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정착한 첫해 어설프게 남들 따라 농사짓다가 그 다음해 무경운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4년차로 접어듭니다.
구릉지에 자리잡은 이곳 땅은 비만 오면 끈적거리다가 마르면 왜 그렇게도 딱딱한지,
첫해 배추를 심는데 곡괭이를 동원했습니다.
자연을 살려야 겠다는 사명감 보다 제 스스로 중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경운을 시작했습니다.
한가지 한가지 해를 거듭할수록 그렇게 무경운으로 짓는 작물수를 늘리다 올해는 거의 백퍼센트 무경운이 되어갑니다.
심지어는 고구마와 감자, 땅콩도 무경운으로 심었는데 감자야 그렇다 쳐도 고구마농사 망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첫해 두둑 만들고 비닐 쳐서 심은 고구마가 엄청 작황이 좋아 30평 남짓에서 700킬로 이상을 생산해냈습니다.
작년에는 비닐 없이 두둑만 만들고 고랑에 풀방지를 위하여 귀리를 뿌렸습니다.
덕분에 거의 풀한번 뽑지않고 고구마 수확을 마쳤지만 수확량은 비닐 칠때보다 많이 떨어지더군요.
대략 70퍼센트 정도 나왔을겁니다.
올해는 비닐도 경운도 두둑도 없으니 완전 도박입니다.
후미진 곳에 심었으니 동네사람들 우스겟거리는 안될듯 싶은데...
감자는 고구마보다 쉬울듯 싶습니다.
씨감자가 부족하여 눈을 하나씩만 남기고 조각내었습니다.
눈이 깊숙하게 발달된것은 싹이 튼실하게 나왔는데 얕은것은 이제 싹이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맨땅에 감자를 심고 그 위에 거름을 흩뿌렸습니다.
그다음에는 낙엽, 마른풀등을 긁어다 두툼하게 덮어주었지요.
풀이 자라는 것도 막고 감자가 햇볕을 받아 아려지는 것도 방지하고 보습도 되지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될까 싶었는데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간혹 거세미가 가장 튼실한 싹을 잘라먹어 그 주위를 파헤쳐 잡아내는 것이 일이었는데 요즈음은 뜸합니다.
싹이 겨우 한개씩 올라오는데 거세미의 공격을 받으니 타격이 큽니다.
3년째 무경운을 하던 곳이라 땅속이 온통 쥐구멍 투성이입니다.
씨감자중에 더러는 쥐에게 먹히기도 했을겁니다.
땅콩도 같은 방법으로 심었습니다.
작년에 호밀로 멀칭한 땅이라 자생하는 호밀이 아직도 서있습니다.
노랗게 꽃을 피우는 땅콩 옆에 동물똥이 보이시지요?
삵의 똥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속에 동물들의 뼈조각이나 털이 섞여있습니다.
그나마 녀석 덕분에 쥐피해가 덜합니다.
옆 숲속에서 앙칼진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던데 아마도 삵이 새끼를 기르나 봅니다.
고양이와 모습이 비슷하지만 표범과 같은 동그란 무늬가 섞여있는 것이 다릅니다.
이밭은 주인이 제게 찾아와 경작하기를 간청하여 거져 얻어짓고 있습니다.
사람이 다니기에도 길이 좁은 맹지라 동네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텃밭에도 트렉터를 들이대고 제초제를 쳐서 농사지으니 저런 땅은 관심들도 없습니다.
무경운에 이력이 붙으니 나름의 요령이 생겨 그럭저럭 수확량이 나옵니다.
사실 저 같은 귀농인이 모든 농기계 갖추고 농사기술을 배워 전업농들을 따라가 봐야 결과는 뻔합니다,
그들도 어려운 이 상황에서 특별한 재주가 없으면 소득으로 농기계 값을 뽑아내지 못합니다.
얼마전 뉴스에서 읽은 소식입니다.
도시인들이 농산물에 지출하는 비용을 이동통신에 지출하는 비용이 곧 앞지를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곳에서 나고 자란 농업인들도 지금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직까지 무경운을 상업적인 규모로 적응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농촌에 자리잡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삼는 사람들에게 많은 장점도 있습니다.
농사비용이 거의 전무하니 부담이 없습니다.
제가 농사짓는 도구는 고작 호미와 낫이 전부입니다.
심지어는 예초기 조차도 없으니 이동네에서 제가 가장 원시적인 농사군입니다.
그래도 천평 가까운 농사와 이천평이 넘는 나무가꾸는 곳까지 땅을 제가 다루기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도시에서 몇십년 동안 12시간 이상의 긴 시간을 일하고 살아온 것에 비하면 지금의 저는 너무 편합니다.
힘들지 않게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다보면 무리할 일도 없지요.
겨울에는 거름도 내고 풀멀칭도 해주고 퇴비도 만들고 그렇게 시간을 분배하면 봄철이라고 딱히 바쁠것도 없습니다.
예전에 벌던 것에 비하면 지금의 소득은 거의 무시할 수준입니다.
그래도 나름 조금씩 흑자경영을 하고 있으니 형편이 괜찮습니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니 딱히 돈을 써야할 곳도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먹고 남으면 형제들과 수확물을 나누고 때로 조금씩 그들의 도움도 받습니다.
예전에 저도 많이 베풀었으니 공평한 거래입니다.
요즈음은 농사도 유행인가 봅니다.
태평농법이 뜨더니 사막농법, 탄소농법, 자연농법,6무농법도 이제 뜨는가요?
농사짓는데 왠 시간들이 그리 많고 돈여유가 있어서 그런데 찾아다닐수 있습니까?
그저 책장사나 자기도취의 인기몰이는 아닌지 의구심도 듭니다.
시간을 내어 조용히 자연을 관찰하거나 자신의 작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는 것이 그런데 정신 파는 것보다 낫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필요로 하면 생각이 열립니다. 궁즉 통이라 했지요.
농촌은 귀농인이 돈 벌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회는 아직도 도시에서 찾기가 쉬울겁니다.
적은 돈을 가지고 안정된 생활을 꾸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싶습니다.
만원짜리 한장도 생각하며 소비한다면 불과 3~4십 만원에도 충분히 생활을 꾸릴수 있는 곳이 이곳 농촌입니다.
물론 간혹 불편하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여건을 부끄러워 할것도 없습니다.
스스로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할수 있는 환경의 동물이 인간입니다.
제 스스로 무경운이 필요했고 푸욱 빠져있는 지금이지만 관행농에 대하여 어떤 편견도 없습니다.
자연농으로 모든 먹을거리를 해결 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합니다.
잉여농산물을 그들에게서 가져오면서 그 고마움을 모르는 것도 도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것은 우리 사회가, 농촌이 더욱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그런 아량입니다.
독일병정 같이 모든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는것은 공포스럽습니다.
지금의 풍요가 영속될수 없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그렇다면, 너무 늦기전에 더욱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방향을 바꾸고..농사 방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댓글 너무나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저도 생각만이 아닌 조금이라도 실천할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글..감사합니다..
그냥 두서 없이 쓴 글을 공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마음에 와 닿는 글이네요...농사를 시작하는 요즘 생각하는 것도 많고..오늘도 풀메는 걸로 남편님과 한바탕 ㅋ..심었으니 거둘게 있어야 한다는 욕심이 자꾸 생겨서..저도 이책 저책 기웃기웃 하고는 있지만 아직 확신이 있지도 못하고.. 제길도 못찾아서 방황하고 있답니다. 주위의 시선도 딱 떨칠 용기도 없고요 ㅠㅠ
귀농하여 주위 농부들과 다르게 농사짓기도 힘들지요.
2~3년 지나면 자기 자신만의 농사법도 얻어지고 자신감도 붙는것 같더군요.
소출에 집착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마운 글입니다
늘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행복하십시오.
@길위에서 거세미가 무엇안가요
@샹그릴라 작물을 싹둑 잘라먹는 거세미나방의 애벌레입니다.
땅속에 숨어살다가 새벽에 기어나와 튼실한 모종을 잘라 일부를 먹어치우는 골치거리 벌레입니다.
@길위에서 네에 공부 했습니다
고맙습니다..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항상 건강하세유~~
바쁘시지요?
건강도 보살피기를 바랍니다.
@길위에서 네~~덕분에..^^
저두 어여 길위에서님 삶을 쫓아가야할텐데....ㅠㅠ
글 재주가 없어서 늘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제 생각을 대신 표현해 주신 것 같아 감사드리며 잘 읽었습니다.^^
저와 같은 의견이시라니 반갑습니다.^^
아침에 밭에 나가서 벌레 잡고 풀 뽑고 내려오는데 마을 입구에서 할머니 두분과 할아버지 한분이 담소를 나누고
계시기에 큰소리로 인사를 했더니 두분은 알아보시고 한분은 몰라 보시기에 이 동네로 새로 이사온 사람이라고
설명을 하고나니 할머니 한분이 동네 뒤에 산밑에 밭이 하나 있는데 깨 심어 먹으라고 하시더군요.
다른 할머니께서 기계도 못들어 가는데를 어떻게 농사짓냐고 하니 그래도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서
기꺼이 농사지어 보겠다고 했는데...이 글을 쓰신분 처럼 하면 된다고 판단하는 사람이라서 해 볼려고 합니다.
남들이 꺼리는 한적하고 외진 농지가 눈치 안보고 농사짓기는 그만이지요.
들깨는 잡초 같아 가꾸기도 쉽습니다.
작년에 들깨를 거의 1미터에 두어포기씩 한꺼번에 심고 나중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어서
들깨 밑에 깔아주었더니 소출이 좋았습니다.
풀이나 낙엽을 깔아주면 흙이 촉촉하고 풀도 안나와 좋습니다.
길위에서님~참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는 글 감사드려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냥 쉬고 싶으실텐데...
짬을 내어 역사를 남기셨네요~ㅎ
개인의 기록이 많은 사람들이 정체성을 형성해가는데 소중한 자료가 되는 것같아요..
화이팅하시고 건강한 여름 맞이하시길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도시생활을 하다 귀농하시는 많은 분들이 같은 딜레마에 빠지고 때로는 다시 도시로 떠나게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농산물 생산하여 가족과 나누고 알뜰하게 생활을 꾸리면 농촌생활이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른 만족스러운
생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제 제밭에 갔다가 지나가는 할아버지 어디서왔나 물으시더니 감자심은곳 보시더니 풀도매야하고 북도 하고 웃거름도해야한다며 한심하다는 표정을지으시면가시네요ㅠㅠ
울신랑도 동감이라면 뭐라하다가
남들과똑같이 농약도하고 퇴비할거면 일안한다고 이왕지을거면 건강한 먹거리만들어보자 했어요.😁
남의농사에 왜 말씀들이 많으시는지 ㅠㅠ
저도 처음에는 그런 문제에 부딛쳤는데 이제는 뭐라 하는 사람들도 없네요.
세월이 흐르면 그들도 그러려니 합니다.
풀문제는 저는 멀칭으로 해결합니다.
가급적 호밀을 심어서 멀칭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낙엽도 긁어오고 생풀도 베어나르고 그렇게
하다보면 풀때문에 겪는 곤란은 거의 없습니다.
좋은글 잘읽고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글 잘 보고 잘 배움니다.^^*
길님처럼 하면 정말 다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넘~~ 힘들더군요... 초보라 그런지... 요즘은 날씨도 덥고요 가뭄도 심해서... 잔머리 굴린다고 스프링쿨러를 사서 돌렸더니~ 와~~! 이건 정말 잔디 밭이 되버렸네요... ㅠ_ㅠ
잘 가꾸어 놓은 밭이 몇일 동안 풀치는 일만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합니다. ㅠ_ㅠ
정말 토종농사 하시는 분들 참 부지런 하신 것 같아요. 게으른 저는 참으로 힘든 농사가 되는 것 같네요.ㅡ,.ㅡ"
좀더 연구하고..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
고수님들 좋은 글과 작물의 파종시기와 수확.채종시기 등 이미지 올려주실 때 같이 설명도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풀을 제어하는 방법은 멀칭이 답이더군요.
녹비나, 짚, 낙엽, 왕겨등으로 덮어주면 좋은데 쉽지 않지요?
파종시기는 저도 종종 인터넷을 참조합니다.
워낙 정보가 많아 옥석을 가려야 하지만 우리 같은 초보에게 큰 도움이 되지요.
관심이 많아서 무경운농법 관련 많이 읽고 따라하려 하는데 남편과 생각이 같지 않아 서로
조율해가며 텃밭 농사 합니다.
님께서 농사짓는 방법 저도 나이들수록 따라하고 싶은 농법입니다.
텃밭은 무경운이 답이지요.
무조건 이것저것 깔아주면 부숙되어 거름도 되고 풀도 안나고 물기도 촉촉하여 작물이 잘 자라지요.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무경운의 효과를 보여주시면 남편도 좋아하실 때가 곧 올겁니다.^^
와아. 아직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농부님들이 글도 잘써야하는 곳인지ㅎㅎ 너무 잘읽고 갑니다. 관행농에 대한 무조건 비판이 아니라 고마움.. 넓고 깊은 맘이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잘 쓰지도 못한 글에 칭찬이.. 고맙습니다.^^
아직 관행을 벗어나면 굶을 사람들 많은데 대안도 없이 몰아세우는 모습도 보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자연농이 아직은 멀었지만 가능성을 열어보고 싶었습니다.
@길위에서 👍
공감되는 좋은 글 읽으면서 농사 지으시는 길위에서 님의 모습이 제 파트너 모습과 겹쳐 지나갑니다.
저희는 서울 근교에 땅을 좀 마련하여, 일부에다가만 먹을거리를 17년째 길러 먹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퇴비도 만들어 쓰고, 좋은 먹을거리를 길러 먹는 것에 대한 기쁨도 컸습니다.
하지만 종묘상에서 사는 각종 모종을 사다 심을 수 밖에 없었지요.
우연한 기회에 토종자립마을을 알게 되었고,
KBS에서 있었던 변현단 선생님의 1일 토종학교에 가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어 또다른 세상을 만난듯 합니다.
1일 토종학교에 저희 부부, 또 친구도 함께 했습니다.
거기에서 주신 토종 고추 한 개와 쥐이빨 옥수수, 자소, 참외 등이 저희 밭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배추 씨앗은 가을에 심으려고 보관하고 있지요.
제 주위에는 작은 텃밭을 가꾸는 분들이 몇분 계셔서 적은 씨앗이지만 나누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가을에는 토종무를 심어보자고 약속도 했습니다.
씨앗은 물론 제가 구하여 보겠다고 약속했는데......
길위에서 님께서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어요.
토종무 씨앗을 100 g~200g 정도 구입하고 싶어요.
사실 저는 저 정도 씨앗으로 어느 정도의 땅에 심을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주위 분들도 무슨무슨 생협에서 사서 드시는 것보다 직접 토종 종자로 심어서 먹을 수 있다면 좀더 행복한 마음이 들 거란 생각입니다.
무씨앗을 얼마나 채종하셨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구입하겠다고 하니 황당하시겠지요.
저희들도 토종무를 맛볼수 있늘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면 안 될까요?
저희 밭에는 바로 옆에 작은 개울이 있어 스프링쿨러와 예초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망초꽃이 얼마나 흐드러지게 피었는지 벌들이 신이 났지요.
온통 풀밭이지만 그것도 즐깁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