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고장 강릉(江陵)
<8> 강릉단오제(江陵端午祭)-2
강릉단오제는 천년단오(千年端午)라 불릴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그 중심은 굿(巫)이다.
단오굿의 주신(主神)은 대관령 산신(山神/김유신 장군), 국사서낭(범일국사/梵日國師), 국사여서낭(國師女城隍)으로 일반적인 큰 굿의 규모가 12거리로 끝나지만, 강릉 단오굿은 30여 거리가 넘는 대굿으로 5일간 펼쳐지며, 그중 재미있고 중요한 대목이 ‘당그매기굿(당금애기굿/세존굿)’과 국사 서낭과 국사 여서낭의 러브스토리이다. 또, 굿판과는 별도 놀이판으로 벌어지는 강릉부(江陵府) 관노(官奴)들의 애환(哀歡)을 담은 ‘관노가면극(官奴假面劇:탈춤)’도 볼만하다.
서낭은 성황(城隍)이라는 말로, 천신(天神)과 산신(山神)이 복합된 신인데 마을마다 모시고 개인과 마을의 안녕을 빌던 서낭당(城隍堂)의 주신(主神)이다.
대관령 산신(山神/김유신 장군) / 대관령 국사성황(國師城隍/범일국사) / 대관령 국사여성황(경방댁)
강릉 단오의 주신(主神)은 신라(新羅) 때 칼로 나라를 지키던 김유신(金庾信/대관령 산신) 장군과 불법(佛法)으로 나라를 지키던 고승(高僧) 범일국사(梵日國師/品日/국사성황)이다.
신라 시대, 김유신 장군은 강릉 교동 화부산(花浮山) 기슭에 진영을 설치하고 말갈족(靺鞨族)을 막아낸 공로를 기려 이곳에 화부산사(花浮山祠)라는 사당을 세워 김유신 장군을 주신(主神)으로 모시고 제례를 올린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신라 무열왕 김춘추(金春秋)는 김유신 장군이 왕족은 아니지만, 공로를 인정하여 흥무왕(興武王)이라는 별칭도 내렸는데 그 연유로 화부산사를 흥무왕사(興武王祠)라 부른다.
범일국사(梵日國師/品日)는 강릉의 학산(鶴山)마을 학바위에서 태어났다는 재미있는 설화(說話)가 전해지는데 기록에 의하면 경주(慶州) 출신으로 부(父)는 김술원(金述元), 모(母)는 문(文) 씨라고 한다.
범일국사(梵日國師/品日)는 학산에 굴산사(堀山寺)라는 대찰(大刹)을 세우는데 선문구산(禪門九山)의 하나인 사굴산파(闍崛山派)의 본산으로, 곳곳에 유적이 남아있는 것이 굴산사지(堀山寺址)이다.
굴산사(掘山寺) 삼존위(三尊位) 석불 / 부도탑(보물 85호) / 굴산사 당간지주(5.4m:보물 86호) / 범일국사
이 사찰(寺刹)은 기록이 없어 사찰명도 몰랐는데 1936년 대홍수 때 강릉유도회 회장을 역임하셨던 이곳 학산(鶴山) 출신 정주교(鄭胄敎/제헌국회의원)님이 이곳에서 주춧돌과 기와 조각을 발견하였는데 거기에 사굴산사(闍掘山寺)라고 새겨져 있어 밝혀졌다고 한다. 그런데 사찰명으로 굴산사의 굴을 堀, 掘, 崛 등으로 표기되고 있으니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사굴산파(闍掘山波)라는 종파명(宗派名)은 이곳에 사굴산(闍掘山)이라는 나지막한 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굴산사지(堀山寺址)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높이 5.4m의 굴산사지(堀山寺) 당간지주(幢竿支柱)가 있는데 지금도 그 위용을 자랑하며 보물 86호로 지정되어 있고, 보물 85호 부도탑(浮屠塔/높이 3.7m)과 지방 문화재 삼존위석불(三尊位石佛)도 있다.
강원도 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된 삼존위석불(三尊位 石佛) 2위(位)는 근처의 작은 암자에, 1위(位)는 보호각(保護閣)을 지어 따로 모시고 있는데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로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관(冠)을 쓴 비로나자불((毘盧遮那佛)은 얼굴을 언제 누가 갈아버렸는지 눈, 코, 입이 없는 완전히 평면이다.
국사여서낭(國師女城隍)은 강릉 경방(經方/강릉시 홍제동의 옛 이름)의 정씨 집안(鄭氏家) 처녀를 호랑이가 업어가 대관령 국사서낭(범일국사)의 부인이 되었다는 설화(說話)에서 비롯된다.
강릉 단오굿의 주된 줄거리는 대관령에서 산신(김유신/金庾信)과 국사서낭(범일국사), 국사여서낭을 모셔와 강릉 남대천변(南大川邊) 백사장에 설치된 굿당에 모시고 5일 밤낮으로 굿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세존(世尊/석가무니 화신/일명 帝釋)의 사랑으로 아들 삼 형제를 낳았다는 당그매기(당금애기) 이야기는 질펀한 굿으로, 관아(官衙) 노비들 가면춤(假面舞)인 관노가면극(官奴假面劇)은 탈춤으로 한바탕 흥겨운 놀이판이 곁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강릉 단오굿은 고을의 안녕이나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외에도 동해안 어촌의 풍어와 뱃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의미가 크게 함축되어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네뛰기와 창포물 머리 감기(김홍도 그림) / 솟대(蘇塗) / 무당굿 / 그네대회 / 열두 발 상모돌리기
동해안은 예전 작은 어촌마을들이 많이 있었는데 강릉 해안지역에는 남항진(南港津), 젠주(강릉 남대천 하구), 안목(견소동), 강문(江門) 등이 지금도 있고, 그중 강문 어촌마을이 가장 활기 넘치던 어촌마을로 정월 대보름이 되면 꼭 마을의 동제(洞祭)와 함께 풍어제(豊漁祭/굿)를 올리고 솟대(蘇塗)를 세웠다고 한다.
솟대(蘇塗)는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신당(神堂)을 지키는 표식으로 장대 위에 세 갈래 가지를 만들고 그 위에 봉황새나 물오리를 깎아 올려놓는데 일명 조간(鳥竿)이라 부른다.
근래의 강릉 단오굿은 전통적인 것에 현대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는데 주된 놀이로는 전국 장사씨름대회, 그네뛰기, 농악경연대회, 활쏘기, 한시(漢詩)백일장,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 농상(農商) 축구정기전 등이었다. 그 외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는 국내외 서커스단 초청공연, 세계 무용단 초청공연 등 다양한데 지금은 거의 난장(亂場)이 주류를 이루어 잡상인들이 판을 치는 느낌이며 다양한 먹거리들로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