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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좋은 술이란 없다. 단지 덜 해로운 술이 있을 뿐이다"
1. 죽은 술과 살아있는 술..
믿거나 말거나 우리가 마시는 거의 모든 술은 죽은 술입니다. 즉 우리는 원 재료가 완전히 죽어있는 술을 마십니다. 막걸리, 청주, 맥주, 백세주 기타 모든 발효주는 일단 재료를 푸~욱 삶거나 쪄서 삭힌후 누룩, 효모등을 넣어 발효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원 재료는 죽어서 당분만을 남기고 그것이 발효가 이루어지지요.
또한 소주, 스카치, 브랜디, 버본, 데킬라, 럼주, 고량주등 증류주는 위의 과정으로 발효시킨 원료를 다시 끓여 그 수증기를 식혀서 만든 술입니다. 한번 더 죽이는 것이지요.
만일 여러분이 각종 야채를 갈아 녹즙을 만들어 먹는 대신, 일단 한번 푸~욱 찐후에 갈아 녹즙을 만들거나 그 녹즙을 다시 끓여 수증기를 물로 식혀 먹는 다면 어떤 성분이 몸으로 들어갈까요?
원재료에 아무 재료도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적절하게 보관하면 만들어지는 유일한 술이 바로 와인입니다. (화인트, 레드, 샴페인 모두 동일함) 즉 갈아놓은 포도즙이 아무것도 넣지 않고, 열도 가하지 않고, 그대로 발효된 술이 바로 와인입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수 천년 전 나무 틈새에 떨어진 포도가 자연 발효로 술이 된 과정을 신의 선물이라고 했던 인류의 조상들.. 그리고 우리 인류의 조상이 마셨던 그 방법 그대로의 술..
2. 스카치에 관하여..
스카치 위스키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급술이라고 합니다. 비싸지요.... 네... 비싸지요. 발렌타인 21년.. 특히 발렌타인 21년, 로얄 샬루트, 조니워커 불루레이블, 글렌피딕 등등 유명한 스카치는 아주 향이 뛰어나지요.
그런데.. 이 스코틀랜드 원산의 위스키 스카치가 향이 좋은 목탄(숯)을 통과하여 오크통 속에서 진짜로 21년 묵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여러분이 비싼 돈 치르고 마시는 발렌타인 21년은 100% 21년 숙성시킨 스카치가 아니고, 블랜딩한 (섞은) 여러가지 주정중에서 가장 오래된 주정이 21년이라는 뜻입니다. (우와 이거 사기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21년산 발렌타인을 그렇게 많이 수출할 수가 없지요. 못 믿으시겠다구요? 아래 글을 읽어보시지요.
"블렌디드(blended)위스키는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것이다.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위스키가 여기에 해당한다. 많게는 수십여종의 몰트 위스키를 먼저 혼합해 풍미를 결정한 뒤 여기에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제품으로 만든다. 술맛은 이들의 배합 비율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각 제조사의 영업비밀이다. 몰트 위스키가 많이 함유될수록 특색있는(비싼) 위스키가 된다. 각 제조사는 혼합되는 몰트위스키중 가장 오래 숙성된 몰트 위스키의 연도를 숙성년도로 광고한다."
예를 들어 스카치 위스키 한병에 21년 된 주정은 30% 이고 나머지는 5년, 7년, 8년, 10년 등이 섞어 있다면? 그래도 21년 이라고 야그한다는 것입니다.
하긴 우리나라 술 문화하고는 큰 문제가 없지요. 우리는 흔히 21년 발렌타인을 다시 1년도 숙성되지 않은 맥주와 섞어서 마셔버리니까요. (그래서 폭탄주가 발달했나요?..)
스카치는 제가 그 향에 반하여 한 때 상당히 좋아했다가 제조 과정에서의 비리(?) 와 폭탄주로 야기되는 억지 문화 그리고 너무 빨리 취하고, 머리가 아픈데다가, 가짜 스카치가 너무 많고, 제가 싫어하는 룸살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등 도저히 좋아하기 어렵게 변해서 거의 마시지 않게 되어버렸지요... 그래도 접대때는 마시지요.... (어휴.....)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에서 만든 위스키는 스카치라고 하지 않지요. 버본, 캐나디안, 아이리쉬 등 지역 이름을 붙여서 차별을 두지요.
제가 한때 무쟈게 마셔댔던 술이 버본&콕 이라는 대단히 미국적인 칵테일인데 그 쌉사름하면서도 상큼한 맛에 반해 엄청 마셔댔는데, 지금은 반방울도 입에 대지 않지요. 왜냐구요? 다이어트에 가장 쥐약입니다. 엄청난 칼로리와 무지하게 높은 흡수율덕에 살찌는데는 그만인 칵테일이지요.
3. 브랜디에 대하여
우리가 흔히 코냑이라고 부르는 이 브랜디라는 술은 주 원료가 당근 와인입니다. 즉 와인을 증류하여 원액을 만든후 다시 오크통에 넣어 장기간 숙성한 술이지요. 이 브랜디도 스카치처럼 여러 주정을 블랜딩하여 만들기 때문에 실제 20년산 헤네시 코냑 이라고 한다면 100% 20년 된 술은 아니지요. 하지만 Xtra 급 정도는 모든 주정이 20년 이상의 경우가 많고 당연히 비싸지요..
브랜디는 와인의 향을 농축시킨 술 이라고 보면 되기때문에 아주 향기가 넘치는 술입니다. 또한 손의 온도로도 증발이 시작되기 때문에 브랜디 잔을 손으로 감싸쥐고 코를 집어넣으면 올라오는 향기가 거의 기절할 수준의 다양한 향이 납니다. 그 향과 함께 한모금 넘어가는 강한 자극의 맛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지요.
그런 이유로 좋은 브랜디는 얼음을 타거나, 물을 타거나 또는 칵테일을 해서 마시지 않게 되지요.
코냑 지방이 브랜디의 산지로 유명한데 프랑스 정부에서는 코냑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만 코냑이라는 이름을 붙일수 있도록 법으로 정했지요. 실제로 헤네시, 까뮈, 레미마르텡 등 코냑지방의 유명 브랜디만 상표에 코냑이라고 붙어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냑도 위스키로 보고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지요. 몇년전에 까뮈 엑스트라 (시중가격 50~60만원 정도) 한병을 접대에 사용했는데 술을 보자마자 "여기 맥주 몇병 주세요" 라고 하더니 그대로 폭탄주를 만들더군요. 정말 아까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집에 혹시 까뮈, 헤네시, 레미마르텡 등이 있으시면 지금 바로 와인 전문점에 가셔서 코냑 전용 잔을 두어개 사다가 드셔보세요. 반드시 코냑 전용 잔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식사후에 잔의 바닥에 약 2cm 정도만 따르고 손 바닥으로 잔을 잡아 가열을 시작해보세요. 그 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감미로운 재즈를 틀고 조명을 어둡게 한후 소파에 푹 앉아서 그 맛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단 한잔 이상 부터는 향이 덜 느껴집니다. 아까우니까 다음 날로 미루고...
4. 우리나라 술.
우리나라 술은 아쉽게도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너무나도 많은 시련을 겪는 바람에 많이 소멸되었지요. 특히 소주는 불쌍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는 쌀로 못만들게 하였고 (이것은 마치 맥주를 고구마로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같은 법) 또 주세법에 의하여 각 가정및 지방마다 특색있게 만들던 민속주 씨를 말렸지요. (죽일넘들...)
최근 국x당, 배x면 주가, 안동x주 (상표법에 의거 x 로 처리함) 등 멋진 회사에서 전통주를 다시 만들고 있어서 반갑지요.
우리나라 술은 증류주와 발효주가 있는데 증류주는 대표적인 것이 소주 이지요. 뭐 이 술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데 소주도 정확한 전통 방법으로 만들면 매우 고급술이 됩니다. 최소한 최고급 보드카 보다는 더 좋은 술이지요.
문제는 발효주인데 우리 나라 전통 발효주는 살아있는 술이었습니다. 즉 원재료를 찌거나 삶거나 하지 않고 원재료를 그대로 누룩만 섞어 발효시키는 기법인데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졌고, 먹고 살기 어려운때에 완전히 기법이 없어졌다가 최근 다시 살아났지요.
백세주가 대표적인 자연 발효주 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소주를 타서 마시기도 하는데 아주 좋지않은 방법입니다. 살아있는 술인 자연 발효주를 죽은 술인 증류주를 섞는 것은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지요. 스트레이트로 쫙 드시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와인이 왜? 없을까요. 사실은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과 일부 레드 와인은 마주앙에서 이미 생산하고 있고 문제는 고 품질 레드와인인데.. 아직 완전한 고품질 와인은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어려다고들 합니다. 아쉽지요..
"아침에 어제 마신 술의 맛을 기억 못하는 사람은 차라리 에탄올을 마시는 것이 낫다"
4. 맥주에 관하여..
맥주는 보리로 만듭니다. 재미있는 것은 과거 맥주는 밀, 보리, 게피 등을 섞어서 재료로 사용했고, 그 유명한 맥주 순수령이 내려지면서 보리를 주원료로 사용하게 되었지요. 맥주와 와인의 역사가 곧 유럽의 역사라고 할 만큼 맥주는 오랜 역사를 지닌 술입니다.
맥주는 좋은 보리를 갈아서 호프와 잘 섞은후 따뜻한 물에 반죽하고, 효모를 넣고 발효를 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만들어지지요. 발효가 완료되면 바로 마실수 있는데 보통 15일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숙성을 시켜야 하니까 1~3개월은 더 기다려야 하겠지요. 와인과 다른점은 조기 숙성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이것은 효모 덕분이지요. 그래서 맥주는 가격이 저렴했고 서민의 술로 자리잡았지요.
저도 맥주는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특히 생맥주를 좋아하는데 병맥주나 캔 맥주를 싫어하는 이유가 맥주를 모두 숙성 완료한 후 남아있는 효모를 죽이기 위하여 (아님 큰일납니다. 남아있는 효모가 계속 발효를 일으켜서 맥주맛이 이상하게 변해버리지요.) 한번 끓여서 효모를 죽이는데 이 과정에서 살아있던 맥주가 돌아가시지요. (효모가 얼마나 몸에 좋은 것인데.. 효모 덩어리로 먹으면 엄청난 비타민 B 를 먹는 것이지요.)
최근 세계 10대 맥주회사들이 모두 저온살균을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실제로 살아있던 맥주가 거의 빈사상태로 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생맥주는 필터를 거치면서 효모를 걸러내니까 아직 살아있지요...그래서 생맥주..
되게 살아있는 술 따진다고요? 술에 대한 제 철학입니다.
제가 마셔본 맥주는 줄 잡아 30 여가지가 됩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독일의 바이젠과 벨기에의 스텔라 아르토아, 영국의 흑맥주 포터 가 아주 기억에 남지요. 개인적으로는 캐나다의 몰슨 아이스 맥주, 코로나 맥주 (반드시 라임을 넣어 마심) 그리고 일본 아사히 생맥주도 좋아하는데 일본 넘들 것이라 약간의 거부감은 있지요.(사실 아사히 생맥주는 효모를 적절히 남겨놓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맛이 기가 막히게 깔끔하지요)
많은 사람들이 맥주는 살 찌는 술로 착각을 하는데 결코 살찌는 술이 아닙니다. 맥주의 성분을 보면 물이 95%나 됩니다. 또 호프가 건강에 아주 좋은 작용을 하지요. 그런데 왜? 살이 찔까요?
퇴근한 아버지가 맥주 6캔(미국은 이렇게 팔지요)을 냉장고에서 꺼낸후 커다란 감자 칩 한봉지를 뜯어서 TV 를 켜고 안락의자에 앉아 마시다가 잠이 드는 풍경이 미국의 40 inch 이상 되는 허리를 가진 남자들의 모습입니다.
맥주는 함께 먹는 안주가 아주 중요하옵니다. 만일 고 지방이 함유된 감자칩, 각종 튀김, 삼겹살, 닭튀김, 피자 등과 같이 자시게 되면 바로 다음 날부터 배가 나오기 시작함을 아룁니다.
저는 절대로 안주를 먹지 않습니다. 그냥 마십니다. 맥주란 본래 운동, 노동, 섹스 등 체력소모가 큰 일을 치룬후에 수분 보충을 위하여 마시는 술입니다. 아주 좋은 술이지요... 18 Hole 에서 280m 의 드라이버를 날린 후, 투온을 시키고 버디 퍼팅이 빗나가면서 파를 한후 목욕을 하고 마시는 500cc 의 생맥주는 절대로 안주가 필요없습니다. 목으로 넘어가면서 남겨주는 짜릿짜릿함을 즐긴다면 안주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이 좋은 맥주에 죽은 술인 스카치, 브랜디, 소주 등을 제발 섞지 마세요.. 맛 버립니다.
거의 모든 술이 주정을 만든 후 물을 탑니다. 맥주는 자그마치 92%가 물입니다. 소주도 그렇고, 독하다는 고량주도 사실은 주정 100% 가 아니라 물을 섞어서 만들지요. 그래서 술이 맛있다는 것은 물맛이라는 야그지요. 맥주는 특히 물맛이 중요한데 어느 지역의 물을 섞는가가 맥주의 품질을 대단히 좌우하지요.
5. 와인에 대하여
와인은 포도로 만들지요. 다른 재료는 전혀 넣지 않습니다. 발효를 위한 효모조차 넣지 않습니다. 포도는 껍질에 효모를 함유하고 있기때문에 저절로 발효가 되지요.
와인 한병을 만드려면 포도가 1~1.2kg 이 필요합니다. 포도 1.2kg 은 그냥 먹기 아주 어렵지만 와인으로 만들면 간단하게 마실수 있지요. (기분도 좋고..)
와인을 즐겁게 마시는 방법에 대하여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 맛이 없으면 맛있는 와인을 추천받아서 마신다. 그래도 맛이 없으면 맥주로 바꾼다.
2) 격식을 따질것 없이 그냥 즐겁게 마신다.
3) 마신 와인이 어떤 와인이었는지 몰라도 무방하니까 그냥 마신다.
4) 마셔도 취하지 않아서 싱거우면 집에 가는 길에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더 한다.
5) 주문을 하기 어려우면 간단하게 "하우스 와인" 주세요 라고 주문하고 마신다.
6) 어렵게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와인 관련 행사에 과감하게 참석해서 이런 저런 와인을 마셔보면서 자기가 즐길수 있는 와인의 맛을 찾는다.
7) 스테이크, 파스타등 프랑스, 이태리 요리를 먹을 기회가 생기면 눈 딱감고 레드와인 5~8 만원 정도를 추천받아 주문하여 같이 마시면서 음식을 즐겨본다.
8) 집에 가는 길에 와인샾에 들러 5만원 정도의 레드 와인중 짙은 맛을 추천받아 한번 마셔본다. (집에서 홀짝 홀짝...) 안주는 치즈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