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사들이 뮤지컬 공연 중 '이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니'를 합창하고 있다.
|
5월 22일 경기도 양평에 있는 군종교구 결전본당(주임 오정형 신부) 성모의 밤 행사에서 아주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결전부대 병사 10여 명이 직접 배우가 돼 뮤지컬 '아미고(Army Go)'를 선보인 것이다. 작은 성전에 모인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병사들 열연에 여기저기서 갈채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미고'는 본당 역사상 최초로 병사들이 제작한 뮤지컬이다. 군 입대 후 적응하기 힘든 생활과 여자 친구와 이별 등으로 힘겨워하던 이등병 강석에게 선임병들이 깜짝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위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석은 힘들 때마다 하느님을 찾으며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미고'는 지난해 예수 성탄 대축일 때 갑작스럽게 기획됐다. 성탄절 행사를 마친 군종교구 결전본당 병사들은 뭔가 허전한 기분이었다. 노래자랑, 외부 신자들의 특별 공연 등이 있었지만 정작 본당 주인공인 병사들이 참여한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사들은 행사를 마치고 "5월 성모의 밤 행사를 우리 힘으로 의미 있게 꾸며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수차례 회의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뮤지컬이었다. 뮤지컬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병사 16명은 4월 중순부터 주말마다 성당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대본을 만들었다. 연출은 대학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한 한지호(막시밀리아노 콜베, 24) 상병이, 주연은 연기를 전공한 차강석(카시오) 일병이 맡았다.
난생 처음 연기를 해 보는 병사들은 첫 연습 때 쭈뼛쭈뼛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병사들이 힘들어 할 때마다 맏형인 한지호 상병은 동생들에게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한주 한주 지나면서 어색했던 연기는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노래 소리는 커졌다.
차 일병은 "다들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 무대를 낯설어 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모든 병사가 정말 열심히 했다"며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이끌어주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공연 1주일 전부터는 아예 성당에서 합숙하며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오정형 신부는 병사들이 속해 있는 대대에 공문을 보내 병사들이 합숙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것을 요청했다. 합숙기간 동안 병사들은 매일 아침 시간전례(성무일도)를 바치며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함께 묵주기도와 '말씀 나누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 신부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열심히 기도하며 연습을 하는 병사들이 무척 대견스러웠다"며 "병사들이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면서 신앙생활의 행복, 기도의 기쁨을 찾은 것 같아 기특하다"고 말했다.
공연 직전까지 병사들 얼굴에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선을 다한 공연을 마치고 기대 이상의 박수와 환호를 받은 병사들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지호 상병은 "처음에는 '우리끼리 즐기자'는 마음으로 뮤지컬을 준비했는데 멋진 작품으로 완성돼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 번 공연하고 끝내기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우리가 만든 뮤지컬을 선보일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