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티우스, 김남우 옮김, [호라티우스의 시학](민음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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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라티우스는 베르길리우스, 오비디우스와 더불어 로마 3대 시인으로 범주화되고 있음
-. [호라티우스의 시학]은 인류의 시학사(詩學史)에서 시로 쓴 유일한 시학이며, 그의 서간시 전2권 중 제2권에 해당함
시학
1연
'화가나 시인은
뭐든 감행할 똑같은 권리를 늘 갖노라.'
익히 아는 바, 나도 요청한 바, 양해한 바입니다.
하나 순한 것을 흉한 것에 짝 지우며, 뱀을 새와
범을 양과 어르게 하는 것까지는 아닙니다. (제9-13행 ; 11쪽)
2연
술병을
빚자더니, 물레가 돌아 물동이가 웬 말입니까?
요컨대, 뭐든 뜻대로! 다만 단순하게 단일하게. (21-23행 ; 11, 13쪽)
3연
부전자전의 피소 부자여, 대개 우리들 시인은
옳게 쓴다 착각합니다. 간결하려고 애쓰다
모호해지고, 매끈함을 쫓다가 맥없고
힘없이 됩니다. 큰 걸 호언하다 부어오릅니다.
풍랑을 피하다 너무나 소심하게 땅을 기고
단조로움을 특이하게 변주하길 열망하다
돌고래를 숲에, 멧돼지를 바다에 보태어 그립니다.
기술이 없으니, 잘못을 피하려다 실수를 범합니다. (24-31행 ; 13쪽)
4연
글을 쓰는 그대들은 능력에 맞는 글감을
고르시라. 불감당은 아닌지 어깨가 견딜 수 있을지
오래 두고 살필시라. 소심스레 고른 자를
유창한 화법과 명쾌한 글 배열이 버리지 않습니다. (38-41행 ; 13쪽)
5연
글 배열의 요체요 매력은,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바로 이 순간 말해야 할 바를 이 순간 말하고
나머진 미루어 지금은 제쳐 두는 데 있습니다. (43-44행 ; 15쪽)
6연
말 농사를 짓겠거든 세심히 염려하여,
흔한 단어라도 재치 있게 꿰어 새롭게 한다면
대단한 노래를 하리니. (45-48행 ; 15쪽)
7연
작품마다 달리 매겨지는 변화와 색깔을
유의할 줄 모르면서 어찌 시인이라 인사받으리까? (86-87 ; 19쪽)
작품마다 할당된 합당한 자리를 가질지어다!
물론 때로 희극도 목소리를 근엄하게 높이는 바
성난 크레메스는 부은 입으로 격노합니다. (92-94행 ; 19쪽)
8연
시가 곱다고 충분하리까? 달콤할지니,
시란 제 가는 대로 청중의 마음을 이끌지어다.
시인이 웃을 때 함께 웃고, 슬퍼할 때 슬퍼하는
사람들 표정, 눈물짓는 나를 보겠거든 네가 먼저
아파해야겠고, 그때 네 불행이 날 울리리라,
텔레포스여, 펠레우스여! 역할을 잘못 전달한다면
난 졸거나 실소할 겁니다. (99-105행 ; 19, 21쪽)
9연
명성을 따르거나, 아님 앞뒤가 맞게 지으시라.
작가로 명예로운 아킬레우스를 무대에 올리려거든
싸움에 물리지 않고, 일쑤 버럭하고, 완강하고, 사납고
법을 따르지 않고 칼로 끝장 보는 사람이기를! (119-122행 ; 21쪽)
근데 극 전승에 시도된 적 없던 걸 올려 과감히
새로운 인물을 조형한다면, 시종 한결같이
처음의 성격이 변함없어야 합니다. (125-127행 ; 23쪽)
10연
태산이 몸을 풀어 우스운 생쥐가 태어납니다.
허튼 걸 꾀하지 앟은 시인은 얼마나 옳은가! (139-140행 ; 23쪽)
11연
노래해도 빛나지 않을 건 생략하여
그렇게 지어내어 거짓과 진실을 섞되
시작과 중간, 중간과 끝이 어긋나지 않게 합니다. (150-152행 ; 25쪽)
12연
청중이 막을 걷을 때까지 떠나지 않고, 가수가
"여러분 박수" 할 때까지 앉아 있길 원한다면,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잘 표현해야 하며
쌓여가는 나이에 맞는 장식을 부여해야 합니다. (154-157행 ; 25쪽)
13연
사건은 무대의 실현(實演) 혹은 전령의 보고로.
귀로 듣는 건 영혼을 자극하는데 더뎌
믿음직한 눈앞에 던져진 것만, 관객이 직접
사건을 접하는 것만 못합니다. 그래도 안에서
행해져야 할 건 무대에 올리지 말며,
눈앞에서 치워 놓고 등장한 달변이 보고하길. (179-184행 ; 27쪽)
14연
극은 다섯 막보다 적거나 길지 않기를,
보겠다 또 보겠다 하는 극을 원한다면.
신은 매듭의 해결사가 필요한 경우 외에는
끼지말라. 제4의 배우는 말하려 애쓰지 말라.
합창대가 배우 한 사람 몫과 역할을 수행하리다. (189-193행 ; 29쪽)
15연
옛 피리는 오늘과 달라 녹쇠를 둘러 나팔과
겨루지 않았고 적은 구멍에 가늘고 단순하며
무던히 합창대를 도와주고 반주하였는데
그 소리로 아직 덜 빼곡하던 객석을 채웠습니다.
시민이 헤아릴 만큼 워낙 소수인 덕이고
모여도 절제하고 점잖고 겸손한 덕분입니다. (202-207행 ; 29쪽)
16연
비극이 경박한 시구를 뱉는 건 옳지 않아,
양갓집 부인에게 축젯날 질펀 놀아보라는 꼴,
뻔뻔한 사튀로스들도 약간의 염치는 있어야 합니다. (231-233행 ; 33쪽)
말을 잇고 붙이는 능력이 중요한 고로
이것이 시중의 언어에 명예를 부여합니다. (242-243행 ; 33쪽)
17연
짧은 음절에 긴 음절을 잇댄 건 얌부스,
빠른 걸음. 이에 더욱 키워져 세 걸음 얌부스란
이름을 명받았고, 여섯 개의 강박자를 갖추나,
첫걸음에서 마지막까지 동일한 반복. 얼마후엔
귀에 약간 느리고 무겁게 들릴 정도로,
견고한 스폰데우스에 유산을 허락하여
선뜻 순순히 수용하되, 두 번째와 네 번째 자리엔
공히 거부했습니다. (251-258행 ; 35쪽)
18연
모두가 틀린 운율을 듣는 비평가는 아니로되,
로마 시인들에겐 과한 관용이 주어집니다.
그 핑계로 횡설수설 함부로 쓰리까? 아님 누구나
내 실수를 보리라 여겨, 관용 범위 안에서 신중하게
조심히 쓰리까? 난 겨우 과오를 면했습니다.
칭찬받을 만하지 못했습니다. 그대들은 희랍 모범을
밤낮으로 낮으로 손에서 내려놓지 마시라. (263-269행 ; 35쪽)
19연
헌데 자유 언사는 범죄로 변하고 징벌이
필요한 폭력이 되었습니다. 법 제정으로 합창대는
비방 권리를 무참히 잃고 입을 닫았습니다. (282-284행 ; 37쪽)
20연
용기와 무훈 못지않게 어쩌면 언어에서도
라티움은 강국이 되었을 것이, 시인 각각이
말 다듬는 수고와 시간을 불평하지 않았다면. (289-291행 ; 37쪽)
21연
너희 폼필리우스 혈통이여, 저런 시는 견책하시라,
맣은 날들 거듭 지우개로 단련치 않은 시,
손톱으로 열 번 오나벽히 매만지지 않은 시. (292-294행 ; 37, 39쪽)
나는 숫돌이,
벨 수는 없으나 칼을 벼리는 숫돌이 되렵니다.
직접 쓰지 않고, 과업과 역할을 가르치렵니다.
힘이 어디서 오는지, 뭣이 시인을 키우고 만드는지,
해야 할 일과 아닌 일, 능력과 무능의 결과를. (304-208행 ; 39쪽)
22연
지혜는 바른 글쓰기의 시작이며 원천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책은 사태를 보여줄 수 있고
사태를 파악하면 말은 자연스레 따르는 법. (309-311행 ; 39쪽)
본보기가 되는 삶들을 지켜보며
현명한 모방자로 게서 생생한 목소리를 찾으시라. (317-318행 ; 41쪽)
23연
녹청의 재산 욕심과 걱정에 마음이
물들면, 어찌 시문 창작을 바라겠습니까?
백향목 기름 먹여 삼나무 곽에 넣을 문장을. (330-332행 ; 41쪽)
24연
시인들은 이롭게 하거나 즐겁게 하거나
유쾌하며 인생 도움이 되는 걸 노래하려 합니다.
모든 가르침은 간명할지라. 그래야 말을
영혼이 얼른 알아듣고 단단히 잊지 않습니다.
가슴을 채운 나머진 넘쳐 없어집니다. (333-337행 ; 43쪽)
창작은 즐거움을 위해 만들되 진실에 가깝게.
모든 걸 믿으라 허구는 요구하지 않기를,
포식한 라미아가 아이를 산 채로 토하지 않기를. (338-340행 ; 43쪽)
달콤하면서도 쓸모 있는 걸 잘 섞은 시인은
독자에게 즐거움과 교훈을 주어 만점을 받았습니다.
이런 책은 소시우스 형제에게 돈이 되고 물 건너
시인의 명성이 장수를 누리게 할 겁니다. (343-346행 ; 43쪽)
25연
시 전반이 훌륭히 빛난다면 사소한 오점을
꼬집지 않습니다. 부주의가 퍼질러 놓았거나
인간 본성상 피할 수 없기 때문일 터. 어떨까요? (351-353행 ; 43쪽)
훌륭한 호메로스가 졸 때면 화를 냅니다.
하나 엄청난 작업에 기어든 졸음은 당연한 일. (359-360행 ; 45쪽)
26연
시는 그림처럼. 가까이 다가설 때 오히려
그댈 사로잡는 게 있고 어떤 건 멀리 떨어질 때.
어둠을 좋아하는 게 있고, 대낮을 찾는 것도 있어
비평가의 날카로운 안목이 두렵지 않습니다.
한번 솔깃한 게, 열 번 봐야 흡족한 게 있습니다. (361-365행 ; 45쪽)
27연
평범한 시인들은
인간들도, 신들도, 책방주도 용서치 않으리다. (372-373행 ; 45쪽)
천생 영혼을 이롭게 기쁘게 하려고 지어진 시는
정상에 조금 못 미치면 그대로 바닥입니다. (377-378행 ; 47쪽)
28연
시로 신탁을 전달했으며,
살아가는 길을 제시했고, 왕들의 호의를
피에리아 선율로 구했으며, 연극을 고안하여
오랜 시름을 끝냈습니다. (403-406행 ; 49쪽)
29연
칭송받을 시를 재능이 만드는지 연마한 기술인지
묻습니다. 나는 벅찬 혈맥 없이 공부만으로,
서툰 재능만으로 되리라 보지 않습니다. 서로는
서로의 기여를 요구하며 기꺼이 동맹을 맺습니다.
열심히 달려 반환점에 이르려는 사람은
어려서 더위 추위 속에 많이 견디고 단련하며
여자와 술을 멀리합니다. (408-414행 ; 49쪽)
30연
선물을 주었거나 선물을 주고자 하는 사람을,
기대에 부푼 사람을 그대 시로 데려가지 마시라. (426-427행 ; 51쪽)
장례식에 곡을 청탁받은 이들의 말과 행동이
영혼으로 슬퍼하는 이보다 슬퍼 보이는 것처럼,
실은 비웃는 자가 누구보다 감격하는 법입니다.
전하길 왕들이 수없이 많은 술잔을 강권하고
독주로 고문하여 사람의 진면목을 캐고자 애쓴 건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자인지 아닌지. 시를 지었거던
여우 탈을 쓴 영혼들에 결코 속지 마시라. (433-437행 ; 51, 53쪽)
31연
훌륭하고 현명한 사람은 한가한 시구를 비난하며
거친 시구를 꾸짖고, 중언부언에 줄을 그어
바꿔 쥔 철필을 지우며, 지나치게 야심을 부린
장식을 자르라. 불분명한 문장에 빛을 주라,
모호한 언급은 따지고, 바꿔야 할 걸 표시합니다.
그는 아리스타르코스. (445-450행 ; 53쪽)
32연
더욱 불분명한 건 그가 왜 시를 써대냐인데,
조상 유골에 오줌을 누었거나, 벼락 맞은 성소를
더럽혔기 때문일까요? 분명한 건 미친 곰 같다는 것.
울타리에 걸린 창살을 부수고 나온 곰처럼
가혹한 시인은 유식과 무식을 가리지 않고 공격. (470-474행 ; 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