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배움이 있는 소풍
어릴 적 소풍을 가기 전날이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설레었기 때문입니다. 책책책 연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나 좋은 사회사업가를 만날지, 얼마나 좋은 자연을 만날지, 얼마나 좋은 공부를 할지 설레었습니다. 2023년 10월 18일 8기의 첫 만남. 환하게 웃고 있지만 뭔가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산책, 종이책, 사람책이 우리들의 어색함을 서서히 녹이고 있었습니다.
1.배움
[산책]
(1)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경험하다.
산책을 하며 자연을 몸소 느꼈습니다. 걷다가 힘들고 지칠 때면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누웠습니다. 눈을 감고 새 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집중했습니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진 세상이었습니다. 노고단에서 본 일출, 마을을 덮은 구름.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나무 내음과 풀 내음이 가득했고 땅에 떨어져 있던 밤을 먹어보니 그저 달기만 합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 안에 있던 고민들을 잠시 가슴 깊이 묻어둔 채 오직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산책은 오감(五感)을 만족시켜주었고 휴식과 안식을 준 소풍이었습니다. 이러한 자연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지키고 싶다는 내적 동기가 더욱 강해졌습니다.
(2) 자연 속에서 사회사업을 생각해보다.
피아골은 끝없는 내리막길이었습니다. 다리가 아팠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리와 무릎에 과중된 힘을 분산시키고자 나무가 있을 때마다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무를 잡을 때마다 껍질이 거칠지 않고 보드라웠습니다. 저처럼 다리가 아픈 사람들이 그 나무를 잡다 보니 시간이 흘러 거친 껍질이 닳아 보드라와진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회사업에 적용해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거친 나무껍질이 보드라워졌듯이 둘레 사람이 사회적 약자에게 끊임없이 다가간다면 ‘외로움’이라는 거친 껍질이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이라는 보드라운 껍질로 변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종이책]
(1) 공동체를 꾸리자.
“미래사회와 사회복지”책에서는 외로움, 기후위기, 인공지능과 사회사업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①외로움:우리는 관계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외로움은 이제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질병의 관점에서 바라볼 만큼의 중요한 문제이며 단순 복지 서비스로 해결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②기후위기의 심각성: 달라진 기후로 인해 집중폭우, 열대야 현상 등이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사업가라면 그 문제와 더불어 더욱 어려운 삶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사회적 약자를 생각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③인공지능: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되거나 약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인공지능이 불러올 기술격차 문제와 기술소외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3 가지 주제는 관계 회복/공동체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습니다. 특히 제3의 공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웃과 격식 없이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출입이 자유롭고 소박한 장소. 비단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장소. 그 공간을 이어주는 사람은 ‘사회복지사’임을 명심하겠습니다.
(2) 소비를 줄이자.
폭우가 오거나 재난 수준의 더위가 온다면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환경을 지키는데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비닐이 분해되는 데는 500년이 걸리고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은 썩지 않고 지구 어딘가에 있다고 하니 지금부터라도 소비를 줄여야 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책]
(1) 공감과 경청의 중요성을 되새겨 보다.
연수에 참여한 사회사업가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큰 사연 하나쯤은 모두 마음속에 지고 왔습니다. 그 사연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공감했고 때론 제가 위로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고민, 걱정만을 나눈 건 아닙니다. 오늘의 날씨, 오늘의 기분, 오늘의 나의 감정 등의 소소한 이야기까지도 함께 나눴습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점점 더 가까워졌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습니다. 상대방이 말할 때마다 공감하고 경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감과 경청이 깃든 관계는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감과 경청 그리고 호기심 많은 질문을 제가 만나는 환자와 가족 보호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둘레 사람에게도 실천하면 얼마나 좋을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 소망
(1) 자신의 의료사회사업 정체성 확립하기
사회사업가는 더불어 사는 삶, 관계회복, 공동체 형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세팅에서 어떻게 사회사업가의 이상을 올바르게 실천할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나만의 가치관/철학을 세우는 일이 먼저라 생각합니다. 거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저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합니다.
(2) 연수를 통해 배운 경험을 둘레 사람과 나누기
3박 4일간 느꼈던 감정과 배운 점을 사회사업팀 부서 선생님들 그리고 둘레 사람과 나누겠습니다. ‘미래사회와 사회복지’책에서 인용한 ‘CONNECTED 행복은 전염된다’에서처럼 직접 연결된 사람에게 행복이 전달되고 2단계,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까지 행복이 확산 된다고 하니, 둘레 사람에게 책책책 연수 경험을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3) 나 자신부터 환경보호 실천하기(소극적 방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저 자신부터 달라지겠습니다. 일회용품 줄이기, 이면지 활용하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아이스팩 수거함에 넣기 등을 실천하겠습니다.
3. 감사
김세진 선생님: 우리의 매니저. 이런 매니저도 없습니다. 일정에 차질 없도록 항상 점검하고 맛있는 음식 검색하고, 산속에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해주고, 앞장서서 산책 길을 열어주고, 강의를 통해 사회사업 실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상민 선생님: 베스트 드라이버! 흔들리지 않은 편안함! 스타렉스가 이렇게 좋은 차인 줄 몰랐습니다. 일정을 소화할 때마다 주의사항을 알려주셔서 미리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배려가 삶 속에 베여있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신현환 선생님: 산책을 할 때 묵묵히 뒤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뒤처지지 않고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멋있는 사진과 영상 촬영 감사합니다.
박혜정 선생님: 생태계 박사님. 산책하면서 몰랐던 식물, 나무 등의 이름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을 알게 되니 식물과 나무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투리로 어린 왕자 읽어주셔서 환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지윤주 선생님: 어색한 분위기에서 항상 분위기를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며 산책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나눈 경험 잊지 않겠습니다.
신혜선 선생님: 연수 동기 중 나이가 가장 어리지만 생각은 매우 깊고 넓은 선생님인 것 같습니다. 제 고민을 들어주고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진실 선생님: 기록하고 사진 촬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보다 다른 선생님들을 챙겨주시고 산책할 때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현주 선생님: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산책 연수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저에게 버거웠던 산이 선생님에게는 얼마나 버거웠을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그 끈기에 박수 보내드립니다. 짝!짝!짝!
송지현 선생님: 핵인싸이며 유학파인 선생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지금의 멋진 선생님이 되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그 단단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말이 기억이 남네요. “저는 절대 지지 않아요”. 그리고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난로 주위에 삼삼오오 모여 선생님의 워싱턴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에게 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저희들에게 마음을 열고 얘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날씨는 기쁨을 주었고 산 속에서 새 소리,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 소리는 저에게 낭만을 주었습니다. 거친 잠자리, 거친 음식이 아니라 누구도 부럽지 않을 최고의 숙소와 최고의 음식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를 응원하기위해 먼길까지 달려오신 오신 7기 선배님들, 아픈 목으로 노래를 불러주고 위로와 즐거움을 주신 MC 용(김용운)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연수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중부재단에 감사합니다.
책책책 신청서를 작성하는 기간동안 중부재단 홈페이지와 사회복지사무소 ‘구슬’ 블로그를 통해 1기~7기까지의 활동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분들의 표정을 보니 ‘기쁨’, ‘즐거움’, ‘만족’, ‘회복’, ‘희망’이라는 단어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각자마다 가지고 있던 헝클어진 고민의 실타래가 풀렸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제가 8기가 되어 좋은 사회사업가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그 속에서 환하게 웃는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한 꽃 내음은 백 리까지 퍼져 나가고 깊이 있는 사람의 내음은 만 리까지 간다고 했습니다. ‘책.책.책.’ 연수는 저만의 꽃 내음을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얼른 자라서 저의 꽃 내음을 멀리 퍼트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배움이 있는 소풍이었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10.28 08:13
첫댓글 지윤주선생님 감사 내용 있습니다. 제가 단락을 나누지 않았었네요. ㅎ 다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에서 즐거움이 보입니다.^^
저는 사실 조금 쑥스러워 신나서 방방 뛰고싶어도 참을 때가 있는데요.
옆에서 신나게 분위기를 돋궈주셔서
덩달아 잘 누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뿐인가요. 제 휴대전화도 구해주시고
산행 내내 다른 동료를 살피고 돕는 모습을 보며 감동했습니다.
사방에 날아다니는 낙엽 잡기 레크레이션(?), 자연이 선물 해 준 달콤한 밤 한톨 나눠먹을 때도 미소와 환대로 함께 해 주신 선생님. 좋은 동료와 함께하면 그 자체가 힘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밝고 경쾌한 모습과는 상반된 매력도 있는 선생님! 피아골 내려오던 길 손수 낙엽도 치워주시고, 함께하는 선생님들 손도 잡아주신 선생님. 덕분에 전원 안전하게 매일 마무리 할 수 있었어요.
역시... 글에 격조가.... 쉬지말고, 놓지말고, 꾸준히 쓰시길... 샘의 책을 고대하는 1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