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부부의 사역 양은 둘 다 다른 직업 없이 전임사역에 뛰어든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거의 없다.
현재 교회에 토요일과 주일에 가서 찬양팀 연습 시키고 주일 예배 한 번 인도하는 것 말고는 말이다.
적어도 남이 시켜서 하는 사역은 이게 다다.
어쩌면, 이 정도 사역 양이라면 사실 굳이 우리 둘다 전임 사역을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둘다 전임 평신도 음악 사역을 결심한 것은 사역의 양이 많아져서가 아니었다.
‘준비하고 배우기’ 위해서였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면서 해보니 도저히 사역을 준비하고 배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음악을 늦게 배우기 시작했고, 독학으로 배웠기에 더욱 그랬다.
외부로부터의 사역은 거의 없었지만, 우린 자체적으로 우리에게 사역을 시켰다.
항상 찬양 속에서 예배하며 살려고 했다.
나는 항상 곡을 썼고, 아내는 보컬을 중심으로 여러 음악적인 것들을 익혔다.
그러다가 지금의 홈페이지를 오픈하게 되었고, 우리가 주님과의 생활 속에서 깨닫게 된 것들을
인터넷상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주중에는 우리 자체적 프로그램을 가지고 스스로를 훈련하고 준비해 왔다.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아침마다 가정 찬양 예배를 드리고, 크리스쳔 음반을 많이 듣고, 다른 사역자들의 영상을 보고,
각종 악기를 연습하고, 음악 이론서를 공부하고, 예배 관련 서적들을 비롯한 신앙서적들을 읽고...
그러나,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은 아내와의 대화였다.
잠이 덜 깬채 아침 잠자리에 누워서도, 식사를 준비하거나 먹으면서도, 세면을 하면서도, 장을 보면서도,
심지어는 TV를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도, 나와 아내는 늘 찬양과 음악 사역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에 대해 목이 아프도록 대화를 나누어 오고 있다.
하나님과 사역에 대한 우리 부부의 자연스러운 대화는 어느새 일종의 사역이자 훈련 프로그램이 되어 왔다.
처음에는 부담 없이 간단하게 시작된 대화는 종종 깊이 있는 세미나나 설교나 강의 분위기로 이어졌기에,
우린 ‘누워 세미나(잠자리에 누워서 하는 대화들)’, ‘먹어 세미나(식사하면서 하는 대화들)’,
‘걸어 세미나(장을 보거나 일 보러 다니면서 하는 대화들)’...등으로 재미있게 부르기도 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훈련시키실 때, 오늘날의 설교나 강의 스타일이 아니라, 생활 속에 녹아든 자연스러운
대화 가운데 하셨다.
제자들이 ‘떡’ 이야기를 나누시다가도 결국 ‘생명의 떡’으로 연결시키셨고, 한 여인과 우물 이야기를
하시다가도 생수 이야기로 발전시킨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폰의 발달로 직접 만나지 않고도 글로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주님께서 길을 열어 주셔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동료 사역자들과 대화할 길이 열렸다.
너무 감사하다.
그러나, 사실, 이런 대화 사역의 중심에는 주님이 계신다.
내가 충분히 주님과 대화하지 못한채 사람들과 대화한다면, 말실수와 상처를 주는 말,
그리고 무익한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예배자들은 주님과의 대화에 늘 목마른 자들이다.
사역자들은 주님의 일을 하는 자가 아니고, 주님과 대화를 하는 자들이다.
우린 찬양과 기도로 그분께 대화를 하며, 그분은 말씀으로 우리에게 대화를 하신다.
가장 귀한 사역! 주님과의 대화 사역이다.
이 사역을 나는 다른 사역 때문에 놓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