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세이어즈의 『창조자의 마음』 심화 강해] 제3강: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의 환상과 창조의 십자가
부제: 인생은 풀어야 할 수학 문제가 아니라, 피 튀기는 십자가를 통과해야 할 창조적 작업이다
본문 말씀: 요한복음 16장 33절, 마태복음 26장 53-54절, 로마서 8장 28절 (개역개정)
참고 텍스트: Dorothy L. Sayers, 『The Mind of the Maker』 (제9장: 문제 해결의 환상 편)
1. 서론: '수학적 문제 해결'이라는 세속적 기만의 파괴
현대 기독교인들은 고난과 악의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하나님을 향해 항변합니다. "하나님, 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십니까?" 그들은 인생을 2+2=4처럼 '단 하나의 깔끔한 정답'이 존재하는 수학 문제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텍스트 『창조자의 마음』은 이 천박한 실용주의를 지성적으로 해체합니다. 하나님은 우주의 기계공이나 수학 교사가 아닙니다. 그분은 **'창조주(The Maker)'**이십니다. 창조자는 피조물 안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악을 단순히 '지워버림(Delete)'으로써 해결하지 않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인간의 타락과 고통을 마술처럼 제거해 버리신다면, 그것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역사의 구조 자체를 파괴하는 졸작(卒作)이 되고 맙니다.
십자가는 악이라는 문제를 회피하거나 삭제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십자가는 그 끔찍한 악과 고통을 고스란히 재료로 삼아, 그것을 뚫고 들어가 전혀 새로운 차원의 영광을 빚어내는 '위대한 창조적 승리'임을 이 강단에서 냉철하게 선포해야 합니다.
2. 본론: 신학적 해체와 창조의 십자가 재건
첫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의 거부 (마태복음 26:53-54)
삼류 소설가는 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를 내리거나 우연한 기적을 동원하여 억지로 상황을 수습합니다. 이를 '기계 장치로 내려온 신(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기만이라고 합니다.
마태복음 26장 53-54절의 겟세마네 동산에서 선포된 그리스도의 결단을 보십시오.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두 군단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 내가 만일 그렇게 하면 이런 일이 있으리라 한 성경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느냐 하시더라"
예수님은 당장 하늘의 천사들을 동원하여 로마 군인들을 쓸어버리는 '쉬운 문제 해결'을 거부하셨습니다. 창조주이신 성자 하나님은 역사라는 텍스트의 내적 논리를 무시하고 기적으로 상황을 덮어버리는 얄팍한 마술사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이 만들어낸 끔찍한 배신과 폭력의 결과를 피하지 않으시고, 그 십자가의 고통 속으로 정면으로 걸어 들어가셨습니다. 고난을 마술처럼 증발시켜 달라는 기도는, 하나님의 위대한 구속사적 창조를 삼류 소설로 전락시키려는 불신앙의 극치입니다.
둘째, 정답의 부재와 창조적 돌파 (요한복음 16:33)
인생의 비극 앞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깔끔한 정답'이 없습니다. 오직 창조적 돌파만이 존재합니다.
요한복음 16장 33절의 서늘한 승리의 선언을 보십시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하나님은 환난을 면제(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다. 세이어즈는 날카롭게 찌릅니다. "작가는 작품 속의 갈등을 '푸는'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을 통해 더 위대한 국면을 '창조'해 낸다."
우리는 고난이라는 재료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이라는 절대적 모순을 부활이라는 새로운 창조로 돌파하셨듯이, 제자의 삶은 문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 한복판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붙들고 완전히 새로운 영적 실체를 빚어내는 창조적 저항입니다.
셋째, 악을 재료로 삼는 궁극의 재창조 (로마서 8:28)
위대한 예술가는 실수로 캔버스에 튄 물감의 얼룩조차도 지우지 않고, 그것을 활용하여 더 압도적인 명작을 완성해 냅니다.
로마서 8장 28절의 우주적 창조의 승리를 보십시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인간의 배신, 유다의 입맞춤, 빌라도의 비겁함, 골고다의 처형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악(Problem)이었습니다. 그러나 삼위일체 하나님은 그 악을 소멸시킨 것이 아니라, 그 악을 '재료'로 삼아 우주 만물을 구원하는 '구속(Redemption)'이라는 최고의 걸작(Masterpiece)을 완성하셨습니다.
내 삶에 닥친 고난과 실패는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증거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을 더 위대한 십자가의 형상으로 빚어내기 위해 창조주께서 붓을 들어 맹렬하게 색을 칠하고 계시는 가장 치열한 은혜의 현장입니다.
3. 결론: 냉철한 신학적 명제와 실천적 결단
강단은 하나님을 자판기나 해결사로 취급하는 기복주의 우상을 철저히 부수고, 다음의 지성적 명제를 명확히 꽂아 넣어야 합니다.
기계적 기적주의의 폐기: 하나님은 얄팍한 기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덮어주는 삼류 마술사가 아니다. 내 뜻대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천박한 신앙을 당장 십자가에 못 박아라.
십자가의 필연성 수용: 고난은 삭제되어야 할 오류가 아니라, 부활의 영광을 창조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필수적인 재료다. 문제를 피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멈추고, 이 고난을 통해 내 안에 십자가의 형상을 창조해 내시도록 전 존재를 내어 맡겨라.
창조적 돌파의 선언: 내 삶의 모든 실패와 악조차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위대한 예술가의 손에 들려 있다. 현실의 비극 앞에서 절망하지 말고, 이 모순을 뚫고 들어가 승리를 빚어내시는 그리스도의 우주적 창조 행위에 동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