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소고깃국 냄새가 나면 그 집에 손님이 온 것이다. 도회지 나간 자식이 오거나 일가친척이 시골집을 방문할 땐 꼭 소고기 두어 근을 끊어간다. 소고기 넣고 물 두어 말 부어서 온 동네가 한 그릇씩 먹는다. 지금도 육개장식 소고깃국보다는 시원한 소고깃국을 즐긴다. 파와 무가 잔뜩 들어간 소고깃국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즐기는 집 음식이다.
당시 소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기껏 먹을 수 있었던 것이 불고기다. 고기 조금 시키고 육수만 자꾸 부어 밥 말아 먹었다. 그 맛을 못잊어 지금도 불고기 육수에 밥 말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세상이 좋아져서 요즘은 고기를 구워 먹는 시절이 되어 좋은 고기 찾으러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다. 우리가 먹는 소고기는 보스토러스종이다. 영국 등 유럽, 한우, 연변황우, 일본화우 같은 고기를 말한다. 영국이나 유럽에 가보지 못해 그쪽 고기는 맛을 보지 못했지만 연변황우, 일본화우 맛은 보았다. 백두산 갔을 때 소를 한 마리 잡았고 일본 갔을 때 일행에서 빠져 나와 화우맛을 보았다. 화우는 입에서 녹았다. 그래서 아직 기억이 난다.
쇠고기는 '한우고기', '육우고기', '젖소고기'로 구분된다고 아는 척하던데 대부분 한우라고 보면 된다. 한우 대부분이 경북에서 생산된다. 그래서 경북에 질 좋은 한우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투뿔(1++), 원뿔(1+), 1등급, 2등급, 3등급 그리고 등외로 나눈다. 먹어 보니 투뿔이라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회에 레몬 치는 인간이나, 소고기를 기름장에 찍어 먹는 인간은 먹을 줄 모르는 인간이다.‘
고기를 입에 넣는 순간 탄성이 나와야 한다. 좋은 고기는 맛이 다르다. 그 맛을 즐겨야 하는데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고? 그건 아주 잡고기 먹을 때나 구린내 나는 수입 소고기 먹을 때 하는 짓이다. 소금을 살짝 찍어 음미하는 것이 고기의 제맛을 즐기는 고수들의 방법이다.
난 안심이나 등심 같은 고기는 싫어한다. 퍽퍽하고 화장품 냄새가 난다. 그래서 오직 갈비만 먹는다. 갈비 중에 안창살, 제비추리, 토시살이 있으면 환장을 한다. 늦게 가면 안창살 같은 것은 이미 다 떨어지고 없다. 고급 식당에는 주인에게 미리 말해놓아야 구해 놓는 고기이다.
일본에서는 갓잡은 생선을 바로 회로 먹지 않고 숙성을 시켜서 먹는다. 우린 바로 잡아먹는 것을 좋아한다. 소고기도 그럴까? 소고기도 마찬가지 도축 후 시간이 경과 됨에 따라 사후 강직 상태가 되어 질기고 풍미가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조직이 연하게 되어 육질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이다. 일본의 화우 다음으로 풍미가 좋은 한우는 숙성의 비결에 따라 맛이 다르다. 전국 각지의 소고기를 찾아다니면서 거의 다 먹어 보았다.
”1등은 군위이다.“
난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안동 갈비촌도 몇 집만 맛있다. 하지만 군위 효령에 있는 갈빗집 세 군데 식당은 다 맛이 있다. 드라이에이징(건식숙성)을 하는지 웻에이징(습식숙성)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군위 효령면 간동 유원지 길에 있는 세 집은 하나같이 입에서 탄성을 자아낸다.
1. 이로운 한우
말이 필요 없는 집이다. ’착한 한우‘와 ’참 좋은 한우‘ 중간에 위치한다. 앞쪽에 공용주차장과 식당 주차장이 꽤 넓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엔 주차할 곳이 없어 강둑으로 차를 몰고 나갈 수밖에 없다. 10여년 전만 해도 식당 앞에 자전거를 비치해 두어 자전거도 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서비스가 없어도 줄을 서야 한다. 돌판과 철쇠판 구이로 고기를 굽게 되어 있다. 고기를 사서 식당으로 들어가면 지정된 번호 좌석으로 가서 구워 먹으면 된다. 그 옛날 너른 좌석은 이제 깨끗하게 새단장해서 입석으로 바뀌었다.
2. 착한한우
농두런 샛길로 들어가면 모텔 바로 옆집이다. 돌판에 고기를 구워 준다. 막내라서 그런지 서비스로 승부를 하기도 한다. 한때 이 집에 가면 육회를 공짜로 주기도 했다. 고기의 맛은 비슷한데 고기 질이 조금 문제가 있다. 다른 두 집에 비해 기름이 너무 많다, 숙성비법은 같은지 고기의 풍미는 제대로 느낄 순 있다.
3. 참 좋은한우
큰 길로 들어가면 첫째 집이다. 숯불로 고기를 구워준다.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집엔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 그냥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렸다가 먹든지 아니면 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전화번호 남겨 놓고 기다리면 전화가 온다, 고기 사가지고 가라고.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을 엄청 싫어한다. 하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을 보면 그럴만도 하다 싶다.
첫댓글 이번 주는 '이로운 한우' 갈비 맛보러 가야겠습니다.
입맛이 확 돕니다.
저는 참좋은한우집 단골로 갑니다.
이로운 한우보다 더 좋아요.
어제는 구미한우직판장 갔는데 한우사육농가들이 모여 운영하는 곳인데 맛도 아주 좋았어요.
오~메! 맛있게 보이네요.
꿀~~~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