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열쇠` 테슬라의 오픈특허 전략

[황일연]

1416년 베니스에서 처음 시작된 특허제도는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600년 이상 혁신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혁신 활동이 과거와 차원을 달리하는 양태를 보이면서 특허제도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생겨나고 있다.

첫째는 특허공개와 기술표준을 통한 시장 형성 기능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기존 내연기관 위주의 자동차 시장을 전기자동차로 바꾸기 위해 관련 특허를 공개했다.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게 함으로써 필요한 제도와 사회 인프라스트럭처를 형성하고 미래 수요까지 창출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또한 자동차가 모바일과 연동된 새로운 플랫폼이 되어감에 따라 기술표준 선점을 통한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특허제도의 보호와 이행도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지만 사회 인프라를 통째로 바꾸어야 하는 신산업의 등장과 함께 특허공개나 기술표준 전략이 갈수록 더 중요한 수단이 되어갈 것이다.

둘째는 속지주의 특허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꺼번에 여러 나라에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공동특허제도에 대한 논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 로켓의 재사용과 비용 절감을 통해 민간 우주산업을 개척하기 시작한 스페이스X와 고속열차의 2~3배 속도로 달리는 하이퍼루프 등 초대형 벤처들이 등장하고 있다. 거대 벤처들은 나라마다 특허를 등록받도록 하는 종래 특허제도를 무색하게 한다. 중소기업들조차 글로벌 차원의 비즈니스가 필수적인 환경이 되어감에 따라 공동특허제도의 필요성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단일특허제도, 유라시아 특허제도 등 지역 공동특허제도도 존재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작고 해외 특허 출원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우리도 공동특허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특허 보호 대상 확대의 문제이다. 혁신 활동의 확장과 함께 특허 대상도 확대되어 왔다. 과거에는 외국 사례를 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가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기 시작하면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다. 원유를 분해하는 박테리아, 암세포를 가지고 태어나는 실험 쥐 등 생명공학의 발전과 함께 생명체에 대한 특허를 허용한지 오래됐다. 골수, 제대혈, 지방세포 등 인체 적출물을 이용한 발명에 대한 특허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인간지놈 프로젝트와 함께 특정한 기능을 하는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을 발견해낸 것에 대해서도 특허를 허용했으나 이 분야의 연구가 어느 수준 이상 도달하자 2013년 미 연방대법원은 특허성을 일부 제한하는 판결을 한다.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발생을 예견하고 미리 유방 절제 수술을 한 것으로 유명한 BRCA 유전자가 그것이다.

흔히 특허제도는 기술의 발전을 위한 법으로 생각하지만 '혁신을 지속시키기 위한 제도'가 본질이다. 따라서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월하다고 해도 때로는 특허를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고 기술적으로 미미하지만 혁신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라면 특허가 될 수도 있다. 특허제도는 기계적 판단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 혁신의 지속 가능성을 조절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우리 사회의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특허정책과 혁신정책 간의 연계와 협업도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자료 : 매일경제 [박성준 특허심판원장] 2020.08.19. 오전 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