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신앙의 유효 기간
임은미. (2009). 『 하나님이 찾으시는 한 사람, 그대입니까? 』교회성장연구소
필자는 임은미 선교사를 알지 못한다. 그의 설교나 강연을 들어본 적도 없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을 통해 처음 그의 이름을 접했고, 그의 사역과 행보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느끼는 불편함이 나의 선입견인지 계속 물으며 책을 읽었다. 저자의 마지막 ‘최고의 날 묵상’까지 읽고 난 후 파생된 여러 단어들 중에서 함께 나눌만한 키워드가 무엇인지 선별하기도 쉽지 않았다. 독서를 통해 책이 갖고 있는 미덕을 먼저 추려보는 것이 나의 독서 방법이지만, 확실히 긍정보다 부정이 더 많아서, 이런 것들을 함께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지 고민이 되었다. 책을 덮고 생각들의 이유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건져 올린 것들이 있다.
우선 책을 읽으며 불편했던 이유는 마치 인스타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SNS에 올라오는 것들이 상대방의 모든 삶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 즈음은 누구나 안다. 인스타그램에는 누가 봐도 부러워할만한 것들, 즐거운 순간들, 감탄할 만한 것들을 올린다. 그러나 명과 암은 늘 비례하듯, 부럽고 놀랄 것들이 많은 그 뒤에는 감추어진 것들도 많은 법이다. 때문에 인스타그램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일기에 불과하다. 이 책을 읽으며 불편했던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저자는 자신이 설정했던 목표들을 마치 과업을 달성해내듯, 순차적으로 성취한다. 땅을 사는 것도, 필요한 항공편을 마련하는 것도, 절묘하게 채워지고 해결된다. 자신의 친딸 뿐만 아니라 아홉 명의 입양한 아이들도 건강하고 매우 모범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 하나님은 적절한 때에 응답하시고, 심지어 그가 구하지 않은 것까지도 미리 알게 하셔서 놀라움을 선사하신다. 매 순간 저자는 모든 사건마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있지만, 크게 공감이 되지 않는 것은 그의 글이 인스타그램 식 나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선교사나 목회자의 삶은 이렇지 않다. 많은 선교사들과 목회자들은 순간 순간 어려움에 봉착하고,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면서도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묵묵히 사명을 감당한다. 기도응답도 그렇게 속시원하지 않다. 때문에 주어진 기도응답이 참으로 하나님의 뜻인지를 거듭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며 산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면 또 다른 사건이 찾아오는,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엎드려 기도하며 힘겨운 싸움을 싸운다. 사실 누구나 인생은 힘겹다. 저자의 책을 읽고 혹이라도 선교사나 목회자의 삶을 오해하는 사람이 없을까 걱정이 조금 되었다. 혹이라도 이들의 삶이 드라마틱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인스타그램을 현실로 착각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저자에 대해서 잘 모른다. 때문에 그의 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정당한 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 이런 평가가 오롯이 저자를 향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책을 펴 낸 ‘교회성장연구소’는 필자의 개인적 경험으로도 조금은 알지만, 교회 성장과 성공 사례에 주목하는 출판사이다. 책이라는 것이 저자 혼자만의 작품이 아닌, 출판사와 편집자의 의도가 다분히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필자의 부정적 평가의 일정 지분은 출판사에게도 있을 수 있겠다. 저자가 인터뷰어의 꿈을 안고 마주한 기독교 인물들이 번영신학의 전도사라 할 수 있는 조용기 목사와 과연 기독교인이 맞는지도 의심받는 조엘 오스틴이라는 점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저자와 출판사의 눈에는 이들이 성공하고 성장한 교회와 목사로 보일지 모르지만, 하나님도 그렇게 보실 지 되묻고 싶다.
시간의 간극도 문제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되어 현재와는 15년이라는 간격이 있다. 그 사이 한국 사회는 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세월호 참사, 코로나19와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거치는 동안, 한국 기독교는 부끄러울 만치 일그러진 민낯을 보이며 추락했다. 덕분에 한국 교회는 하락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참된 회개와 본질의 회복이다. 과거의 성공과 승리를 나열하는 인스타그램 신앙은 이미 유효기간을 다 했다. 당시에는 이 책이 어떻게 읽혔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책의 미덕은 전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책을 통해 보여지는 저자는 자기 관리가 매우 철저한 사람이다. 오랜 기간 묵상일기를 쓴 것도, 생활의 원리와 원칙을 세워 지켜가기 위해 애쓰는 것도, 멘티들을 돌보는 일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일관적인 자기 관리의 열매들이다. 사실 이 책을 읽거나 그의 강의를 통해 독자가 새겨 들어야 하는 부분은 성장을 위한 자기 관리의 중요성, 이 부분이다. 통상 글이라는 것이 실제보다 더 그럴 듯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저자는 지도자로서 자기 관리에 철저한 유형이다. 저자가 말하는 ‘하나님이 찾으시는 한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철저히 자신을 죽이고 따르고자 자기를 관리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책 곳곳에서 보이는 성숙을 향한 저자의 숨은 노력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과 동의를 표한다. 그러한 저자의 삶의 태도가 책을 통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듯하여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