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당 외 1편
곽명옥
동그란 씨 빠져나간 빈집
겨울 햇살이 찍은 우묵한 발자국에
허리 가늘어진 연의 대궁은
갈색으로 허리를 꺾었다
속치마마저 살얼음 아래 살포시 벗었다
꺾어진 여자의 잠을 재우려고
하얀 속살을 고뇌로 삭혀내지만
뿌리 속으로 들어가 식어버린 여자
한때 연잎으로 굴리던 수정방울은
너도 나도 보여주던 몸짓들
인내의 시간은 진흙 속에서 꿈틀거렸다
혹한의 추위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연당의 여자를 달래 주려고
백로 한 마리 긴 외다리로 섰다
고운 노을 골라 물어다가
물속 깊이 호롱불 심지를 박고 있다
결
풀어내는 한 필의 명주는
순응의 시간이다
결을 만들기 위해
초록을 삭여 피운 마디의 꿈틀거림이
먹고 자고 넉잠에 이르자
해탈을 위한 기도다
나올 문도 없이 스스로를 가두었으니
너는 다시 태어나야할
평평한 이유를 가졌다
살살 풀어내는 세상의 이치들이
비로소 꾸리에 감겨지는 긴 여정
모든 만남이 인연인 듯
물들여진 씨실과 날실
새 인연에 날개옷 지어
입히려는 나는
자연의 결이 순응의 멋임을 안다
- 『감응의 구간』(형상시학 10집)
약력
계간 《문장 》등단
수필집 『그 초록을 다시 만나고 싶다 』
동시집 『신발장의 수다 』
카페 게시글
형상시 회원발표 시
겨울연당 외 1편/ 곽명옥
헤림지
추천 0
조회 34
22.12.05 13:16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