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10. 마지막 제자 수발타라, 부처님의 열반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시나갈(拘尸那竭)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 사라(娑羅) 숲 속에 계셨다.
여래께서는 열반하실 때가 되자 아난(阿難)을 불러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하여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다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자리를 펴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쌍수 사이에다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미 자리를 마련하고는 부처님 처소에 돌아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쌍수 사이에다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자리를 마련하는 일을 이미 마쳤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쌍수 사이에 마련한 자리로 나아가서 머리를 북쪽으로 하고 옆구리를 오른쪽으로 대고 누워서 발과 발을 서로 포갠 뒤에 마음을 분명하게 모아서 염각(念覺)을 일으켰는데, 먼저 열반에 대한 생각을 하셨다.
당시 구시나갈국에는 범지(梵志) 한 명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수발타라(須跋陀羅)였다.
그는 예전부터 그 나라에 살아서 나이가 120세나 되었는데, 그 나라 안에 있는 모든 역사들이 이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경하고 칭찬하였다.
그때 수발타라는 사람들로부터
“바가바(婆伽婆)께서 오늘 밤에 곧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법에 대하여 의심되는 것이 있는데, 오직 구담만이 반드시 나의 의심을 풀어 주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즉시 구시나갈을 출발하여 사라 숲으로 갔다.
존자 아난은 밖에서 거닐고 있었는데,
수발타라는 아난을 보는 즉시 그곳으로 가서 아난에게 아뢰었다.
“나는 남에게서 사문 구담께서 오늘 밤중에 무여(無餘)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뵙고 의심되는 것을 해결할까 합니다.”
아난은 대답하였다.
“범지여! 부처님의 몸이 피곤하신데 당신이 지금 들어가면 더 괴로우십니다.”
수발타라는 아난에게 아뢰었다.
“나는 여래께서 오늘 한밤중에 무여열반에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또 나는 옛적에 연륜이 오랜 선인(仙人)에게서,
‘만일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 하여도 우담발화(優曇鉢花)처럼 만나기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약간의 의심이 있어서 묻고 해결하고 싶습니다. 부디 나의 소청을 들어 주옵소서.”
그와 같이 세 번을 간청하였는데,
그래도 아난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부처님을 번거롭게 하지 마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청정한 하늘 귀로써 아난이 수발타라를 거절하여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멀리서 들으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사람을 거절하지 말고 들어오게 해서 마음대로 묻도록 하라”
수발타라는 부처님께서 자비심으로 들어오도록 하셨다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는 곧 부처님 처소에 와서 문안 드리기를 마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약간의 의심이 있사오니, 저의 질문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묻고 싶은 대로 물으시오.”
수발타라는 부처님께서 허락을 내리시자, 즉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외도의 6사(師)들은 갖가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ㆍ말가리구사리자(末迦梨俱賖利子)ㆍ아사야비라지자(阿闍耶毘羅坻子)ㆍ아사다시사바라(阿闍多翅舍婆羅)ㆍ가니타가전연(迦尼陀迦旃延)ㆍ니건타사제자(尼乾陀闍提子) 등 6사들은 자칭 이미 자기가 세존(世尊)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실로 그들이 일체지(一切智)를 얻었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서른하나 되던 해에 출가해서
지금까지 50년을 지냈나니
온갖 착한 법을 추구하면서
계행과 선정의 행을 밝게 통달하였네.
온갖 세상 사람들은
실다운 방소(方所)도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진실한 법을 알겠는가.
만약 8정도(正道)를 닦으면
능히 초과(初果)를 얻으며
나아가 제4과(果)까지 이르지만
만약 8정도를 닦지 않으면
초과도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제4과를 얻겠는가.
나는 대중들 속에서
사자후로 법을 연설하니
이와 같은 정법(正法) 외에는
또한 사문도 있을 수 없고
바라문도 있을 수 없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때 수발타라는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서 법의 눈이 청정하게 되었다.
그는 곧 울다라승(鬱多羅僧)을 정돈하고서 부처님에게 합장하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3악도를 이미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수발타라는 아난에게도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아난이여! 당신은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고, 첫째 가는 시자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나도 지금에야 좋은 이익을 얻었으니, 불법 속에서 출가하고 싶습니다.”
아난이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수발타라는 불법 속에서 출가하기를 원합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도 곧 수발타라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여!”
이때 수발타라는 수염과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의가 몸에 입혀지면서 즉시 구족계를 얻었으며, 구족계를 얻고서는 곧 아라한을 성취하였다.
수발타라는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겠으니, 마땅히 내가 먼저 열반에 들어야겠다.’
수발타라는 즉시 먼저 열반에 들었으며, 여래는 그 후에 열반에 드시었다.
그때 대중 가운데 한 비구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라쌍수에서 열반에 드시니
나뭇가지는 사방으로 두루 펴지고
위와 아래에서 꽃비가 내리면서
부처님 위에 어지러이 뿌려지네.
꽃비가 내리는 그 까닭은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었기 때문이네.
석제환인(釋提桓因)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법은 무상하기에
생기고 없어지는 법이라고 한다네.
생기고 없어짐도 소멸해 버리면
그것을 열반이라 이름한다네.
그때 범천왕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에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몸을 버리고 마침내 사라지나니
지금 거룩하신 큰 성인께서도
10력(力)을 다 갖추시고
세상에서 그 존귀함이 비할 데 없지만
지금에는 열반에 드시었다네.
존자 아나율도 게송으로 말하였다.
법의 임금께선 뜻을 그쳐 머무르시고
날숨 들숨이 이미 끊어지셨나니
여래께서 성취하신 그 법은
행(行)과 역(力)이 모두 만족되었네.
이제 열반에 드시고서
그 마음에 두려움 없으시고
모든 느낌[受] 다 버리셨다네.
기름이 다하여 등불이 꺼지듯이
존재[有]를 없애고 열반에 드시어서
마음과 뜻의 해탈을 얻으셨네.
그때 대중들은 이 광경을 보자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섰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이레를 경과한 후에야,
아난은 여래를 화장하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비(大悲)하시고 청정하신 세존께서는
그 몸이 참되고 깨끗한 보물 같으시며
위대한 신통의 힘 지니셨기에
불이 나와서 저절로 몸을 태우시는데
천 겹의 모직물로 몸을 감쌌지만
안팎의 두 겹만은 타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