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 호숫가에 왔다.
물이 바위틈새를 지날때는 하얗게 보이지만
면경같이 깨끗한 부분도 많고 새하얀 고니떼들이
한강의 하구쪽 하늘에서 날아오고 또 물위에 그림같이 뜨있다.
아침에는 이 녀석들이 물위에서
조용히 뜨있는 게 아니라 무척 시끄럽게
짖어대는 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물속에 머리를 넣고 너무나 오래 있어서
식사를 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머리를 깃털
속에 감추고 단잠을 자고 있었던 게 확실하다.
충분히 자고 났는지 둘이서 마주 보며
서로 머리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강의 하구 쪽에서 무리를 지어 경안천쪽으로 날아가는 것 같다.
고니는 머리쪽을 길게 뻗어 날아간다.
백로들은 다리를 뒤쪽으로 길게 뻗어
날아가니 멀리서 보더라도 알 수가 있다.
이런 조류들은 하늘을 활공하고 있을 때가 멋지다.
경안천쪽으로 향하던 녀석들이 방향을 선회해서
하늘에서 두어바뀌를 돌더니 팔당 호수에 내려 앉는다.
이렇게 물위로 내려 앉을 때의 모습도 멋지다.
면경같은 물위에 그림자 드리우며 내려 앉는 모습도 장관이다.
깃털이 회색이고 발은 붉은 게 아직 어린 녀석같고
나이가 들수록 털이 흰색으로 바뀌고 발도 검은 색으로 변하는 것 같다.
체격이 큰 녀석들이 물위에
수상 스키를 타듯이 내려 앉으니 물보라도 거세다.
물위의 여기저기에 내려 앉은 녀석들은
꼭 한곳에 모여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세레모니를 펼친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날개를 활짝펴서
고개를 처들었다 숙였다를 반복하고 괴성을 지르며
모두의 결속과 안부를 확인하는 것 같은 세레모니다.
어린 너희들도 모두 무사히 안착을 했구나.
네가 앞에 날아가 주어 뒤에서 따라가는 내가 편했다.
어르신분들이 잘 이끌어 주어 안착을 했고 고맙습니다.
모두 모두 배불리 먹고 건강해서 다시 고향으로 날아가자.
이렇게 서로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는
표현을 하며 가족애를 더 두텁게 다지는 것 같이 보인다.
재작년부터 뵈었던 여든이 넘은 어른 형제분 손님이 계신다.
그분들의 부모님께서 공직에 계셔서
자주 이사를 다녔고 여러 지방을 전전하며 자랐다고 한다.
당시의 공직자분들은 정말로 박봉이어서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월급을 받고 살았단다.
머리가 좋은 형은 대학을 졸업하고
공직에 취직을 하고 결혼을 했지만 돈이 없어서
서울 변두리인 녹번동 산기슭 밑에 움막이나 다름이 없는
단칸방이 있는 집을 사서 신혼 살림을 시작 하셨다고 한다.
동생분은 부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되지 않아 몇달을 놀고 있었고...
어느날 형수님으로 부터 연락이 와서 서울에서
학업을 계속해야 하니 꼭 올라와야 한다는 전갈을 받았단다.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 와보니
화장실 조차 없는 풀밭 가운데 있는 단칸방 집이었단다.
형님의 신혼방에서 셋이서 먹고 자는
날이 계속되었고 주위의 공사장에서 나무토막을
줏어 모아놓고 톱을 사달라 하여 마당 한켠에 일을 볼때
남에게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있는 화장실을 만들었단다.
또 처마를 길게 이어 붙여서 자신의
방 하나를 꾸며서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고
대학까지 마치고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무사히 정년 퇴직을 할 수가 있었다고 하셨다.
나에게 이런 말씀을 반시간도 넘게 하시며
자신을 이끌어 주시고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신
형님 부부를 천사라고 평 하시며 눈시울을 적시셨다.
요즘 세상에는 이런 형수님이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두분의 손주들도 장성했고
여든이 넘도록 형제 사이가 나쁘지는 않게 지냈단다.
어느날인가 형님댁에 A/S 할 일이 생겨 찾아 갔다가...
동생분이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키워 주신
형님과 형수님을 천사라고 하셨다는 말씀을 전해 드렸더니...
"아니!! 가가!! 그런 걸 알고 있었다고..." 하시며 놀라셨다.
또 동생분에게는 형님께 그 말씀을 전해 드렸더니 무척 놀라셨다고 하니...
"아니... 내가 하는 행동을 보면
형님과 형수님도 당연히 알고 계셨을텐데..." 하며 또 놀라워 하셨다.
동생분이 친절하시지만 쑥스러워
고맙다는 표현을 말로 하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명배우가 아니고서는 자신의 내면을 얼굴 표정으로
잘 표현할 수가 없고 아무리 명배우가 명연기를 펼처도
관객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내면을 잘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젊었을 때 의좋게 지내던 형제도 장성하여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우다 보면 자주 찾아 뵙기가
어렵고 자주 보지 않는다면 서로를 잘 이해하는 건 어렵다.
서로가 그냥 좋은 형제 사이이긴 했지만
내가 전한 말에 양쪽이 모두 놀라는 걸 보면 60년 가까이
데면데면하게 지냈던 사이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고운말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뜻을
상대방에게 말로 표현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적어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가족간에는
서로의 마음을 보여주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가족간에 표현이 없으니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작은 오해가 불씨가 되어 불화가 일어나는 가정도 많이 보았다.
내가 양쪽에다 전한 말에 두분다 고마워 하시는 것 같았다.
나쁜 말일랑 절대로 전하지 말고
이런 말은 언제나 전해도 좋을 듯하다.ㅋㅋㅋ
고니들이 함께 비행을 하다가
잠시 내려 앉아서도 서로의 안위와 평안을
그들만의 언어로 시끄럽게 표현하며 고마워 하듯이...
사실은 내가 내성적이고 무뚝뚝하여
절대로 고맙다는 뜻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