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가정도 증시에 상장한다
-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株價로 매겨지는 사회
도래
- 아버지는 CEO, 아들은 이사, 생활수준도 나아질듯
/Adam Bryant 기자
인생에서 확실한 것은 세금과 죽음뿐이라는 말이 있다.
영원한 주가상승도 그중 하나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 같은 추세라면 그렇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날이 오면 우리의 거의 모든 일상생활이 증시화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상 합당할 것 같다.
그렇게 놓고 보면 그 날이 이미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적지 않다. 어쨌든 상상의
나래를 좀더 크게 펼쳐 일상생활에 증시를 도입해 보자. 예를 들면 모든 가정(가구)이 기업처럼 주식을 공모해 증시에 상장할 수도 있다. 재산이 적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최근 상당수의 인터넷 관련기업들이 신규공모를 통해 돈방석에
올라 앉았듯이 대다수가 약간의 재산만 있으면 큰 돈을 모으게 될 것이다. 가족의 일원중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안정된 수입원이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저축이 있는지 여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익에 비해 주가가 터무니 없이 높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선례를 따르자면 연말에 현금 보유고를 없애는 게 상책이다. 지금과 같은 증시에서는 상장된 가정이 수익을 올리는
게 오히려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가정이 상장되면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삶이 편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부모와 자녀가 자기
가구의 이사로 취임해 대다수 최고경영자(CEO)들이 누리는 상류생활을 즐기게 될 것이다. 식품·외식·휴가 비용은 모두 사업적 지출로 간주돼 세금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요즘 기업들이
잠재력이 큰 자회사(가령 첨단기업)의 주식을 별도로 발행하듯 자녀들도
그들만의 ‘트래킹株’를 발행할 수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주가에 반영한다면 학부형이 얼마나 편해지겠는가.
교사들도 점수나 통지표에 신경쓸 필요 없이 각 학생의 주가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만 하면 된다. 학생들은 서로 주식을 합쳐(합병) 일류大 입학자격을 강제매수할
수도 있다.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 스톡 옵션(자사주 매입선택권) 등의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그들에게 세상사를 가르치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은 상장가구의 CEO이므로 평균 이상의 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다(경영자 세계에서는 ‘평균 이하’의 급여를 받아 마땅하다고 간주되는 CEO가 없다).
월스트리트에서 ‘보위 채권’(Bowie Bond: 수년 전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가
장래 로열티의 지급을 약속하는 이 증서를 만들어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을 발행한다면 가구도 증시에 상장하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모두가 증시형 생활양식을 진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진정 목가적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 ‘월스트리트
마을’에는 악재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쨌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주가가 떨어지면 그것을 ‘조정’이나
‘이익 실현’으로 부르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따라서 월스트리트 마을 사람에게 불행이 닥칠 경우 그는 그것을
‘인생 조정’이나 ‘행운 실현’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많은 일상적인 결정도 증시를 등대 삼아 단순화할
수 있다. 우선 쇼핑할 때 제품 가격을
비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면 그만이다. 시청할 TV 채널도 디즈니(ABC 모기업)·제너럴 일렉트릭(NBC)·CBS 중 어느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응원하는 스포츠팀도 증시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몇 개 되지 않는 상장기업 중 하나(예를 들면 농구팀 보스턴 셀틱스나 아이스하키 팀 플로리다
팬더스)에 투자했다면 자기 팀뿐 아니라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팀도 응원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의 증권분석가들이 투자자들에게 매도를 권유하는 주식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단순명료하게 모든 주식을 ‘매수추천종목’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증권회사들은 이제 ‘예비 신흥시장’(pre-emerging market)에 투자하는 펀드를 홍보하고 있다.
얼마나 낙천적인가. 월스트리트 마을에서는 투자실패와 같은 문제는 사라지고 ‘예비’
성공만 있게 될 것이다.
경제계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던 개념
가운데 일부도 머지않아 역사의 유물로 전락하게 될지 모른다. 지난 20년 동안의 주가 추이를 감안할 때 사람들이 ‘무료제공 점심’(불로소득)과 같은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개인이 뮤추얼 펀드에 지출하는
돈의 1% 정도를 적립하는 카드가 등장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돈을
지출할수록 저축액이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젠 소비에 대해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탐욕은 죄가 아니라 상품을 탈 수 있는 퀴즈쇼인 것이다.
증시가 견실하다면 미국 행정부의 증시화도 고려해볼 만하다. 99년 초 클린턴 행정부가 사회보장 신탁 기금의 일부를
증시에 투자하는 안을 제출했다가 부결됐지만 그보다 더 대담한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행정부 자체가 증시가
되고 정치인들은 스스로를 상장주식화해 시시각각 자신의 인기도를 확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 법안도 가공의 주식으로
거래될 수 있다. 그와 같은 현대적인 민주주의(증시)가 도입되면 여론조사 업계 전체와 로비업계 태반이 사라질 것이다.
증시가 정부를 대신해 들어선다면 금융관련법을 제정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파워 엘리트가 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다음 세기의 기업 경영방식에 대해 다수의 저서를 펴낸 로버트 A. G. 몽크스는 “앞으로 모든 부모는 아들이 회계사가 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스톡 옵션 관련법을 제정한 사람들이 바로 회계사였기 때문이다. 특히 스톡 옵션이 기업의 실제적인 비용발생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기업회계상 지출로 간주할 필요가 없다고 정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점심을 ‘무료제공’하는
금융시장의 식당에서는 회계사가 바로 요리사이자 돈받는 카운터인 것이다.
그러나 증시에서는 대형악재의 등장이 불가피하다. 가령 앞으로 언젠가 베이비붐 세대들이 투자한 돈을 전부
회수하려 하는데 그것을 매수하려는 젊은 세대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증시가 과연 붕괴될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증시는 주가하락에 대처하는 놀라운 요령을 갖고 있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 옵션이 휴지조각이 돼버릴 경우 상당수 기업은 스톡 옵션 가격을
재산정함으로써 그것이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있도록 자격을 완화한다. 꽤 널리 만연돼 있는 그런 관행으로 일을
잘 못한 사람도 보상을 받으며, 직무나 일의 결과에 따르는 책임에 연연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러나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어쨌든 월스트리트 마을에서는 ‘나쁜 소식’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