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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물레방아 연가
김영기 제1시집
여는 글 / 4
물레방아 연가와 모성 이미지 / 6
제1부 : 어머니와 뭉게구름
어머니와 뭉게구름 / 22
어머니 / 24
어머니 산소 / 25
어머니 장독대 / 26
미숫가루 / 27
어머니 설화 / 28
들국화 / 29
영등할매 / 30
거창 장날 / 31
부뚜막 노래 / 32
아버지의 지게 / 33
아버지의 노래 / 34
설날과 아버지 / 35
아부지 울 아부지 / 36
백중날 / 37
형님 꿈에 뵈었습니다 / 38
차례상 / 39
인생길 / 40
연동형 밥상머리 / 41
나 사는 동네 / 42
제2부 : 봄비 소곡
여뀌꽃 / 44
봄 / 45
제주에 봄날 / 46
꽃과 나무 개론 / 47
목련꽃 / 48
들꽃 인연 / 49
봄비 소곡 / 50
꽃 중의 꽃 / 51
초연의 향기 / 52
생강나무꽃 / 53
꽃씨 뿌리고 / 54
거창의 봄 / 55
바람꽃 / 56
봄이 왔어요 / 57
봄은 눈 속에서 / 58
당신이란 꽃 / 59
사모하는 님 / 60
화선지 여인, 난蘭 / 61
아내 / 62
상처 입은 장미 / 63
사랑의 씨앗 / 64
고향의 아침 풍치 / 65
버드나무 아래서 / 66
두물머리의 봄 / 67
임이여 / 68
멀리 있는 사랑 / 69
예쁘네요 / 70
제3부 : 달빛 젖은 그대
세월 / 72
나 홀로 밤 / 73
달빛 젖은 그대 / 74
물레방아 인연 / 75
세월은 구름같이 / 76
술친구 / 77
학창 시절 / 78
주상초등학교 36회 친구들아 / 79
친구와 풀빵 / 80
그 철부지들 / 81
졸업장 / 82
고향 친구들 / 84
고향집에서 / 85
고향 / 86
타향 같은 고향 / 87
황금들판 / 88
고향 향수병 / 89
잊혀진 고향 / 90
21세기 보릿고개 / 91
정월대보름 / 92
귀밝이술 한 잔 마시고 / 93
여정의 흔적 / 94
가을 사람들 / 95
고독한 농막 / 96
귀향 / 97
삶이란 / 98
무정세월 / 99
한숨 / 100
제4부 : 붓 들고 먹을 갈며
사계절 / 102
붓 들고 먹을 갈며 / 103
임 그리워 / 104
기다리는 연심 / 105
이슬비 오는 아침 / 106
정상 / 107
들국화 / 108
가을 친구 / 109
달빛 젖은 그대 / 110
여름의 전주곡 / 111
청춘 / 112
십이남매 / 113
추몽秋夢 / 114
기다리는 초로草老 / 115
목요일 아침 / 116
하남 법화골 / 117
강의 풍경 / 118
달아 밝은 달아 / 119
기흥의 절경 / 120
조비산 / 121
한탄강 / 122
민족의 혈맥 / 123
소나무 캐는 날 / 124
검단산 오르다 / 125
예봉산, 원류原流 / 126
대청봉 등정 / 127
심기 전술에 능한 김시민 장군 / 128
오월의 노래 / 130
제5부 : 인연 서설
그리운 사랑 / 132
인연 서설 / 133
늦가을 유희 / 134
석화石花 / 135
세월의 흔적 / 136
횡단보도 / 137
한 사람 / 138
눈사람 / 139
담쟁이 넝쿨 / 140
여정 / 141
가을비 / 142
겨울 / 143
커피하우스 / 144
카톡으로 오는 가을 / 145
미사 강변 복지관 사람들 / 146
말복 / 147
두루미 / 148
까마귀 / 149
붕어빵 / 150
돼지국밥 이야기 / 151
길손 주둥이 / 152
남한산성 토끼 / 153
선거하던 날 / 154
삼겹살 파티 / 155
김씨의 노래 / 156
송년회 / 157
카스바의 사랑 / 158
요강단지 /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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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개>
프로필
김영기 제1시집
경기도 하남시 거주
현대시선문학회 회원
(사)문학그룹샘문 이사
(사)샘문그룹문인협회 이사
(사)샘문학(구,샘터문학) 이사
(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
(주)한국문학 편집위원
(사)샘문뉴스 문화부 기자
(사)도서출판샘문(샘문시선) 회원
문예마을 홍보국장
<수상>
2025 한국문학상 최우수상
2025 샘문뉴스 신춘문예 당선
2025 샘문학상 본상 특별작품상
2022 현대시선 시 등단
현대시선 시화전 대상
충무공 김시민장군기념사업회 특별상
경기도 미술서예대전 입선
<공저>
만화방창 랩소디
<컨버전스시선집/샘문시선>
김동리 각문刻文
<한국문학시선집/ 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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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원고지 한 장 한 장이 소중했던 시절
책가방을 멀리하고 농사일 돕던 그 어려운 나날들이 있었다.
호롱불 밝히고 숙제하다 졸음에 못 이겨 머리에 불이 붙어 화상까지 입었던 추억, 오늘날이 있으려 그랬나 봅니다.
시어와 메타포에 어려움과 어설픈 기승전결과 수사법에 어려움으로 1학년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였던 글들이라 시집 출판에 앞서 머리말을 쓰려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눈 위에 발자국 남기듯 나의 인생길 흔적 하나 남기려 합니다. 불효 된 마음, 그리운 고향, 가난의 서러움과 못다 한 사랑 등을 이 시집에 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힘을 주신다면 제2집과 3집에서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번 출판에 있어 윤문 감수를 해주신 샘문그룹 시인 이정록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도서출판샘문 샘문시선 출판부 직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를 항상 응원해주는 저의 가족들에게도 이 지면을 빌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시집 상제에 기쁨을 함께합니다.
그리고 호연지기 친구들과 저를 아는 모든 지인분과 문인 여러분들과도 이 기쁨을 함께하며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5. 09. 23.
희망의 서재에서 시인 김영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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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설>
김영기의 시집 『물레방아 연가』와 모성 이미지
- 심종숙(시인, 교수,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시간의 흐름은 삶을 더욱 유장하게 한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그 길을 반추하는 것은 시인들에게 성찰의 미학을 가져왔다. 그들은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기의 가팔랐던 삶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가 88올림픽 이후 경제성장의 결과 이루어진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먹고 사는 것이 목표이던 시대를 지나서 삶의 질적인 요소를 찾아서 존재의 물음과 더불어 외면적인 풍요와 함께 내면의 결핍을 메우려는 방향으로 문화적 넓이와 깊이를 일구고자 하였다.
많은 문인이 대개는 처음 시집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중히 복원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 시인만의 시의 말과 어조가 다듬어지고 거기에다 생명을 부여하였다. 거기에서 출발하여 많은 시인들의 눈은 외부로도 향하여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사회에 대한, 해명을 하였거나 안으로 눈을 향하기도 하였다.
김영기 시인은 시집 『물레방아 연가』에서 어린 시절 추억, 임을 그리는 마음, 향수, 이웃들, 꽃 등을 노래하였다. 그러나 김영기 시인은 조국의 근대화라고 외쳤던 시기의 산업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우리들의 정서를 되찾고자 한다. 도시화는 향수에 대한 이전을 전제로 하였고 많은 농어촌 젊은이들이 도회로 나가서 흙과 멀어졌다. 그들이 빠져나간 전통사회 공동체는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들이 늙은 채, 옛집을 지키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타향살이의 설움을 겪으면서도 산업화의 역군들이었고 고향을 그리워 하였다.
김영기 시인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가족적이면서도 가족 이외의 촌락 공동체였을 시절을 그린다. 그의 추억은 그 시절 거기로 찾아간다. 현재의 자신을 피와 땀으로 키운 부모에 대해 불효자라는 낮은 자세에서 그 시절 부모들의 자녀를 위한 노고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 시절의 풍물을 시제나 시의 소재로 채택함으로써 그 사물을 통하여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떠났던 고향은 옛날 젊은이와 아이들이 뛰어노는 생동감이 있는 고향이 아니었기에 그는 그 옛날 자신의 어린 시절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자꾸 추억하게 된다. 그리고 고향을 생각하면 반드시 가족이 소환되어 나오는 것이다.
구름아, 어머니 얼굴 그리는 뭉게구름아!
하얗게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가슴에 피어오르는 어머니 얼굴,
어느, 여름날에 어머니와 대청마루 걸터앉아
열무국수 먹을 때
장맛비 그치고 파란 하늘 드러날 때
두둥실 피어오르는 하얀 뭉게구름 보시며
어머니는 혼잣말로
“저 구름 속에 네 아비 있으려나?”
저 구름 바라보며 아들 얼굴도 그린다고
유난히도 좋아하시더니
머가 그리 바쁘셔서 먼저 구름 나라 가셨을까
아들딸 어쩌라고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
저 구름 타고 다니면서 나 사는 곳 보고 있소?
아들딸 챙기느라 남편 생각 못 하셨을 텐데
저 구름 쳐다보니 아버지 얼굴도 그려지네요
어머님 혼자 말씀 기억조차 못 했는데
흰머리 휘날리고 중년이 되어서야
어머니 혼자 말씀 가슴에 각문 합니다
이 불효자 용서를 비옵니다
어머니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님들을 사랑합니다
- 「어머니와 뭉게구름」 전문
시인의 어린 시절은 먼저 아버지의 부재와 홀로 남은 어머니의 고독이 비친다. 이 시에서 뭉게구름은 어머니를 연상하는 사물이다. 아버지를 먼저 일찍 보낸 홀로 된 어머니는 뭉게구름을 보면서 아버지를 그린다. 남편을 잃고 미망인이 된 여인의 고독과 지아비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을 저민다. 그러나 그런 어머니는 아들딸을 위하여 평생을 헌신하였다. 그랬기에 시인은 그때 어머니의 혼잣말을 하얀 머리가 나는 중년에야 어머니의 고독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면서 자신의 불효에 대해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이다.
그런 어머니 역시도 아버지를 그리다 일찍 돌아가신 듯하다. 시인 가족사의 비극적인 페이소스는 뭉게구름에 가려지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시인은 세상살이 때문에 그때의 어머니 마음을 중년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면서 자신이 어머니와 그때 공감할 수 없었음을 뒤늦게야 알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뭉게구름은 어머니를 상징하기에 충분히 시인의 용서를 구하는 자세에 자비를 내리고, 미소를 지을 것이다. 어머니의 품속 같고 어머니의 자식 사랑 같은 뭉게구름은 우리에게 상상을 자아내게 하고 시인이 어머니와 고향을 떠나 살았던 현실의 가파른 정서를 상쇄시킨다. 뭉게구름이 내포하는 것은 먼 옛날의 잊힌 기억을 불러오는 것, 거기에는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외로움, 어린 자녀들과 살아야 했던 어머니의 피어린 삶이 엿보인다.
뭉게구름은 이 모든 비극적 가정사의 아픔을 포근하게 덮어주고 시인으로 하여금 초현실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것은 이미 고인이 되어 저 멀리 구름 나라로 가 계신 어머니를 그리는 시인은 그런 어머니를 가졌기에 더욱 목이 메인다. 이 시는 어머니의 고단했던 삶을 뭉게구름에 투영하여 시의 에스프리는 더욱, 확장된다. 그것은 뭉게구름에서 어머니의 손톱, 빨래 물결, 밤하늘 별, 밥풀, 젖은 눈썹, 눈꽃, 삶의 쟁반, 반찬통, 바람의 그물, 가로수, 밤나무, 천 년 뒤, 별빛으로 승화의 과정으로 이끌면서도 목가적이고 신비하며 우주적이고도 대지적이며 동경과 이상의 세계, 그리고 영원불멸의 사랑으로 승화하는 시의 경지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이 곧 생명의 근원이요 절대자의 사랑과 다름없고 우주의 생명임을, 영원한 생명의 사랑이었음을, 그것은 동경이고 이상이며 영원의 세계였음을 말하고 있다.
어머니의 손톱 밑에 스민 빨래 물결이
밤하늘, 별 알로 익어 가는 밤
내 등짝에 붙은 밥풀 하나가
어머니 젖은 눈썹에 눈꽃으로 내립니다
삶은 쟁반에 캄캄히 익어가는
반찬통 속에서
어머니만이 들을 수 있는
뿌리의 심장 소리
주름진 아침마다 새우잠을 재우던
그 손길이 이제 바람의 그물을 짜서
내 머리칼에 가로수를 엮어 넣습니다
흙이 되어 내 등에 기대면
어머니 그리움이
한 그루 밤나무로 자라나
천 년 뒤 별빛도 숨을 것입니다
- 「어머니 설화」 전문
이 시는 참으로 시학과 미학의 깊이와 콘트라스트가 어우러진 아우라가 느껴지는 시이다. 김영기 시인이 이런 경지의 시를 썼다는 것이 경이롭게 한다. 이 시를 잘 분석해 보면 일면 이미지나 소재들의 연상 그물이 어떤 때는 일직선으로 또는 조응, 대응, 중첩, 과장, 끌어올림 등의 기법들이 총동원이 된 시이면서도 결코 이해 불가능한 난해한 느낌이나 이미지 연쇄 고리의 균열이 없는 시라고 해야겠다.
빨래, 삶은 쟁반, 반찬통, 주름진 아침은 어머니의 가사 일에서 나온 생활에 모티브를 밤하늘의 별 알, 바람의 그물이 되어 익어가거나 직조된 세월은 어머니의 고통스런 삶을 말하면서도 그 삶은 자녀들을 위한 숭고한 사랑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것은 때로는 내 등짝에 묻은 한 알의 가난의 밥풀과 그 가난과 어려움을 인고하면서 헤쳐나온 어머니의 눈물 젖은 눈썹에 눈꽃으로 내린다고 하여 가난으로 허기짐과 굶주림은 겨울의 눈꽃으로 내린다고 한다.
이 시문에서 홀로 된 어머니의 밤은 그야말로 먹고 살아갈 걱정, 자식 걱정, 어머니 자신의 고독으로 눈물로 밤을 지새운 밤도 많았을 터, 그 밤이 별 알로 익어가는 것이고 3연의 주름진 아침의 새우잠을 연결을 시킨다. 이러한 기법은 아마 김영기 시인만의 독특한 연상 이미지이면서도 강력한 시적 언어의 전복성을 지니고 있어 초월적인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별 알과 밥풀, 그리고 눈물 젖은 눈썹과 눈꽃, 이 언어의 조응과 조합은 다음 연에서 별 알과 뿌리, 그리고 심장의 소리로서 생명을 불러오는데 그것은 알이 동물의 생명체이듯 식물에게는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뿌리, 그리고 사람에게는 생명의 근원인 심장의 박동이다. 그러니 3연의 생명의 근원인 바람의 그물과 ‘내 머리칼’에 가로수를 엮어 넣어 길고 길며, 깊으며 하늘을 향하여 길가에 정연히 줄지어 선 나무인 가로수를 배치한다. 이것은 그의 사유의 깊이와 정연함, 천상과 우주를 지향점으로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1연의 밤하늘, 별 알과도 상관하고 있으며 시인 자신의 시적 상상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의 정연함을 끌어가는 것은 바로 머리칼이 심어진 머리/ 두뇌/ 뇌수/ 정신일 터, 그것은 어머니의 일상이었던 “주름진 아침마다 새우잠을 재우던” 어머니의 손길이었고 그 손길은 1연의 어머니의 “손톱 밑에 스민 빨래 물결”과 수미상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니는 빨래와 매 끼니의 밥과 반찬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이 먹고 살기 위한 일을 하셨을까. 그 노역이 손톱 밑에 지워지지 않는 때로 남아있을 것이었지만 시인은 그것을 “손톱 밑에 스민 빨래 물결이/ 밤하늘, 별 알로 익어가는 밤”으로 치환하고 있다. 그것은 삶 인고의 세월과 예뻐야 할 어머니의 손톱과 손가락은 때와 굵어진 손가락 마디였겠지만 시인은 그 삶의 고통을 빨래 물결로 정화하고 고단한 노역의 손톱을 빨래 헹구듯이 씻어서 깨끗하고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 알로 익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짙은 애처로움과 사랑, 연민을 느끼게도 하면서 그런 어머니 일생의 고생을 하늘의 별 알로 익어간다고 표현함으로써 어머니의 삶을 높이 받드는 것이다. 하늘의 별은 영원, 동경, 고귀함을 상징하기에 어머니의 삶을 높이 끌어올려서 찬양하는 이 시는 김영기 시인이 얼마나 어머니에 대한, 예찬을 하였는가를, 그 사랑을 다 갚을 길이 없어 수려하고 초월적인 느낌을 가득 담은 문학의 꽃인 시로 드높이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기 시인에게 어머니는 별이고 물결이며 강물이며 가정의 이것저것을 만들어 내는 ‘공장장’이었다. 「부뚜막 노래」를 보자.
우리 집 곡간 살림살이 공장장,
어머니는 모든 걸 다 만드셨네
육 남매 육성회비에서
아버지의 구매부 외상 술값까지
부뚜막에 된장국 가족 건강 살아나고
주걱에도 서열이 있어
아버지 첫술에 식사가 시작되었네
사라진 밥상머리 예절
멀어져 간 책상머리 도덕
회초리 치고 돌아앉아 눈물짓던 공장장
육 남매 하나하나 완성된 최고의 품질
공장장의 손맛을 그립게 시연하네
- 「부뚜막 노래」 전문
가정의 어머니는 공장장이었다. 시인은 이 시에서 가정을 공장에다 비유한 것은 시인 나름의 발상인 것 같다. 가정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공장처럼 돌아간다. 거기에는 어머니가 공장장이란다. 이 발상은 재치 있고 재미가 있다. 왜 그럴까. 시인의 세대에 가정은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전통 가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시인의 고향은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는 촌이었고 거기에 살던 선조 대대로 농자였다.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그 가업을 이어갔던 가계였다. 전통적인 가족제도 아래에서 농업 생산성으로 살았던 가계였다.
그런데 시인은 그의 원래 가족, 추억 속의 가족을 공장에 비유한 것이다. 대개 공장장/ 가족에서는 아버지이지만 시인의 시에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셔서 부재한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가 집안의 공장장이었다. 이 시는 펀(Pun)의 기교를 썼지만, 어머니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살아온 가계가 보인다.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골계적으로 어머니를 공장장이 되게 하여 가정의 수입이나 음식, 자녀 교육 등을 모두 키워내고 만들어 내고 벌어내게 한다. 그만큼 어머니의 노고를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 유머는 가볍고 즐거운 웃음일 수만은 없다.
그런 어머니는 「두루미」에서 바다의 파도가 어머니의 주름에 비유되어 끝없는 어머니 삶의 고통을 읽게 하지만 “시샘하는 천 년의 사랑꾼 어머니”로 변화되어 있다. 여기에는 어머니 다음으로 한 여성을 만나 가정을 이룬 시인의 아내가 시 「아내」에서 별로 비유된 것으로 보아 어머니/ 아내/ 두루미가 상관적인 이미지 고리임을 암시한다.
잔잔한 강물의 파도는
어머니의 주름 같고
늘어진 수양은 뿌리내리고
일찍이 새싹 돋아 봄을 알리네
겨울이 남기고 간 얼음 한 조각
청둥오리 부부가 돛을 삼아
사랑 이야기 속삭이고
시샘하는 천 년의 사랑꾼 두루미
큰 날개 저으며 춤을 추네
우아한 무희의 자태로
- 「두루미 전문
그의 어머니는 천 년의 사랑꾼 두루미가 되어 청둥오리 부부로 비유되는 시인과 그의 아내를 시샘하며 우아한 무희의 자태로 너울너울 춤을 춘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한 마리 두루미가 되어 그와 그의 가정을 지켜본다. 어머니는 두루미처럼 공간을 구애받지 않고 날아가는 존재이다. 그리고 과거에도 그랬듯이 시인의 곁에서 그와 그의 가정을 지킨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 두루미는 시인으로 하여금 벼가 익은 가을의 고향으로 인도하여 간다.
이랴이랴 써레질하는 소리
땀에 젖고 흙탕물에 범벅이 된 아버지
어머니가 내오신 새참 광주리
무뚝뚝한 아버지는 막걸리를 한 사발
마신 뒤에
“여보 고맙소, 사랑합니다”
안쓰러운 모습에 어머니는
얼굴에 흙탕물을 닦아 주시고
애정과 행복이 돋아나던 그날들
세월이 흘러
부모님의 금과 옥의 고운 꽃이
정과 천상배필로 시들어 갑니다
황금빛 들판을 바라보니
그리운 부모님 생각에
불효자의 가슴이 저려 옵니다
- 「황금빛 고향」 전문
그곳에는 황금빛으로 가득한 가을의 들판에 정겨운 어머니 아버지가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살았던 어린 시절의 해 질 녘의 고향이 있다. 현재의 시인은 황금빛 들판이 바라보면서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부모에 대해 추도하면서 그리움에 가슴이 저려온다고 고백한다.
김영기 시인의 시에서 어머니가 대지, 흙, 물, 바다, 우주, 밤하늘, 별, 새의 이미지로 이동하는 것은 그의 어머니 삶의 과정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시에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의 시편들도 있으나 그가 어머니를 통하여 이 세상에 왔고 성장할 수 있었고 어머니를 대신할 수 있는 아내를 만나 독립하여 한 가정을 일구어 온 세월은 어머니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시인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아버지의 부재중에도 온몸의 사랑으로 한 가정을 이끌어왔던 어머니의 모습에 곧 시인의 모습이 어리어 있고 그것이 전체로서 조응이 되어 그의 시 세계의 중핵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두루미로 암유 되는 것 또한 어머니가 사후세계의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이며 대지에서 하늘과 우주로 날아올라 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곧 자신의 먼 미래의 모습일 거라고 시인은 또한 깨닫고 있다. 그것이 그가 사유해 온 삶의 진실이며 궤적이었음을 시인은 생의 시간 속에서 사유하였고 그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노래는 더욱더 화장되어 나갈 것임이 자명하다고 할 것이다. 끝으로 시인의 문운창대를 기원하며 시집 출간을 축하드린다.
[감수 : 시인 이정록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