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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대중골프장 건설을 놓고 사업시행자 측과 환경단체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결국 주민공청회마저 무산됐다.
시민·환경단체들로 구성된 김포공항습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1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주민공청회에 한 시간 앞서 공항동 주민센터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관 합동 사계절 조사단 구성 △김포공항골프장 사업 추진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 △법정보호종에 대한 보호조치를 마련할 것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동·식물 조사는 사계절 조사를 기본으로 해야 함에도 공항공사는 이번에도 단 두 차례만 조사를 했다. 특히 야생조류는 여름철새와 겨울철새가 필수적이며, 맹꽁이는 장마철에 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부실한 조사가 바탕이 된 사전환경성검토서로 시작된 모든 사업 절차는 ‘불법’이므로, 공정한 환경성 평가를 위한 민관 합동 사계절 조사단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반발했다. 지난해 11월25일 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설명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업을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공대위 측의 대립은 극렬했다.
한 공항동 주민자치위원은 공대위를 향해 “여기에 살지도 않는 것들이 지역개발을 하겠다는데 갑자기 와서는 왜 반대를 하느냐. 주민들이 찬성하는 걸 다른 데 사는 사람들이 안 된다고 난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이 사무처장도 “공항동에 살아야만 강서구민이냐”면서 “수도권 최대 습지가 망가지고 있는데 어디에 사는 누구든 반대할 수 있다. 자식, 손주가 살아갈 땅을 보전하자는 거다”면서 맞받아쳤다.
공대위 “주민 물로 보나”
기자회견장에서의 첨예한 갈등은 주민공청회장에서 더욱 심화됐다.
공대위는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공청회장을 점거하고 ‘사업시행사 측이 일방적으로 공청회 일정을 정하고 패널까지 선정했다’며 공청회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공대위 한 관계자는 “12일로 예정된 부천시 공청회와 설 명절이 지나고 일정을 잡자고 이야기했는데 시행사 측에서 논의 중인 일정보다 빠르게 공청회 날짜를 잡아서 통보했다. 우리 쪽에선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 가려 했는데 시행사 측과 공대위가 일정 조율이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사 측인 박성수 인서울27골프클럽 팀장은 “공청회 개최를 1월19일에 알렸다.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은폐하거나 부실하게 공청회 자리를 마련한 것은 아니”라면서 “통상 2주 전에 공지하도록 돼 있어서 문제될 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대위의 반발이 계속되자 “공청회 일정과 관련해 날짜를 정할 때 조율이 미약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연락 과정이 부정확했던 것이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공대위는 주민들과도 일촉즉발의 신경전을 벌였다. 사업을 찬성하는 공항동 주민들과 공청회 시작을 저지하려는 공대위는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장외에서는 서로간의 의견 차가 고성에서 욕설,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공대위 측 관계자는 공공시설물을 일부 손상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어디 사는 누구냐, 공항동에 살기는 하냐” “진짜 가짜가 어딨냐, 다 주민이다” “신분증을 내놔 봐라” “요즘 세상에 그런 건 불법이다”며 옥신각신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사무처장은 시민단체들이 와서 왈가왈부한다며 화를 내자 “우리는 환경단체가 아니라 주민들이다. 호도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면 자신을 녹색환경단체 소속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공청회를 한다고 해서 왔는데, 둘 다 자신이 맞다고 주장한다면 양쪽의 입장을 들어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공대위의 공청회장 점거를 저지했다.
실제 공항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한 주민 역시 “골프장 사업을 하든 안 하든 뭐가 어떻게 돼 가는 건지 들어보고 싶어서 시간까지 내서 왔는데, 안에서 꽹과리를 치고 욕설을 하고 고성을 지르는 바람에 공청회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항동 주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골프장을 하면 제일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실제 거주민들인데 정작 우리는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싸우고 있다. 여기 온 사람 중에 거주민은 거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재선 생태보전시민모임 대표는 “우리는 공청회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찬성하는 입장이 있다면 반대하는 입장도 있으니, 그에 맞게 패널들을 구성해 양쪽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제대로 된 주민공청회를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공대위의 반대로 이날 공청회는 무산됐다. 시행사 측은 찬·반 패널들을 재구성해 27일 주민공청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