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83) 독일 마르크스 추기경 사퇴 제대로 보기 / 존 알렌 주니어
주교의 사퇴는 늘 있는 일이지만,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 사퇴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마르크스 추기경이 교회의 거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협력자이자 동반자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독일교회가 성직자 성학대 추문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마르크스 추기경은 이에 연관되지도 않았고 큰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그럼에도 그가 교회가 실패한 일에 대해 ‘구조적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 사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마르크스 추기경의 사퇴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마르크스 추기경의 사퇴에 관해 적어도 세 가지 피치 못할 오해가 있어 이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사실을 확인해 보자. 우선 마르크스 추기경이 현직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다. 가톨릭교회에서 주교는 자신의 뜻대로 사퇴할 수 없다. 주교들은 75세가 되면 교황에게 사퇴서를 제출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말고는 교황에게 달려 있다. 두 번째로 마르크스 추기경이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그가 다른 데로 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퇴 발표로 마르크스 추기경은 자신의 평판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교황은 주교들이 사임서를 제출한 뒤에도 계속 현직에 남기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마르크스 추기경이 이번 사퇴로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직을 내려놓게 되더라도, 그는 여전히 추기경으로 남아 다음 교황 선거에 참여할 수 있으며, 교황청 재무평의회 간사와 교황청 개혁을 위한 추기경위원회 위원으로 계속 남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번 사퇴서 제출로 마르크스 추기경에게 바뀔 수 있는 것은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직에서 떠나는 정도인 것이다.
이를 분명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언론도 대중도 주교의 사퇴에 대해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에서 성학대 파문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보스턴대교구장 버나드 로 추기경도 사퇴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그가 스포츠팀 감독이나 기업 CEO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보스턴대교구장직 사퇴 이후, 로 추기경이 로마 성모대성당 대사제와 교황청 주교성 위원으로 남아 추기경으로서의 모든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미국인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종종 교황청이 로 추기경의 사퇴를 철회했거나 사람들을 속인 것으로 믿었다.
실제로는 보스턴대교구장직 사퇴가 전부였지만, 처음부터 이를 분명하게 했다면 이러한 혼란은 피할 수 있었다.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친 가정에 관한 주교시노드에서 논의됐던 이혼 후 재혼한 신자 영성체 허용 문제를 비롯해 마르크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간 진행해 온 진취적 결단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비엔나대교구장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과 함께 마르크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기한 의제를 신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지원한 서구교회의 주요 고위 성직자인 것이다. 더구나 마르크스 추기경은 성학대 추문을 극복할 교회의 개혁을 이끄는 지도자로 입장을 다졌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교회 지도자가 자신의 개인적인 잘못뿐만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구조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사퇴서를 제출했다. 교회는 그간 개혁을 진행해 오면서 교회의 책임에 중점을 뒀고, 그는 그 책임의 의무를 지기 위해 사퇴서를 제출한 것이다.
교황이 만일 마르크스 추기경의 사퇴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모든 일이 양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그의 정치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를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직에서 사퇴시킬 수도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동안 마르크스 추기경은 교황청의 주요 직무를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의 교구장직 사퇴로 그가 교황청으로 오는 일이 더욱 쉬워질 수 있다.
하나를 예로 들면, 6월 8일 교황청 주교성 장관인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은 77세가 됐으며, 은퇴 나이인 75세에서 2년이나 지났다. 올해 67세인 마르크스 추기경은 향후 10년 동안 주교성 장관직을 맡을 수 있고, 그동안 전 세계에 ‘프란치스코의 주교들’을 임명할 수 있다. 물론 그저 가능성일 뿐이지만 말이다.
결론은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교회의 추기경으로서 그의 경력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마르크스 추기경에게 더 중요한 장이 열릴 수도 있다.
※역자 주 : 프란치스코 교황은 6월 10일 마르크스 추기경의 사퇴를 받아들이지 않고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직을 계속 맡겼다.
존 알렌 주니어 (크럭스 편집장)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