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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산행 소백산(1,439.5m)
일시 : 2009년2월8일
누구와 : KT 산악회 회원
"죽어도 지리산에서 죽고 싶은데, 나가라니 착잡한 심정이야. 반평생을 지리산서 살았으니 마지막도 여기서 보내고 싶어. 마땅히 갈 곳도 없는 데 말이야. 말년에 거지처럼 살게 될 까봐 걱정이 돼."
지난주 2월2일~3일 저녁 10시40분에 2부작으로 방영했던 EBS 프로그램인 다규 인(人)에서 지리산 피아골대피소에 계시는 함태식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그는 대한민국 1호 산장지기이며 다른 산보다도 지리산이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었던 분이다. 노고단에 처음 산장이 만들어졌을 때 관리가 안되어 쓰레기 범벅이 되어 있는 그곳을 보고 가장이라는 직책(?)을 아내에게 맡기고 산장에 들어갔고 지금까지 줄곧 지리산을 지켜왔다. 그 미안한 마음에 아직도 아내의 사진을 수첩 속에 고이 간직하고 계시며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잘해줘야지 하신다. 지리산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신 그가 지리산과 함께한 세월은 38년. 노고단에서 16년을 보냈고 피아골에서 22년째 머무르고 있다. 1928년생으로 여든 둘이 되는 함태식 선생은 그래서 지금은 '지리산의 가장 큰 어른'으로 불려진다. 그만큼 지리산 속에서 오래 산 사람이 없고 지리산은 그의 삶 전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지리산지킴이로 위촉했고 40여년 가까이 지리산을 지켜왔지만 이사장이 바뀌면서 이제 나가라고 한단다. 연로하신 분이지만 눈빛만은 아직도 어느 젊은이 못지않게 빛나고 있으면서도 올 4월까지 산장을 비워달라고 통보를 받았다고 걱정이다. 아들이 인천에 살고 있지만 도시생활에 적응을 못할 것은 뻔하고 어디 산촌에 조그만 한 집 한 채 장만하여 계셨으면 하는 바람을 내 비칠 때의 쓸쓸한 모습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타래로 떠오른다.
지리산~~ 작년에는 한번 다녀오고 못 다녀와 자꾸 그곳이 생각이 났는데, 1월 달 내내 지리산을 가고 싶어 안달을 했지만 토요일 대피소(세석) 예약이 장난이 아니다, 몇 번을 시도 해보았지만 예약준비 후 들어가면 매진이 되곤 했다. 직장의 조직변화 핑계 삼아 다음으로 미루고 나니 산불조심기간으로 2월15일~4월30일까지는 연하천, 벽소령, 세석대피소가 통제를 한단다.
에이~ 뭔 겨울에 그렇게도 많이들 찾는지.ㅋㅋㅋ.
그래 담에 가자 지리산은 향상 그곳에 있으니깐……
2월 정기산행일이 월초에 잡혀 있다. 매년 2월이면 산제를 겸한 산행이었는데 날씨가 좀 풀리는 3월로 산제일을 옮겨 지난해부터 실행하고 있다. 산악회에서 회원들에게 이토록 배려를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금번 산행지도 1월에 이어 국립공원인 소백산이다.
경북 영주시, 봉화군과 충북 단양군에 걸쳐 있고 198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예부터 신성시되어 오는 산으로 신라, 고구려, 백제의 국경을 이루어 수많은 역사적 애환과 문화유산을 지니고 있다. 정상인 비로봉(1,439.5m)을 가운데 두고 남서쪽으로 연화봉(1,394m)과 제2연화봉(1,357m)이 북쪽으로는 국망봉(1,421m)이 백두대간을 이루는 장엄한 산등성이와 끝없이 펼쳐지는 운해, 봄의 철쭉과 겨울철 주목나무에 피어 있는 설화 및 울창한 산림, 수려한 계곡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기에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소백산 산행은 산악회에서 이번이 세 번째이며 그 첫 번째인 2000년6월에는 비로사에서 국망봉 배점리로, 두 번째는 2002년1월에 비로사에서 천둥리로 다녀온 기억이 난다. 올해는 희방사에서 출발 비로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하여 산행을 하기로 한다.
지난주 선배 한 분이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 큰 수술을 하셨다 주중에 한번 병문안은 다녀왔지만 금요일쯤 퇴원하기로 했는데 토요일 아침, 전날 퍼마신 알코올님이 내 몸에서 배회를 할 때 후배넘 전화다 다음주 퇴원이라면서 병문안 가잖다. 웬만하면 나 빼고 가라고 하고, 형님 미안합니다. 하루속히 쾌유를 바랍니다. 전달부탁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하루 종일 빌빌거리고 지난번 덕유산 산행시 주변에 영양제(?) 가지고 있는 분이 없던 생각에 시장에 가서 팩으로 된 영양제 두 개와 참새가 그냥 지날 수 없어 한 병 더 산다. 오전 내내 죽었다 깻는데 어느새 잊었나 보다.ㅋㅋㅋ
산행 출발 당일, 안개 자욱한 강변역 출발지에 도착하니 산행신청자가 오늘도 쾌 되나 보다. 배낭을 트렁크에 넣고 버스에 오르니 오랜만에 오신 상복형님이 반긴다. 퇴직하고도 시간이 허락하면 산행에 꼭 참석하시는 선배님 중 한 분이시다. 출발시간이 되어가면서 빈자리가 많이 생긴다. 결국은 단출한 인원으로 산행지인 소백산으로 출발이다. 임연춘 사무국장이 귤 한 박스를 기부, 회원들에게 나누어준다. 한강을 끼고 달리는 차창 밖은 안개로 인하여 속도를 못 낸다. 안개 낀 고속도로를 시간 반 달려 치악휴게소에 들리니 안개가 걷히고 해가 반긴다. 풍기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희방계곡앞에 우리가 계획했던 도착시간에 정확히 대어준다. 산행준비 후 정각10시 출발이다. 입춘이 지난 등산길은 벌써 봄의 느낌을 받는다 희방계곡은 가뭄으로 인하여 메마른 자갈 틈 사이로 약간씩 남아 있는 흰 눈만이 우릴 반긴다 아치형 다리를 지나며 주변에 야영을 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된 터가 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주변의 산림훼손 및 계곡수의 오염을 방지하고 여름철 호우로 인한 야영 객의 안전등을 고려 희방계곡 일원에서 취사 및 야영행위를 금지한다는 기사거리를 본적이 있지만 주변에 그런 내용의 글귀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올 여름 정보를 모르고 야영장비 가지고 피서가서 낭패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15분쯤 오르니 포장된 도로로 연결 우측으로 소형주차장과 문화재 관람 매표소가 나온다. 1인 2천원 우린 등산객인데. 매번 느끼지만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총무가 계산하기 위하여 매표소로 들어가기에 같이 갈 량으로 길 가장자리로 비켜 상의를 벗어 배낭에 넣고 나니 머리 위에 털복숭이 봉우리를 머금고 있는 목련이 봄을 기다린다. 산행출발지에서 30분 정도 계곡도 지나고 포장된 도로도 지나니 이제 정상적인 산행 길에 접어 들면서 가뭄에 허기져 있는 폭포가 나온다. 철 난간 및 계단을 끼고 희방폭포를 돌아 오르니 호랑이와의 인연으로 설립된 희방사가 좌측 다리(수철교)건너 나무 숲 사이로 보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오른쪽으로 표시되어 있다. 등산길은 이제부터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낙엽과 주변의 잔설을 벗삼아 오르니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먼저 올라간 줄 알고 있던 회장님과 더불어 여인네들이 올라온다. 희방사 문화재 관람하고 온단다. ㅋㅋㅋ. 실은 회장님이 산행하면서 항상 사찰에 들려 우리산악회의 무탈산행을 기원하신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니 10년이 넘도록 아무 탈 없이 산악회가 운영되지 않나 싶다. 나무로 되어 있는 계단식 등산로는 많이 훼손되어 옆에 철 난간으로 설치된 길을 헉헉거리며 오르니 계단이 앞에 설치되어 있다. 그것도 헉헉…… 이제 설치된 시설물이 없겠지 하면서 올려다보니 돌로 된 계단과 밧줄로 연결된 등산로가 얼키설키 눈에 보인다. 헉헉거리면서 올라간 곳이 희방폭포 1Km, 연화봉 1.6Km의 이정표가 설치된 해발 1,050m인 희방깔닥고개란다. 어디 가나 깔닥고개는 헉헉 이다. 잠시 휴식 후 잔설이 남아 있는 산행 길을 우린 등산의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잘 지키면서 때론 땀을 씻으며, 때론 주변경관에 감탄하면서 삼삼오오 마음들을 주고 받으며 연화봉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1차 휴식 후 30여분 만에 연화봉 0.8Km라는 이정표를 보면서 드디어 한녀자가 옷을 벗는다.ㅋㅋㅋ. 눈도 제법 쌓여 있는데도 기온이 높긴 높은가 보다 상의를 벗고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역시 사무국장은 여전사여~~
뒤에서 꾸준한 관록의 걸음걸이와 반팔셔츠를 입고 오랜만에 온 미선씨와 동행을 하니 마주 오는 산객들에게 한마디씩 듣는다. 대단하십니다^^.
2시간10여분 산행하여 연화봉에 당도한다. 나무로 잘 짜인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연화2봉과 연화봉사이에는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키워주며 우주의 신비를 알게 해준 소백산 천문대가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1978년에 설치될 당시만 해도 지름이 61cm의 망원경은 대단했다고 하며 전세계에서 30여 개를 팔았는데 현재 사용중인 것은 이곳 천문대뿐이란다. 요즘도 여름철에는 어린이들이 방학을 이용 우주의 꿈을 키우는 곳이기도 하다. 1987년 철쭉제 기념으로 설치된 표시석의 앞면에는 단양군이며 뒷면에는 영주시로 표시가 되어있다. 백두대간 구간이며 왼쪽으로는 충청도 오른쪽으로는 경상도로 마루금이 그어져 있다. 10분 정도 휴식후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에 배낭을 메고 계단길을 내려 비로봉 4.2Km의 이정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거센 바람에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하여 낮게 드리워진 나무들이 전날의 바람에 아름다운 상고대를 연출한다. 이제 제법 눈이 쌓여 있어 겨울 산행 맛도 느낀다. 기온이 올라 나뭇가지에 열려있는 상고대가 떨어지는 소리도 아름답고 떨어지는 하얀 눈가루는 흡사 방앗간에서 떡을 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떡가루처럼…… 약간의 미끄러움도 산행의 맛이겠기에 그냥 뽀드득 뽀드득 소리 들으며 20분 오르니 제1연화봉으로 가는 계단길이 아스라이 건너다 보이는 길목에 올라선다. 약간의 미끄럼을 느끼며 속도 조절이 안되어 뛰다시피 계단 앞에 도착한다. 나무로 된 계단이 무척 길게 느껴지기에 숫자를 세어보자 하고 덤벼든다.ㅋㅋㅋ. 머리 안 좋은넘이 뭔 숫자를 셀 수 있을까 그래도 세어본다. 숫자 백이 넘어가며 헉헉거린다. 쉬면 까먹을 것 같아 그냥 세면서 오르니 죽을 맛이다. 결국은 다 세었지만 산행기 쓸 때는 기억이 안 난다. ㅋㅋㅋ. 하여든 300개는 넘지 않은 것 같은데…… 담에 가서 꼭 세어 봐야지^^.
연화봉에서 제1연화봉까지는 거리가 1.8Km인데 시간은 3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시간이 그만큼 단축되었다면 산행이 즐거웠던지 아님 등산로가 좋았던지 둘 중에 하나인데, 아니다 계단을 안 쉬고 그냥 올라와서 그런 것 같다. 눈 덮인 연화1봉 이정표를 보고 선두가 점심 먹을 좋은 자리가 있다고 무전연락이 온후 시장기가 느껴온다. 숲이 변해간다는 뜻이 숲의 천이라고 설명되어 있는 안내판이 기둥은 모두 눈 속에 묻혀 있고 안내 글귀만 남아 있는 등산로 우측은 한참이 낭떠러지다.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 인데도 20분이라는 산행을 하니 점심장소가 보인다. 등산로 오른쪽에 양지바른 자리에서 먼저 온 회원들이 반긴다. 영준과 동행한 친구분이 준비해 온 육회는 산속에서 처음 느끼는 감칠맛으로 밥보다 영양제가 먼저 입으로 들어간다. 30분간의 맛난 점심과 반주로 기분이 모두들 좋은 듯 오전 내 힘들게 산행한 모습들은 오간 데 없고 모두들 함박웃음을 지며 배낭을 들러 멘다. 바로 봉우리를 넘으니 그렇게도 멀게만 느껴지던 비로봉이 눈앞에 보인다. 그래도 멀다. 아래로 내려가는 산객과 올라오는 산객들이 정답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내려간 곳은 해발1,340m인 기도원 갈림길이며 등산로 왼쪽으로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지만 철쭉의 계절에는 주변이 온통 물들어 있겠지만 이 겨울에는 황량하게만 느껴진다. 전망대를 등지고 바닥이 고무로 포장되어 있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끝나는 지점에서 내리막이 시작되는 오른쪽으로 돌에 핀 설화가 바람을 받고 있다. 그냥 지나치면 그만이었던 돌이 어쩌면 이 계절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하여 묵묵히 봄부터 가을까지 비바람을 맞으며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정말 아름다움이란 이런 건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약간의 진흙 길을 지나 돌로 된 계단을 오르니 천둥리와 비로봉 갈림길이 나온다. 너무 오래(?)되어서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나 싶지만 몇 년 전에 이곳을 지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아름다운 모습들에 반했던 주목군락이 조금씩 머리에 떠오른다. 갈림길을 뒤로하고 언덕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이며 이제 바로 앞에 비로봉이 보인다. 초만원의 산객들은 등산로 외 출입 금지된 곳에서도 보인다. 주목 재배지까지 들어가 사진을 찍곤 한다. 볼 상스럽다. 오후2시40분 드디어 소백산의 정상인 비로봉(1,439.5m)에 당도한다. 시간이 늦었고 앞으로도 하산시간이 만만치 않아 서둘러 하산준비를 한다. 왼쪽으로는 백두대간길인 국망봉 어의곡길이 고래등처럼 보이고 삼삼오오 산객들도 보인다. 임 사무국장은 하산에는 귀재다. 내 뒤에 있던 기억이 나는데 언제 내려왔는지 양반바위 앞에서 아이젠을 벗어 배낭에 챙긴다. 이제는 등산로 주변에는 눈이 없다. 활엽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있는 모습에 또 한번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누군가 다친 모양이다 부축하고 하산하는 뒷모습이 무척 힘들어 보인다. 어느덧 인가가 나오고 관리공단 직원이 구급상자를 가지고 성급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인가 감나무에 까치 밥이라고 남겨 놓은 홍시가 군침을 돌게 한다. 지루한 포장 길을 내려가니 어느덧 우측에 비로사가 나타나며 인근 야영장을 지나니 총무에게서 연락이 온다. 길고 긴 하산 길을 마감하고 버스에 승차하니 어느덧 4시40분이 지나고 있다. 주변에 먹거리가 없어 마을어귀에 있는 삼가리 구판장에서 파는 질 좋은 막걸리와 안주거리를 구입 상경하면서 마시니 이 술이 바로 앉은뱅이 술이 아니던가……
소백산은 겨울철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철쭉꽃 필 오월에도 아름답다.
누군가 이런 말을 남기고 간다.
소백의 맛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냥 올라 보라고 말하고 싶다.
소백의 겨울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그냥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다.
또
겨울 소백에 오를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 오르고 어찌 소백을 사랑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