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일본 한신지역의 고베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6.8의 지진으로 인하여 6,4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지구온난화 영향의 확대로 중국 쓰촨 성에서 발생한 리히터 7.9의 강진을 비롯하여,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일본과 인도네시아, 사모아 제도 등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지진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지진피해를 줄이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계획 하에 이루어지는 실험을 통하여 재난피해 대책과 법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데이터는 실제 건축물 규모의 시험체를 내진시험시설인 진동대에 올려 실제 규모의 지진파를 가하는 시험을 통하여 확보할 수 있다. 지난 7월 14일 일본에서 진행된 실대 진동대 내진시험과 그 결과를 소개하고 중고층 목조건축물을 실용화하고자 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대하여 정리한다.
목조건축물의 고층화는 가능한가?
지난 7월 14일, 세계 최대 진동대 시험시설을 갖춘 고베 시 인근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NIED) 효고 내진공학연센터에 위치한 실대 진동대 시험장치 E-디펜스에서 7층 목조건축물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실대 내진시험이 수행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미국에서 100명 이상 참가)과 뉴질랜드, 인도, 이탈리아, 캐나다, 중국 등에서 참가한 수 백 명의 외국인과 500여 명의 내진관련 전문가가 방문하여 이날 내진시험을 지켜보았다. 일본 내국인 신청자 중 500여 명은 인원초과를 이유로 시험 참관이 허가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토목건축학부 John W. van de Lindt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하는 미일 공동연구인 NEESWood 프로젝트로 진행된 중고층 목조건축물의 진동대 내진시험은 향후 목조건축계의 고층화에 미칠 영향으로 인하여 전 세계 목조건축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실대 목조건축물의 내진시험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시험 결과 실대 목조건축물 시험체는 구조상 문제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석고보드 등 비구조 부분에 국부적인 손상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목조건축물의 내진성능의 우수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목조건축물의 내진구조에 관한 정밀한 연구 데이터 확보에 상당히 기여함은 물론,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되는 목조건축의 고층화를 위한 고지에 한걸음 다가간 것으로 평가되었다.
세계 최대 7층 목조건축물의 진동대 시험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중고층 목조건축물의 실대 진동대 시험은 4개 년 간 추진해 온 내진연구과제 NEESWood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여 완성된 목조건축물을 E-디펜스에 올림으로써 시작되었다. NEESwood는 2006년부터 추진해 온 내진구조 연구과제로서, 콜로라도 주립대학교를 비롯한 미국의 5개 대학과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가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하였으며, 이번 실대 진동대 시험을 끝으로 연구가 종결될 예정이다. 실대 진동대 내진시험의 목적은 첫째, 연구개발한 새로운 구조설계와 디자인을 시험을 통하여 평가하고, 둘째, 세계적인 조류인 중고층 목조건축물의 내진성능을 평가함에 있다. 미국 Simpson Strong-Tie사의 협력을 통해 1층부 강재 접합부와 내진구조 철물인 ATS( Anchor Tiedown System)의 성능도 평가하였다. 이번에 사용한 제품은 보통의 제품보다 굵고 형태도 다른 ATS를 적용하였다. 1994년 4월 17일 리히터 규모 6.7을 기록한 미국 노스리지 지진 당시 캘리포니아 주 캐노가 공원에서 기록한 지진파보다 강력한 규모 7.3에 해당하는 지진파를 적용하되, 이 지진파의 가속 파형을 180%로 증폭하여 사용하였다. 이번 연구에 적용한 지진파는 2,500년의 발생 주기로 가정하여 시험하였다. 실대 목조건축물 시험체에 적용된 긴 방향의 최대가속도는 중력가속도(g)의 약 80%(0.8g)에 해당하는 강력한 가속도를 적용하였다. 일반적으로 지표면의 최대가속도가 0.5g 이상이면, 지진 피해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동대 시험 도중 시험체가 몹시 흔들렸으나 심한 손상을 받은 구조부재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석고보드의 균열 등 비구조용 건축재료에서 국부적인 손상이 발견되었는데, 이러한 국부적인 손상은 강력한 지진 발생상황에서도 피해 정도가 매우 적은 것으로 판단되어 지진에 저항할 수 있는 안전성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실대 진동대 시험에 사용한 7층 목조건축물 시험체는 2대의 400톤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진동대에 얹었다. 실대 진동대 내진시험은 2009년 6월 말부터 6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지진의 규모는 리히터 규모 6.7에서 단계적으로 올려 7월 14일 공개시험 당시 리히터 규모 7.3의 지진파를 가력하여, 진원지 부근의 위험한 장소에 위치한 건축물로 가정하여 시험하였다. 이번 시험에 필요한 예산은 30억 원 정도로 예상되며, 미일 양국의 관계자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시험결과는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를 통해 앞으로 미국과 일본 등의 중고층 목조건축물을 구체화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디펜스(3차원 실대 진동대 내진시험 장치)란? 일본 고베 북쪽 미키 시에 위치한 (독)방재과학기술연구소(NIED) 내진공학연구센터는 1995년에 발생한 한신 대지진 재해를 교훈삼아 정밀한 실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하여, 구조물의 손상과 파괴까지 시뮬레이션하는 실대 시험시설을 설치하였다. 이 연구센터는 뛰어난 설비와 우수한 연구진을 확보하여 내진 연구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최대의 첨단 시험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3차원 진동의 발생과 실험결과 데이터의 측정이 가능한 옥내 대규모 실대 진동대 시험시설인 E-디펜스를 갖추고 있다. 진동대의 탑재 무게는 1,200톤이며, 탑재면적이 20×15m로, 진동대의 개념도는 <그림 1>과 같다. E-디펜스는 측정 채널수가 960개에 이르는 대규모 시험시설로서, 이중 64개의 채널은 측정시스템의 운전상황을 기록하는 데 사용하고, 896개의 채널은 측정센서에 연결하여 다음 <그림1>과 같은 모델에 의해 실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실대 7층 목조건축물의 진동대 시험체
시험체는 1층(지하주차장 또는 가게)이 철골조(SMF : 철골 모멘트프레임 구조(Steel Moment Frame)), 2~7층이 경골구조로 시공된 목조건축물로서 24가구의 주거용 아파트로 사용될 수 있다. 시험체는 너비와 길이가 12.4×18.4m, 높이가 20.4m, 무게가 650톤에 달하였다. 각층은 4가구로 구성 합계 24가구로 지어졌으며, 각 층마다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가구 등의 무게를 가정한 3.6톤의 추를 두어 실제의 수직하중을 재현하고 복도와 엘리베이터 통로도 포함하였다. 시험체는 38×140㎜의 스터드(더글러스퍼-라치, S-P-F)와 구조용패널(오에스비)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에서 시공되는 것으로 가정하였기 때문에, 실대 7층 목조건축물 시험체 제작을 위하여 못과 목재, 오에스비 등 많은 건축재료를 미국에서 수입하여 시공하였다. 시험체의 외벽은 오에스비로 설치하였으며, 실내의 천장과 내벽은 오에스비 위에 석고보드를 시공하였다. 시험체에 반영된 주요 내진요소는 미드플라이(Midply) 벽체와 에이티에스, 내력벽 등으로 이루어졌다. 미드플라이 벽체는 스터드와 못으로 구성된 내력벽이지만, 일반적인 내력벽과 달리 못을 2면전단 방식으로 하중을 받도록 설치하여, 큰 전단내력을 발휘하도록 개발된 벽체를 말한다. 또한 미드플라이 벽체와 내력벽에 설치한 에이티에스는 홀다운(hold down) 철물의 일종으로 1층 철골조 1층 철 7층 목구조까지의 앵커볼트를 연결하여, 내력벽이 상향(인발)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에이티에스는 홀다운 철물과 달리, 인발되는 힘을 각층으로 분산하여 큰 인발력에도 저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맺는말
녹색건축물의 중요성이 높아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철골조와 콘크리트조를 목구조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해외의 건축법규에서는 중고층 목조건축물의 규제완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목재가 우수한 건축재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고층 목조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건축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고층 목조건축물은 친환경건축의 중심 역할을 해내면서 세계적 조류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목조건축물은 현재 미국에서는 5층까지 시공할 수 있으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는 금년 건축법 개정으로 6층까지 시공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향후 6층까지 시공이 가능하도록 건축법 개정을 검토 중이며, 이번에 실시된 실대 진동대 시험은 이 건축법규 개정을 위한 공학적인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까지는 중고층 목조건축물의 내진성능은 컴퓨터 해석에 의존하여 왔기 때문에, 실제 규모의 대형 지진이나 시험에 의해 내진성능이 입증된 적이 없어 법규 개정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유럽에서는 수년 전부터 8층 이상의 중고층 목조건축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밀도가 어느 나라보다 높고 땅값도 비싼 우리나라에서도 내진성능이 우수한 중고층 목조건축물의 개발과 실용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노스리지 지진 당시 연약 1층의 붕괴된 모습

세계 최대 7층 목조건축물의 진동대 내진 시험체

3차원 실대 진동대 시험장치 E-디펜스

실대 시험체 설치 과정- 1층 철골조, 2층 목구조 설치

E-디펜스에 설치된 액튜에이터

<그림1> E-디펜스의 시뮬레이션 모델

영국의 도심에 지어진 목조 9층 아파트

로스앤젤레스의 목조 5층 아파트 시공 현장

고베 지진 당시 내진에 약하게 지어진 목조건축물이 받은 피해

스웨덴의 호숫가에 시공중인 목조 7층 아파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