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기자의 TV 한 수]
송해, "나는 잡식성. 깨작깨작 안 먹고 목욕탕 들어가 1200을 세는 게 장수 비결"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았다. 그래도 ‘전국노래자랑’ 30년 했으니 행복하다.” 방송인 송해(88)가 말했습니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해 올해로 60년이 됐습니다. 1986년부터 진행을 맡은 KBS ‘전국노래자랑’은 햇수로 30년. 지난해 11월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은관문화훈장도 받았습니다. 방송코미디언협회 총재이기도 합니다. 1~2년을 담보키 어려운 방송계에서 이만하면 거의 장수거북이 수준. 부산 중구 광복로 일대엔 그의 이름을 딴 1㎞짜리 ‘송해 거리’까지 조성됩니다. 현역 최고령 연예인 송해는 감히 ‘100세 시대’의 표본이라 할 만합니다. 다음 달 19일 서울 올림픽홀을 시작으로, 21일 부산 시민회관, 3월 1일 창원 KBS홀에서 ‘송해 빅 쇼’까지 엽니다. 쉼 없이 움직여왔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22일 공연 홍보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송해는 “북한에서 혈혈단신 내려와 이 시간이 될 때까지 살면서 3년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3년은 커녕 당장 3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방송 환경을 얘기한 것입니다. “방송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개편 때만 되면 피가 마른다. 언제 나가야 할지 모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계획을 세울 수 없으니 방황도 참 많았다”면서도 “고생하는 분들이 비일비재하다. 스스로 인내해서 꿈과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 7월, 함께 충북 충주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녹화 일정을 따라간 적이 있습니다. 매주 녹화 때마다 녹화 하루 전날 미리 그 고장에 내려가 주민들과 낯을 익힙니다. 고령임에도 악단 멤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출출하면 휴게소에 들러 순두부찌개 등을 먹습니다.
전국노래자랑 최장수 MC를 맡고 있는 방송인 송해가 2013년 7월 12일 충북 충주시 한 사우나에서 주민들과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조선일보 DB |
신재동 악단장이 “21년째 선생님을 모시지만, 뭐든 참 복스럽게 드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송해 역시 “나는 잡식성이다. 깨작깨작 안 먹는 게 장수 비결”이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꼭 목욕탕에 갑니다. 30년 된 습관입니다. 그는 “탕에 들어가 속으로 1200회를 세면 땀도 적당히 나고 몸도 풀린다”고 껄껄 웃었습니다. 그의 오랜 방송 생활은 나름의 몸 관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생전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송해만 보면 “세상에서 제일 부자가 왔다”고 합니다. 송해가 “자동차를 그렇게 많이 만들고 집도 지어 올리는 사람이 나보고 왜 부자라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정 회장이 대답했다고 합니다. “사람 많이 아는 사람이 제일 부자인데, 송해 선생처럼 사람 많이 아는 이가 있느냐.” 그는 아직도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늘 곁을 내어줍니다. “젊은 친구들이 사진 찍자고 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재주도 이런 재주를 부려야 오래 사는 것 같네요. 제 인생의 봄날은 지금부터입니다.” 송해는 “방송인이니까 무대에서 쓰러질 그날까지 제 이야기를 전하는 게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공연날) 송해랑 한번 흐드러지게 놀아보십시다”라고 힘껏 소리를 냈습니다. 구순(九旬)을 앞둔 그는 청바지 차림이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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