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의 가을 안개는 발목이 안잡힐 정도로 깊다.
한 세상 살아오면서 뿌렷던 염분조차 알보일 정도로 혼란스럽다.
몰려다니다가도 정지해 버리고 정지해 있다가도 어느 순간 멀쩡하게 풍경을 연다.
변화가 영화의 장면 바뀜과 같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가을 안개를 여자의 마음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가을 장마 뒤끝인 산촌의 아침, 우거에서 안개를 접한다.
아침 잠을 쫒을 겸 텃밭에 나가니 잘 익은 맷돌 호박 한 덩이와 엉거주춤 열린 애호박을 몇 개를 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다.
촉촉한 풀잎이 발목을 잡는다.
신선한 풋사랑 같아 젊은 날의 감정이 새롭다.
퍼끅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아침 일찍,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공원을 거닐 때 공원 카페에서 먹던 "농부의 밥상"이라는 메뉴의 식사.
풀섶길을 달리며 발목을 적시며 산책나 온 사람들의 아침 식사 메뉴의 일종이었다.
대부분 중 늙은이들이 많았다.
가을 호박을 연상케 했다.
그렇다.
초가을 아침 발목을 적시며 풀섶을 헤치며 호박을 따며 생각한 것은, 호박은 늙을수록 가을 햇살처럼 정겨운데, 사람이 저와 같지 못함이 아쉬워진다는 것이다..
- "사람의 마을" 뜰안에서
첫댓글 호,호 가을 수학을 하셨군요, 정말 호박 같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동그랗고 파아란 애호박, 전 부치면 참 맛있겠습니다.
호박넝쿨을 헤치며 호박을 만나고 호박을 따실 때 그 반가운 기쁨은 제가 잘 알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