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세차장
해저동굴처럼 깜깜한 자동세차장을 들어간다
커다란 상어한마리 지느러미를 흔들며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꽃밭으로 위장한 상어의 입속
무수한 촉수들이 흔들린다
나는 통째로 삼켜진다
한끼 식사를 위해 뿌려지는 물줄기
알맞게 반죽한 나를 맛보는 상어의 감촉에
온몸에 오스스 소름 돋는다
무수한 꽃들이 피어난다
눈 앞이 캄캄해지는 진한 사랑에 까루룩 정신을 놓는다
격렬한 사랑으로 찢어진 지느러미를 흔들며
빠르게 뱃속의 물체를 뿜어내는 상어
심하게 기침을 하며 물러난다
무지개 지고 소나기 멈췄다
먹구름 물러나고 바람이 분다
사랑을 버린 길이 넓고 차다
==
이 시를 읽으면서 내내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지동 세차장의 세차하는 모습을 너무 재미있게 표현했거니와
나의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나는 아빠가 주유소에서 차를 자동세차할때를 마냥 좋아했었다.
왠지 어둑어둑한 분위기와 윙윙거리는 소음, 그리고 부드럽게 진동하는 것들이 모두 나를 오싹오싹 찔끔거리게 했어도
왠지모를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커다란 솔이 차를 향해 다가올때는 잡아 먹으려하는 것처럼 느껴져 신기하고 또 재미있었다.
그런 어린 시절의 나의 생각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표현한 이 시는 매우 재미있었다.
특히 1연은 맨 첫행이 아니라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상어가 화자를 삼켰다 토해내는 그런 장면이었다.
하지만 두번, 세번 더 읽어보자 의문이 생겼다. 맨마지막 행의 '사랑을 버린 길이 넓고 차다'라는 것은
화자의 입장이었을까, 아니면 자동세차장, 그러니까 상어의 입장이었을까? 만약 화자라면 화자는 나처럼
자동세차장을 무서워하면서도 막상 끝나면 아쉬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