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은 예루살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도 바울의 설교입니다. 바울은 자신의 이력을 자세히 밝히는 것으로 설교를 시작합니다. 자신도 유대인이고, 길리기아의 다소에서 태어났지만 예루살렘에서 자랐고,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엄격한 율법교육을 받았다는 것과,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을 잡아 처벌을 받게 하려고 다메섹으로 가던 길에 예수님을 만나게 된 사건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설교를 듣던 예루살렘 시민들은, 바울이 변화되어 예수께 사명을 받고 이방인을 위한 사도로 파송되었다는 말을 듣자, 이런 자는 살려두면 안 된다며 소란을 피웁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천부장이 바울을 병영 안으로 끌어들이고, 바울을 심문하여 시민들이 소리를 지르는 이유를 알아내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합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 바울은 자신이 로마 시민임을 밝히고, 유죄판결도 내리지 않고 매질하는 건 로마법에 어긋난다고 상소하여 위기를 넘깁니다. 천부장은 바울의 결박을 풀어 주고, 무슨 일로 유대 사람이 바울을 고소하는지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대제사장들과 의회를 소집하여 바울을 그들 앞에 세웠다는 기록으로 22장은 막을 내립니다.
여기서 잠시 로마군의 편성과 지휘체계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로마 군대의 편제에서 최소 단위는 백인대입니다. 백인대는 글자 그대로 100명으로 구성된 부대 단위입니다. 그 100명의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개신교성서에는 백부장이라고 되어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백인대장이라고 부르고, 공동번역에도 백인대장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명이라면 중대 규모가 되고 중대장의 계급은 대위나 소령으로 장교지만, 로마군대에서 백인대장은 장교가 아니라 부사관으로 취급받습니다. 장교는 로마 귀족만이 맡을 수 있었기 때문에 6개의 백인대가 모인 대대장부터 장교로 취급받았습니다.
성경에는 백인대장이 제일 많이 등장하고, 가끔씩 천부장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이 천부장이 바로 600명을 지휘하는 대대장을 말하는 것입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천부장도 로마 귀족 출신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개신교성서에 천부장이라고 되어 있는 이 단어를 공동번역에서는 파견대장이라고 번역해 놓았습니다. 그 이유는, 1000명을 지휘한다는 뜻의 천부장에 가장 가까운 로마군의 단위는 대대로 번역할 수 있는 코호르스이고, 보통 군대가 파견될 때의 최소 단위도 코호르스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파견대장이라고 번역했을 것입니다.
로마 군대의 편제는 크게 셋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제일 작은 단위가 100명으로 구성된 켄투리아, 그 다음이 6개의 켄투리아가 모여 600명으로 구성된 코호르스, 그 다음이 10개의 코호르스가 모여 6000명으로 구성된 레기오입니다. 켄투리아는 백인대나 중대라고 번역할 수 있고, 코호르스는 대대라고 번역할 수 있고, 레기오는 군단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로마군 지휘관은 넷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최고 지휘관은 로마군 전체를 통솔하는 임페라토르인데, 총사령관이라는 뜻이지만 나중에는 황제를 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다음이 레기오를 지휘하는 레가투스인데 보통 군단장이라는 말로 번역됩니다. 그 다음은 코호르스를 지휘하는 트리부누스로 대대장이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하급 지휘관이 켄투리아를 통솔하는 켄투리오인데, 우리말로는 보통 백인대장이라고 하고, 개신교성서에는 백부장이라고 번역되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