 하고 음식은 잘 챙기지 않아 먼저 갔다며 영양섭취해가며 하라고 당부를 하시며 대단하다고 연신 말씀하신다. 나야 목적이 있으니 이렇게 하지만 목적없이 그렇게 종주하신 두 분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단단히 마음을 먹었는지 예상보다 경유지에 빨리 도착했다. 버스정류장에 쉬어가며 걸었는데 1시간에 4km이상을 걷고 있다는 도반의 말도 있고 식당에 콩국수 글씨가 맛나 보여 들어갔더니 아직 장사 전이라 하여 아쉽게 돌아나왔다.
한 낮의 햇빛이 덥긴 하지만 한 여름 무더위 같지 않음에 며칠 전 입추가 지났음이 떠올라 절기가 무섭구나 자연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걷는 중 커피숖 팥빙수 글씨가 또 맛나게 보여 들어가 에어컨 바람에 열을 식히며 영양을 섭취해본다.^^
도착 시간에 맞춰 놀고 있는 가족들이 나 때문에 서두를까 이 곳에서 최대한 있어볼까 했지만 자꾸 엉덩이가 들썩거려 서둘러 호반휴게소로 향한다. 출발할 때는 빨라지는 걸음이 도착할 때는 아껴진다. 만트라로 정화도 하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며 오늘의 도착지인 호반휴게소에 도착했다.
기운의 힘, 응원의 힘, 정말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비전.참회.감사.
첫댓글 할아버님과 배려해주시는 차량들에 감사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
할아버님 말씀처럼 잘 챙겨 드시면서 .... ^^;;;
사진들이 한장한장 맛이 다 다르네요..
맛 좀 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