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유골 뿌리는 행위 금지
2017년 개봉한 영화 ‘1987’에서는 아버지가 화장한 아들의 유골을 강에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 장사법이 개정돼 2025년 1월 24일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역에 뿌려 장사하는 산분(산골)도 인정되나, 가톨릭교회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출처=영화 ‘1987’ 스틸컷
가톨릭 신자가 아닌 조상이나 가족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습니까?
“교회는 초기부터 죽은 이들을 존중하고 기념하였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특히 미사성제를 드렸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032항)
돌아가신 조상과 가족의 종교를 막론하고 그분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고인을 위해서 언제든지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기일이나 위령의 날에 고인을 기억하며 그를 위하여 위령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고인의 뜻을 존중하여 고인이 믿던 이웃 종교의 예식을 주선하고 이를 거행한 이웃 종교인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것과 지역의 풍습대로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정성껏 차려 제사를 지내고 성묘하는 것도 고인과의 각별한 유대를 드러냅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부모님이나 가족의 묘지는 어디에 마련해야 합니까?
“교회는 시신을 매장하는 관습을 여전히 선호한다. 이는 죽은 이들에 대한 깊은 존중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교리에 어긋나는 이유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화장을 금하지 않는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4항)
죽은 사람의 장례를 경건하게 치르고 그가 묻힌 묘지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조상을 공경하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묻히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톨릭교회의 신앙에도 부합합니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거주지의 이전 등으로 선산 등 묘지 관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매장지의 부족으로 화장이 널리 시행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신자들에게 시신을 땅에 묻는 경건한 관습을 보전하기를 권장하지만, 화장도 금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법률은 매장과 화장과 자연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24일부터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제2조 3항에 의해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수목·화초·잔디·해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역에 뿌려 장사하는 산분(산골)도 인정됩니다.
가족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아닌 분이 장묘와 관련하여 유언을 남기셨을 경우에 그것을 존중하는 것은 유가족의 도리일 뿐만 아니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라고 하신 주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그렇지만 별다른 말씀을 남기지 않으셨을 경우, 가족들과 상의하여 후손들이 돌보기 좋은 곳에 묘지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후손이 모두 가톨릭 신자인 경우나 이들이 새로이 가족묘를 조성할 경우 가톨릭 신자가 아닌 분의 시신이나 유해를 가톨릭 묘지에 모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를 화장하였을 경우, 유골을 납골당이나 묘지에 안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골을 자연에 뿌리는 산골(散骨)은 죽음을 자연이나 우주와 융합되는 순간으로 오해하도록 하거나 허무주의의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에 교회는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