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테리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병무청에서 일하며 무적을 다녔던 James입니다 (James가 너무 많아 헷갈리실 거 같아 부연 설명).
미국 유학 이후 근황을 한 번 도 알려드리지 못한 거 같아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
2018년에 미국에 있는 캔자스 주립대학교에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와서
이번에 버지니아텍 (버지니아공대)에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박사 졸업 전에 포닥 (박사후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테뉴어 트랙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저도 열심히 했기도 했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끝에 이루어진 거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네요.
여기 학교는 개강을 8/22에 개강하여 벌써 개강 2주 차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연수 프로그램과 학교 내 소셜 모임 때문에 이제야 소식을 알려드리네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학부 때부터 유학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무적을 다니며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서울에 취직해서도 따로 일주일에 한 편씩 이코노미스트를 공부하며 영어감을 계속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초 선생님께서도 항상 말했듯이 미국에 가도 영어가 저절로 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박사 와서도 일주일에 일정 시간을 할애하여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였습니다.
나름 영어 공부를 꾸준히 했지만 고백하자면 아직까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
그렇다고 스피킹이 유창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제가 원하는 콘텐츠를 정확하게 전달만 할 수 있으면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 정도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전공지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꾸준한 영어 학습이 필요하죠.
그래도 무적에서 다니면서 훈련했던 영어 방식을 그대로
대학원 공부에 적용하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했기에 가능했던 부분인 거 같습니다.
이번에 임용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아주 간략히 공유하고자 합니다
(혹시나 무적에서 미국임용을 준비하시는분을 위해).
미국은 잡마켓이 보통 9월에서 시작하여 이듬해 5월까지도 이어지는 길고도 지루한 과정입니다.
저도 임용 원서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9월까지 준비하였습니다.
잡마켓이 보통 졸업 1년 전에 시작되기 때문에 사실상 졸업 1년 전에 모든 게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박사를 4년 과정으로 생각하면 만 3년까지 모든 게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서 정말 시간이 촉박합니다.
그래서 저는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부터 이러한 타임라인을 고려하여 정말 열심히 차근차근 준비하였습니다.
덕분에 만 3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탑 저널 2개를 게재할 수가 있었고
이러한 연구 경력이 임용 준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국 대학 임용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차 서류 - 2차 Zoom 인터뷰 - 3차 Campus visit입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1차에서 보통 한자리를 두고 80-100명 정도 경쟁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Job description에 포지션에 맞는 경쟁자를 6-8배수 정도 뽑아서 2차 면접 대상자로 지명합니다.
Zoom 인터뷰는 보통 30분-1시간 정도 진행되며. 지원자와 다대 1로 면접하는 형태입니다.
Zoom 인터뷰에 들어가면 Searching Committee (보통 6명, 7명)가 차례로 질문을 합니다.
보통 질문당 2-3분 내로 질문에 대답하며 제가 얼마나 이 포지션에 맞는 사람인지
그리고 어떻게 학교 프로그램에 공헌할 수 있는지를 어필합니다.
사실 Zoom으로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순발력 있고 간결하게 답변해야 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저는 예상 질문 리스트를 준비하여 어떤 질문이 나와도 준비한 답변을 가지고 말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였습니다.
Zoom 인터뷰 이후 최종 3인을 캠퍼스로 초청을 합니다.
최종 3인은 보통 누가 임용되던 이상할 분이 없는 쟁쟁한 사람들이 초청됩니다.
캠퍼스 비짓은 대부분의 학교가 3일 동안 진행되며 정말로 체력과 정신이 많이 소모되는 과정입니다.
3일 동안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정말 그 사람의 성격, 지적 능력, Social skill까지 평가를 할 수가 있습니다.
보통 첫날 공항에 도착하면 교수님들이 픽업을 오십니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 인터뷰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교까지 가는 차 안에서 일상 이야기, 학교 이야기, 연구 이야기 많은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겉으로는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지만 전부 면접자를 파악하기 위해 하는 과정입니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한 이후 Committee 교수님들과 저녁을 먹습니다. 이 또한 면접의 일부죠.
식당의 시끄러움+낯선 환경+맥락을 모르는 이야기 콤보로 인하여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가 않습니다.
호텔로 돌아오면 이미 첫날 일정으로 인해 정신과 체력이 바닥이 납니다.
둘째 날 일정이 메인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보통 Job talk presentation을 합니다.
학과에 있는 모든 교수님, 학생, 그리고 직원들을 불러서
제 연구, 티칭, 그리고 학교 기여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은 보통 40분 + 질의응답 20분 정도로 진행됩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는 청중이 다양하기 때문에 학부생 1-2학년 정도 수준으로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흥미를 끌만한 소재를 많이 넣어 지루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인터뷰 가기 전에 제가 박사과정 중에 공부하고 있는 학교 교수님들을 불러 모의로 연습해 보고 피드백을 받고 갔습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사실 프레젠테이션 자체보다 질의응답하는 시간이 제일 긴장되고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잘 못 들을까 봐 정말 초긴장 상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초 선생님 말대로 듣지 못하면 말도 못 하거든요..
그래서 인터뷰 중에 제일 힘든 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엑센트가 특이한 사람, 엉뚱한 질문하는 학부생, 그리고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교수님들 때문에
전체 인터뷰 중에 가장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는 교수님들과 개별 면접 또는 일대다 면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통 점심은 학생들이랑 먹습니다.
학부나 대학원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어떻게 학생들과 소통하고 이야기하는지
그런 것들이 전부 평가에 반영되는 거 같습니다 (실제로 학생들도 평가지를 제출합니다).
이러한 일정 중간중간에 학과 시설 투어 (간혹 수업 참관), 캠퍼스 투어, Research center 투어 같은 일정이 있고
마지막으로 학과 전체 교수님들과 저녁을 먹고 마무리가 됩니다.
둘째 날 일정은 정말 개인 쉬는 시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빡빡하게 진행됩니다.
호텔에 오면 녹초가 되어 돌아옵니다.
셋째 날은 비교적 가벼운 일정입니다. 아침을 먹으면 Exit interview를 학과장님과 하거나
간혹 프레젠테이션 하나를 더 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면 공항에 내려주고 결과가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합니다.
저는 이러한 캠퍼스 비짓을 4번이나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3곳에서 오퍼를 받았고 지금 임용된 곳에 최종 선택을 하였습니다.
유일하게 떨어졌던 학교가 맨 처음 인터뷰를 봤던 학교입니다.
이 힘든 과정을 거치고 마지막 문턱이었는데 코앞에서 떨어지니 정말 좌절감이 컸습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학교에 오퍼를 받게 되어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걸 항상 깨닫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많이 길어졌는데 무적에서 배웠던 영어 덕분에 짧은 박사과정 생활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아직도 영어는 많이 부족하여 바쁘더라도 꾸준히 공부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아마 한국 토종으로 태어난 사람의 평생의 숙제일 거 같네요.
그래도 정말 무적에서 배운 영어가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합니다.
영어를 배운 덕분에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었고 더 넓은 세상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평생 부산에 자라고 공부해서 지금 미국에 있는 이 순간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더 겸손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여 제 지식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평균 (아마도 평균 이하)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자신이 없습니다.
무적을 다닐 때도 Fifty wonders 한 문단을 2년 동안 다니면서 제대로 외워서 앞에서 성공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하면서 지금까지 성장한 모습을 보니 모든 무적커들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하고 무적을 떠나더라도 공부하던 습관과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한다면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비자 때문에 한국에 가지 못했지만 다음에 한국에 가면 무적에 가보고 싶네요.
James 드림
첫댓글 너무나 귀중한 글 감사드립니다. 담담히 그러나 과감하게 더욱더 성장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임스 축하해요
축하드립니다.
병무청 일하시면서 공부하고, 외국 박사과정, 교수임용 준비과정 정말 궁금해요~
저도 지금 일하면서 국내 석사과정(MBA) 밞고 있으며, 이후 박사과정을 미국쪽으로 진학하려고하는데, 경험, 노하우를 배우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