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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를 읽는 오후”
‘An Afternoon Reading Sijo” (17)
한국문협 알버타지부 又林 이상목
카타르시스
이상목
*마름 풀 수십년에 근심만 가득 늘고
시름의 무게만큼, 손때만 꼬질꼬질
묻어난 시집 한권을 서럽게 읽고 있다
*마름 풀-타향살이
이상목 시인의 「카타르시스」는 짧은 행 속에 타향살이의 세월과 내면의 정화를 동시에 끌어안은, 절제된 울림의 시입니다.
‘마름 풀 수십 년’이라는 첫 구절은 이국에서 견뎌온 시간의 길이를 단번에 환기합니다. 마름 풀은 물 위에 떠 있지만 뿌리는 진흙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 이미지는 타향에서 떠내려온 듯 살지만, 현실의 무게와 근심 속에 발이 묶여 있는 삶을 상징합니다. 세월이 쌓일수록 ‘근심만 가득 늘고’, 삶은 가벼워지지 않고 오히려 무게를 더합니다.
‘손때만 꼬질꼬질 묻어난 시집 한 권’은 이 시의 정서적 핵심입니다. 그 시집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버리지 못한 언어와 고향, 그리고 자신을 지탱해온 마지막 온기입니다. 반복해 넘겨온 페이지마다 손때가 묻었고, 그만큼 삶의 시름도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마지막 행의 ‘서럽게 읽고 있다’는 담담하지만 깊은 카타르시스를 불러옵니다. 울음을 터뜨리지도, 해소를 선언하지도 않지만, 시를 읽는 행위 자체가 고단한 삶을 씻어내는 조용한 정화의 순간이 됩니다. 이 시에서 카타르시스는 폭발이 아니라, 오래 참아온 마음이 시 한 권 앞에서 잠시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이상목 시인은 화려한 언어 대신 생활의 때 묻은 사물과 정서를 통해, 타향살이의 본질과 시가 가진 위로의 힘을 차분히 증언합니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우리 역시 각자의 손때 묻은 시집 한 권을 떠올리며,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게 됩니다.
2026 丙午年 새해를 맞아 독자 여러분 가정에 만복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Catharsis
by Lee Sang-mok
Decades of living far from home, burdened with endless worries,
The weight of sorrow matches the grime-stained marks of time,
As I sorrowfully read a worn-out book of poetry.