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좋은벗들(이사장 법륜스님)은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식량난과 인권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1997년부터 5년간 중국내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수집한 3005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경제·사회적 권리와 시민·정치적 권리로 구분해 정리, 분석돼 있다.
보고서는 “기존의 북한 공권력이 식량난이라는 비상 통제체제 하에서 더욱 폭압적으로 변하면서 수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중국 도강(渡江)과 생계형 범죄에 대해 과중한 고문과 처벌이 일상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식량을 구하려고 탈북했다가 강제 송환된 주민에 대해 옷을 벗겨 몸수색을하고 돈을 빼내기 위해 일부러 음식을 먹여 변을 보게 하거나 여성의 경우 자궁검사를 하거나 성폭행까지 하는 사례, 협동농장의 소를 죽였거나 공장의 기계부품을 뜯어 팔았다고 공개 총살하는 등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또 보위원.안전원 등 공권력의 대리인들이 식량난으로 곤궁해지자 권력을 이용해 일반 주민을 수탈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게 됐다“며 ”이들의 개인착복행위는 사회혼란과 무질서를 방조하고 일반 주민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착취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위원.안전원들은 일부러 장사를 방해해 돈을 받기도 하고 장사를 하는 가정의 동태를 파악해 수시로 점검하면서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받았는데 뇌물을 주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게 만들었고 결국 주민들은 장사밑천을 모두 뺏겨 먹고 살 방도마저 사라졌다는 것.
보고서는 이어 ”식량난으로 인해 북한 주민의 이동의 문제는 자유보다 더 근원적인 생존의 문제로 바뀌었다“며 ”이동하려면 통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수량이 한정돼 있어 안전원과 연줄이 있거나 뇌물을 상납하는 사람들 외에 일반 주민이 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행증명서 없이 이동하면 엄중한 단속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는데, 함남 함흥시의 한 여성에 따르면 벌금을 지불할 돈이 없는 노인들은 해당 목적지와 상관없이 중도에 강제하차 당해 사실상 사지로 내몰리고 폭행치사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가장 큰 인권침해는 식량권ㆍ생존권 인만큼 북한 인권의 최대 당면과제는 식량난 해결“이라고 지적하고 인권과 인도적지원을 병행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인권 개선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북한당국이 인권보장을 위해 ▲식량난 실태를 공개하고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외부의 요구에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며 ▲경제개혁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민 여론을 수렴하고 ▲통행증명서 제도를 폐지하며 ▲장마당을 전면 허용하고 ▲집단농업체제를 조속히 폐지하고 개인영농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또 남한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자국민의 인권개선과 똑같이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해야 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만큼은 국내의 정치적 논란에 휘둘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남한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 긴급한 식량구호 뿐 아니라 빈곤타파를 위한 전반적인 생활지원을 펼쳐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며 이같은 대량의 광범위한 인도적 지원이 납북자.국군포로.이산가족 등의 인권문제나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 개선에 대한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