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완의 '서장'통한 선공부] <34> 서장 (書狀)
종직각(宗直閣)에 대한 답서
요즈음 사람들은 이 속의 도리(道理)를 깨닫지 못하고, 망녕되게 스스로 사물과 관계하고 번뇌와 관계하여 곳곳마다 오염되고 집착하며 만나는 물건마다에 묶여 버린다. 깨달음을 내버려 두니 티끌 경계에 어지럽게 뒤섞이며 이름과 모양이 진실되지 못하다.
이와 같은 견해는 곧 공무(空無)에 떨어진 외도이며 혼백이 흩어지지 않은 시체와 같다. 캄캄하고 막막하여 느낌도 없고 알음알이도 없는 것이 마치 귀를 막고 방울을 흔드는 것과 같아서 헛되이 스스로를 속이는 짓이다.] 당신이 보내온 편지에 하는 말이 모두 현사 스님이 꾸짖고 있는 바로 그 병이며, 묵조(默照)의 삿된 스승이 사람을 파묻는 구덩이임을 알아야만 합니다."
생각이란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일어나게 마련이니, 생각을 내려놓는 것도 한 순간도 쉼이 없다. 그리하여 항상 캄캄하고 막막하여 아무 알음알이나 느낌도 없는 것을 공부가 잘 된다고 여기고, 이러한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을 수행이라고 한다.
따라서 색을 버리고 공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며, 망상(妄想)을 버리고 진성(眞性)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삿됨을 버리고 바름을 드러낼 수도 없다. 실제로는 색을 통하여 공이 드러나니 색 속에서 공을 보며, 망상을 통하여 진성이 드러나니 망상 속에서 진성을 보며, 삿됨을 통하여 바름이 드러나니 삿됨 속에서 바름을 본다.
그러므로 색도 '그것'의 작용이고 공도 '그것'의 작용이고 망상도 '그것'의 작용이고 진성도 '그것'의 작용이고 삿됨도 '그것'의 작용이고 바름도 '그것'의 작용이다. 나아가 보고·듣고·냄새 맡고·맛보고·느끼고·생각하고·말하고·침묵하고·움직이고·가만히 있고·걷고·앉고·눕고·잠자고·깨어 있는 것이 모두 '그것'의 작용이며, 바람이 불고·햇볕이 나고·비가 오고·나무가 자라고·물이 흐르고·자동차가 다니고·비행기가 나는 것이 모두 '그것'의 작용이다.
그러나 작용으로 드러나는 삼라만상의 세계를 '그것'의 작용이라고 생각하고 말한다면, 바로 망상(妄想)이 되고 망어(妄語)가 되니 지극히 조심해야할 일이다. 다만 '그것'이면 다만 '그것'일 뿐, 생각으로나 말로 확인하려고 하지는 말아야 한다. 생각과 말로 확인하려고 하면 바로 둘로 나누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김태완/ 부산대 강사.철학 [출처 : 부다피아]
|
첫댓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