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카르타 상그릴라 호텔에서 석유대체 에너지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기도 하지만 특히 인도네시아로서는 너무 절박한 경제 이슈의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유국의 의장으로 행세하며 지냈는데 이젠 석유 소비국으로 전락하여 국가경제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고유가 물결 때문에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바이오디젤(Bio-Diesel)의 개발에 역점을 두라고 지시한바 있는데 바로 이 지시에 따른 대체 에너지 개발전략 세미나를 연 것입니다. 당연 이 세미나 주제는 팜오일과 피마자로 만들 수 있는 바이오디젤이었습니다. 특히 피마자의 재등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자생하는 피마자의 종류는 필자가 본 바로는 3종류가 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피만자라고 부르는 일반 피마자(Pohon Jarak)가 있고 새 잎이 마치 기름칠을 한 것처럼 반짝이는 진홍색의 피마자(Jarak Merah)가 있으며 오늘 세미나에 주요 주제로 등장한 기름피마자(Jarak Pagar) 가 있습니다.
원래 피마자는 중국 한방에서 어린 아이들이 배가 아플 때 관장을 하기 위하여 설사제로 사용하여 왔습니다. 역시 우리나라에서도 설사제로 쓰이기는 하는데 요즘은 머릿기름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피마자 하면 필자의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일본군의 가미가제 입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은 전쟁수행용 기름이 부족해지자 피마자 기름도 징발을 했고 소나무 송진이나 관솔까지 공출을 하도록 했다고 배웠습니다.
피마자는 고온 다습하면 잘 자라고 토양이 문제가 되지 않고 병충해에 강한 작물입니다. 이런 특성을 잘 알고 있던 화란 식민군대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피마자를 심게 했습니다. 특히 기름이 많이 나오고 열대 기후에 맞게 적응된 자락빠가르(Jarak Pagar)피마자를 어디든지 심되 특히 담장이나 울타리에 심게 했다고 전합니다. 대동아 전쟁으로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은 부족한 연료를 채우기 위하여 갖은 수단을 다 동원했던 것 같습니다. 즉 일본군의 항공기나 탱크용 연료의 부족을 대체하기 위하여 피마자 강제재배를 화란 식민지 정부처럼 다시 시도했던 것입니다.
피마자는 기름을 생산할 수 있는 유지작물 중의 하나입니다. 한때는 피마자 기름이 석유대신 인도네시아의 등잔을 밝힌 적이 있으나 지금은 석유가 쉽게 공급되고 정부가 보조금까지 주어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 피마자 재배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이 작물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은 물론 아예 재배자체를 기피하고 집 주변에 자생적으로 살아남아 무성하게 자라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은 이 피마자를 두고 울타리 피마자(Jarak Pagar)란 이름을 붙여 부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이름도 Jakar Pagar 입니다. Jarak 이란 피마자를 의미하고 Pagar 는 울타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식물성 기름을 디젤유에 혼합하여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으나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라고 합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유(Palm Oil)에서 추출한 기름을 디젤유에 30%까지 혼합하여 ‘바이오디젤’이란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를 다니는 장거리 버스와 시범적으로 운행하는 자카르타 시내버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락빠가르 기름은 혼합을 해도 되고 디젤유 자체까지 대체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정부의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 피마자는 팜나무와 달리 우기철이 짧은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지만 토양이 척박해도 잘 자라기 때문에 별다른 투자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팜나무는 우선 수분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강우량이 풍부해야 하고 비료를 아주 많이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특히 열매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NPK 외에 특수하게 혼합한 복합비료를 주어야 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피마자는 종자도 잘 맺기 때문에 작물의 번식도 아주 손쉬운 작물입니다. 일반적으로 열대 작물들은 비가 많이 오므로 암수 꽃의 수정을 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열매를 성기게 맺는 경우가 많은 편에 속하나 피마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또 자라는 속도도 빠릅니다. 어린 묘목을 심은 후 수확까지 6개월 정도 걸리는 편이지만 1년생이 아니어서 계속 자랍니다. 보통 3년 이상되면 빠빠야 나무만한 굵기로 자라납니다. 최소한 6년은 넘어야 최대의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하는데 가지를 낮게 정비하면서 비료를 적고 주고 키우면 20년까지는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이미 피마자가 열매를 맺고 막 익어가는 시기입니다. 그러니까 건기가 시작되면 열매를 따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나 계속하여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나가기 때문에 우기철 기간 동안은 수확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수확은 열매를 따서 말리고 나무 방망이로 잘 두드리면 속에 든 검은 씨가 튀어 나오게 됩니다. 일반 피마자와 달리 이 자락빠가르는 아주 진한 검정색의 씨가 들어 있는데 마치 해바라기 씨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오늘 발표한 연구소장은 3천평(1Ha)에 2,500 그루 이상을 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1평당 1 그루를 심을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또 3천 평에 자락빠가르를 심었을 경우 3 Kilo Liter 정도의 기름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좀더 비옥한 토양에서는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수확한 피마자 열매 12.5톤에서 1,900 리터의 기름을 추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15.2% 정도의 수율이 난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도네시아 디젤유 소요량, 약 2억2천 톤 중 20%, 즉 440만 톤을 대체하고자 할 경우 약 350만 Ha의 농지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은 인도네시아 농민들이 이 작물을 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세미나 를 이끈 쿠스얀토로씨는 어는 지역에 10ha 정도를 심어 재배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아마 실험용으로 재배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정부는 이 세미나를 근거로 농민들에게 피마자의 재배를 권유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했지만 피마자 바이오 디젤유는 어떤 혼합비로 디젤유와 섞어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그 자체로도 사용이 가능한 것이 팜유(Palm Oil)와 다른 특성입니다. 그 이유는 바이오 디젤유의 성분이 일반 디젤유와 유사하게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동차 엔진을 별도로 개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좀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엔진을 약간 개조하여서도 연료사용이 가능합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디젤유 가격은 1리터 당 4,500 루피아, 즉 우리 화폐로 환산하여 4,500원 정도 됩니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 혜택으로 2,500 루피아에 길들여 있던 인도네시아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정부도 마찬가지로 재정적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인도네시아 인근 해저의 석유개발과 대체 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디젤을 연구하는 인도네시아 기관으로는 BPPT 가 있습니다. 이 연구소가 자락빠가르 바이오디젤 연소성능 실험을 한 바에 의하면 불완전하게 연소된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분진 등의 공기오염 물질이 현저히 줄어 들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존 자동차 연료에 따른 공기오염도 줄이고 급등하는 국제 석유가격의 부담도 덜어 보려는 일거 양득의 목적으로 자락빠가르 식물의 재배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이런 대체 작물도 없어서 큰일입니다. 그저 인도네시아에서 LNG 를 사다 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칼리만탄이나 파푸아 같은 곳에 기업적 플란테이션을 개발하여 자락빠가르를 심고 대체연료 개발을 서두르면 상당한 연료 절감효과와 공해물질 감소효과가 동시에 기대됩니다. 앞을 내다보는 투자가 아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