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전력난으로 에어컨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요즘입니다. 원전가동이 중단되고 화력발전소가 고장 나는 등 에너지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당장 정전이 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매년 발생하는 전력난에 국가는 실내온도를 규제하는 등 대책을 찾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듯 국가적 전력공급 구조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자 전력 에너지를 자체생산하면서 사용량을 줄여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전기를 관리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언제든지 에너지 대란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옥천에도 있습니다. 청성면 산계2리에 있는 아자학교 고갑준 대표가 그 주인공입니다. 고갑준 대표는 가족들이 모여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아자학교 시설에 다양한 에너지 절약·생산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전력에서 공급받는 전기사용을 줄이고 자가발전만으로 생활하는 에너지 자립을 추구합니다. 조금만 불편하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는 고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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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갑준 대표는 아자학교를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드는게 목표다. 그는 조금만 불편하면 누구나 에너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
■ 태양광·태양열·풍력발전으로 전기 생산
고갑준 대표가 운영하는 아자학교는 올 들어 태양광 시설과 태양열 시설을 갖췄다. 약 600만원을 들여 설치한 태양열 시설은 온수를 데우는데 사용하고 있다. 태양열 발전기는 이중으로 된 진공 집진기가 태양열을 흡수해 물이나 공기를 데우는 장치로 전력을 발생시키는데 사용할 수도 있지만, 가정에선 온수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한다. 태양광 발전기는 전기를 생산하며 아자학교의 전기사용에 충당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열 발전시설을 함께 사용하면 홍고추 등을 건조하는 건조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먼저 태양열 발전기에 물을 넣지 않으면 집진기 내부 공기가 데워지는데 태양광 발전기에서 발생한 전기로 모터를 돌려 뜨거운 공기를 건조기로 보내면 농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건조기가 된다는 것. 실제 고 대표는 건조기를 만들기 위한 부품들을 모두 구해놨으며 조만간 완성할 것이라 말했다. 전력대란이 일어나도 농가에 중요한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자학교는 올해 말까지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전기요금을 더 줄인다는 계획이다. 바닷가 등 바람이 강한 곳에 설치된 거대한 풍력발전기보다는 작지만 전봇대 위에 설치해 가로등 전기 사용 등에 활용하게 된다.
태양광·태양열·풍력 발전 모두 큰 전력을 생산하진 못한다. 태양광은 시간당 3kw의 전력을 생산하며 풍력발전은 시간당 1kw 정도의 전력을 생산한다. 태양열은 물을 데우는데 사용해 사실상 전력생산과 관계없다. 하지만 국가전력체계에 의존해 발생한 전력대란 문제를 피하는데 있어서는 중요한 사례다.
"전력 생산 자체야 많진 않아요. 그래도 이러한 시도를 통해 에너지 자립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어요.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기요금이 줄어들거든요. 저희 같은 대규모 시설에서는 자체 전력생산이 운영에 큰 도움을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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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열 발전시설. 주로 물을 데우는데 사용하며 1동당 125만원 가량 비용이 든다. 아자학교는 총 4동을 설치했으며 일반 가정집은 1동만 있어도 온수 사용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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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발전시설. 사진 규모로 설치하려면 약 600만원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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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으로 보내지며, 사용량에서 생산량을 뺀 나머지 전력 사용량이 청구된다. |
■ 전기 없이도 냉난방, 물이용 가능
이상 시설물들이 전력을 생산해 전기요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면, 올 하반기에 아자학교가 도입할 태양굴뚝과 수격펌프는 전기 없이도 냉난방을 하거나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설물이다. 태양굴뚝은 2천 년 전 페르시아에서 바람잡이탑(Windcatcher)이라 불리던 시설로 별도 전기사용 없이 건물 내부를 서늘하게 해주는 시설이다. 태양에 의해 데워진 굴뚝 안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건물내부 공기를 밖으로 빼고 서늘한 외부 공기를 끌어들여 냉방이 되는 구조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을 이용한 자연냉방 방식인 셈이다. 굴뚝 구멍과 외부에서 공기가 들어오는 구멍을 막으면 굴뚝에서 데워진 공기가 내부로 들어와 겨울철 난방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설치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알루미늄 등으로 만든 내부가 빈 굴뚝형 구조물을 해가 잘 드는 방향에 건물보다 2~3m 가량 높게 지붕 위나 벽에 붙여 설치한다. 그리고 굴뚝과 건물 내부가 연결되도록 구멍을 벽 위쪽과 아래쪽에 뚫는다. 마지막으로 태양굴뚝이 설치된 벽 맞은편, 그늘 진 곳의 벽 아래쪽에 구멍을 뚫으면 된다.
수격펌프는 전기사용 없이 물을 물탱크로 올려 보내는 시설물이다. 먼저 수격펌프를 물이 흐르는 곳에 설치하면 펌프 입구로 들어간 물의 80%는 그대로 빠져나가지만, 20%의 물이 피스톤 안으로 유입된다. 이 물이 모이면 압력이 높아지고 임계점에 다다르면 건물 위 물탱크와 연결된 관을 통해 피스톤 안의 물이 공급된다. 흐르는 물의 수압에 따라 다르지만 약 7m가량 물이 솟구친다는 게 고갑준 대표의 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건물 위에 설치한 물탱크에 물을 저장해두면 중력에 의해 건물 내부로 물이 공급되어 전기 없이도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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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격펌프. 수격펌프를 이용하면 별도 전력소비 없이 물을 실내로 끌어올 수 있다. |
■ '조금만 불편하면 에너지 자립 가능하다'
고갑준 대표는 에너지 자립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태양열 시설의 경우엔 규모에 따라 큰돈이 들지만 태양굴뚝이나 수격펌프는 100여만 원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 문제는 조금 불편하고 느린 문제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합니다. 에어컨을 트는 대신 태양굴뚝으로 냉방을 하고, 모터를 돌려 물을 끌어올리는 대신 수격펌프를 사용한다는 게 시간이 많이 들고 즉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요. 에어컨을 틀면 바로 시원한데 태양굴뚝은 안 그렇거든요. 그만큼 우리가 화석연료에 익숙해진 거죠. 좀 불편하더라도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곧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길입니다. 언젠가 화석연료가 고갈될 때를 준비해야 합니다."
고 대표의 최종 목표는 아자학교를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에너지 자립운동에 동참한 귀농인 부부가 아자학교 인근에 자리를 잡았고, 또 한 가정이 조만간 새 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뿐만 아니라 15일부터 18일까지 '태양열 온풍기 자작캠프'를 열어 35명의 참가자들과 에너지 자립을 주제로 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을 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자연을 그대로 두면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전력대란의 대안은 절전이 아니라 에너지 자립입니다."
쉽게 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법을 알아보자 그늘 만들고 외부 열 차단하는 게 핵심
에너지 자립의 가치에 공감하지만 태양광·태양열 발전기나 태양굴뚝, 수격펌프를 당장 설치할 수는 없는 일. 대체에너지와 에너지 자립을 고민하는 주민들에게 당장 우리가계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아래 내용은 에너지 자립과 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연구하는 김성원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가 추천한 방법이다.
① 그늘을 만들어라
그늘은 전기 없이도 냉방을 할 수 있는 자연냉방의 핵심요소다. 가장 저렴하면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그늘을 만들어 햇볕을 가려주는 것이다. 하우스에서 흔히 쓰는 차광망을 지붕 위에 씌워주기만 해도 냉각 비용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 이는 축사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② 창문으로 들어오는 열원, 외부에서 차단해야
여름철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의 48%가 창문으로 들어온다. 이 열을 막는다고 내부에 커튼을 치면 커튼이 열을 흡수해 냉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창문 바깥쪽에 코팅된 에어캡(일명 뽁뽁이)을 붙이거나 창가를 가릴 수 있는 식물을 심는다면 창문으로 침투하는 태양열의 50~90%를 차단할 수 있다.
③ 건물 색깔을 밝게 하라
어두운 건물색은 태양 복사에너지 흡수율을 높여 건물 내부를 덥게 만든다. 지붕이나 외벽을 흰색 등 밝은 색으로 칠하면 햇빛을 반사시켜 건물이 더워지는 걸 줄일 수 있다.
④ 백열등은 엘이디(LED) 등으로
백열등은 사용한 전기에너지의 95%를 열로 배출해 내부온도를 높인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등으로 바꾸면 냉방에 도움이 된다.
이 같은 방법이 냉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김성원 대표. 김 대표는 "현재 국가 에너지구조는 기존 주택 에너지위기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다"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자립을 위한 지역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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